“감독님과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같이 고생한 스태프들, 관객 한 분 한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 독립영화에 더 많은 관심과 가능성이 열렸으면 좋겠다.”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독립영화 A 배우가 전한 소감이다. 소감을 통해 보여진 독립영화는 가난하고 열악한 환경이 수반돼 보인다. 독립영화가 가진 어려움은 무엇인지, 독립영화의 독립은 무슨 뜻인지. 함께 독립영화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독립영화는 일반 흥행을 위주로 하는 상업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통속적인 감정과 엔딩 등이 아닌 자유로운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한다. 상업영화와 달리 독립영화가 영화 속에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 포항의 한 독립영화 상영관. 최용훈 사진 기자 choiyh@hgupress.com

자본을 넘어서, 독립영화

독립영화에는 상업영화에 없는 ‘독립’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독립은 무슨 뜻을 내포하는 걸까? 이는 두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자본으로부터 독립과 상업영화가 가진 지배적인 이야기로부터의 독립이다. 상업영화는 제작사, 배급사에 의해 투자, 제작, 상영이 이뤄진다. 반면, 독립영화는 감독의 자체적인 자본 또는 관객들의 모금, 공익적 기금과 같은 비상업적 자본으로 제작된다. 제작사의 투자를 받는 상업영화는 영화 속에 감독의 의견뿐 아니라 제작사의 의견이 개입하게 된다. 이 경우 제작사는 대개 흥행 위주의 내용을 선호하고, 정치, 사회 비판적인 주제의 내용은 기피한다. 독립영화의 경우 제작사의 의견개입 없이 자신만의 주제를 영화 속에 표현할 수 있다.
독립영화의 독립적인 성향은 독립영화 자체 역사와 연관이 깊다. 장병원 씨의 저서 <영화사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독립영화는 80년대 사회 운동의 맥락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태동했다. 80년대 초반 사회 운동의 일환으로 영화가 주목받으면서 대학교를 중심으로 많은 영화 동아리가 만들어졌고 나중에 그 구성원들로 인해 독립영화 단체가 만들어졌다. 이에 사회 운동의 일환이었던 독립영화는 자연스럽게 정치적인 성격을 내포하게 된 것이다.
독립영화는 정치적 권력구조에서 벗어나 정치·사회적 문제의식을 다룬 이야기를 전한다. 대표적인 예로 <자백>과 <다이빙벨>이 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자백과 다이빙벨은 당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사회고발적인 내용을 담아냈다. 자백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자백사건’에서 강압적인 정부의 조사로 간첩임을 자백한 화교출신 탈북민 유우성 씨의 무죄판결사건를 다루며 날카로운 사회문제의식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다이빙벨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구조과정에서 의혹점을 영화에 담았다.
독립영화는 사회 문제의식을 다루는 것 뿐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영화 속에서 표출하기도 한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흥행 위주의 공식이 아닌 감독 고유의 다양한 주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화 속에 그려낸다. ‘서울독립영화제2016’에서 <노후 대책 없다>는 ‘한국 펑크신을 자기연민 없이 해학의 리듬으로 묘사하며 펑크 역사와 사회정치적 맥락까지도 두루 꿰어났다’는 심사위원 평을 받으며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독립영화의 발돋움

최근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다. 2008년 개봉한 <워낭소리>, <똥파리>가 흥행에 성공하는 등 한국 독립영화계의 큰 관심이 모아졌다. 여러 독립영화가 높은 흥행 성적뿐 아니라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2014년에 개봉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300만 명을 돌파하며 독립영화상 최대 관객 수를 동원했다. 또한, <한공주>는 캐나다에서 열린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Fantasia International Film Festival)’부터 뉴욕영화제, 이탈리아, 멕시코 등에서 연이어 해외영화제의 초청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16년에 개봉한 영화 <귀향>은 스토리 펀딩 등 시민들의 도움으로 제작비가 모여 제작됐다. 또한 뉴욕타임즈에 영화가 소개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작품에 대한 역사적 의의에 관심이 모아졌다.
영화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한국예술종합대학(이하 한예종)의 졸업영화제로 출품된 단편 영화 <열두번째 보조사제>는 전주국제영화제와 미쟝센 단편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으며, 한국 최초 엑소시즘 영화 <검은 사제들>로 제작됐다. 또한 한예종에 재학 중인 학생이 연출한 독립영화 <족구왕>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 후 60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하며 주목을 받았다.

찍기도 어렵고 개봉해서도 어렵다

독립영화업계 종사자들은 아직 독립영화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한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독립영화의 제작환경은 열악하다. 제작사와 배급사의 투자가 없기 때문에 제작 단계에서 예산의 한계에 부딪히고 개봉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의 평균 제작비는 6천만 원 정도로 수십억에서 수백억대까지 이르는 상업영화와 몇 십 배나 차이난다.
독립영화는 배급사의 투자가 없어 일반 영화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은 독립영화 상영 극장뿐 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독립영화 상영 극장은 ▲CGV 아트하우스 ▲인디스페이스 ▲인디플러스 ▲KT상상마당 등으로 전국 각지에 30여 개다. 독립영화 상영 극장은 상영 뿐 아니라 독립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중요하다. 많은 상영관에서 상영이 된 후 남은 이익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립영화 상영 극장은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지원을 통해서 운영이 가능한 체계다. 이에 독립영화 예산과 상영관 확보를 위해서는 영진위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다이빙벨을 상영한 독립영화 상영 극장 인디스페이스는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영진위의 지원에서 배제됐다.
독립영화 상영 극장은 대기업의 스크린 점유율 불균형이라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사례로 독립영화 상영 극장 중 가장 많은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는 CGV 아트하우스는 불균형한 스크린 수 지원으로 비판을 받았다. 독립영화로서 최대 관객을 동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CGV 아트하우스에서 같은 해 개봉한 독립영화 중 최대 스크린 수를 지원받았다. 이는 동시에 개봉한 다른 독립영화들의 스크린 수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에 인디스페이스 이은지 팀장은 “배급사가 상영관을 갖게 되면 당연히 자사의 영화를 더 많이 틀게 된다. 자연스럽게 규모가 작은 다른 배급사의 영화들은 상영의 기회가 줄게 되고요. 이러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파문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대국민 사과 후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재발 방지를 하겠다며 ‘문화예술정책의 공정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영진위는 2017년 3월 14일 영화제작 지원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그동안 비공개로 했던 영화진흥사업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기로 밝혔다.

 

‘독립영화 감독은 영화를 세 번 찍는다.’ 독립영화 감독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영화를 만들기 전 제작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한 번. 실제로 찍는 것 한 번. 다 만든 영화를 개봉하기 위해서 한 번. 이렇게 찍은 영화가 개봉하기까지도 많은 여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팀장은 “독립영화는 상업적인 목적보다 표현의 자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라며 “영화, 나아가 문화 산업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독립영화와 독립영화전용관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문제의식을 던지기도 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하는 다양성과 공공성을 지닌 독립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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