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실 문을 두드리자 교수 주변에 학생들이 모여 설계 모델을 논의하는 이상적인 그림이 펼쳐진다. 학생들 틈에서 다소 엄하면서도 다정함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은퇴 후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김학철 교수의 얘기다.

2011년 은퇴 뒤에도 계속 학교에 남아 건축을 가르치는 김학철 교수. 그는 건축가로 활동하다 목사가 된 이후 한동대의 교수로 오게 됐다. 특별히 학문과 신앙의 일치를 강조하며 ‘건축을 하는 예수의 제자’가 되고 싶다는 그. 그의 교육철학과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 설계실에서 환하게 미소짓는 김학철 교수. 사진 최주연 기자 chojy@hgupress.com

건축가, 목사를 거쳐 교수가 되기까지

Q 교수님이면서 목사님이시고 실무에서 건축 일 하셨던 경험도 있으신데, 한동대에는 어떻게 오시게 됐나요?

건축을 뉴욕에서 하다가 40세에 신학대학원을 갔어요.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선교사로 나가려고 했다가 선교사로 나가려면 교회를 해야 해. 그래서 뉴욕에서 교회를 하다가, 개척을. 선교사로 나갔어요. 거기서 하나님이 한동대로 가라는 사인을 주셔서 한동대에 내가 53세에 오게 된 거야. 보통 그렇게 나이 많은 사람은 교수로 안 뽑는데, 하나님이 가라고 해서 된 것 같아. 나는 안 될 줄 알았는데. 통과돼야 되는 게 인사위원회, 신앙 보고 인품 보고 이런 건데 굉장히 당황스러운 질문을 받았어. ‘왜 목사님이 학교로 오시려고 하십니까’가 첫 번째 질문이야. 굉장히 황당해. 왜냐하면 목사님들은 나를 타락한 목사라고 생각을 했어. 목사가 목회를 안 하고 왜 학교에 가냐. 학교를 좋게 안 보는 거지. 교회를 중요시. 근데 무슨 학교가 더 좋은 데처럼 그런 뉘앙스를 풍기니까 기분이 안 좋았어. 우리 교단 쪽에서는 학교 가는 거를 안 좋게 생각하고, 학교에 왔더니 목사가 왜 학교 오려고 하느냐고 이런 질문이, 양쪽에서. 그때 하나님이 모세를 생각나게 하셨어. 모세가 양 치는데 꼭 필요한 게 지팡이였는데 하나님이 버려라 그래서 버렸지 않냐. 그리고 또 좀 있다가 집어라 그래서 집었지 않냐. 그랬듯이 나도 건축 열심히 하다가 하나님이 버려라 그래서 버렸고, 이제 하나님이 다시 건축을 가르쳐라 하셔서 다시 건축을 가르치러 왔다 이렇게 얘기를 했더니, ‘아 그러면 건축이 뱀이네요’ 이렇게 얄밉게 얘기를 하는 교수가 있었어.

Q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건축가와 목사라는 두 정체성이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여기 정식 교수로 와서 99년서부터 18년간 건축 강의를 하면서 선교도 학생들하고 하고, 또 교목실장도 2년 했고. 은퇴 후에는 건축을 좀 더 했고, 교회도 이제 은퇴를 했고. 근데 생각을 해보니까 건축이 뱀이었다는 말이 맞아. 왜냐, 내가 건축만 할 때는 하나님을 만나기 전이었거든. 그러니까 그게 세상적인 건축이었지.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신학 대학원을 90년도에 졸업을 했어요. 87년에 들어가서 대학원을 90년에 졸업을 해서 목회 시작을 한 셈인데, 뉴저지에 개척교회를 했었죠. 그다음에 태국에 선교사를 갔다가 한동대로 오게 된 건데, 그때도 거기 신학대학에 가서 강의했어. 무슨 강의를 했냐면 ‘Faith and Author’라는 타이틀을 만들어서 내가 개설을 했어. 그러니까 신앙과 예술이라는 걸로 강의를 하다가 한동대에 와서 보니까 학문과 신앙의 통합을 부르짖더라고. 그래서 하나님이 여기로 나를 보내셨구나. 그러고 나서 보니까 한동에서 주장한 게 신앙, 그다음에 인성, 그다음에 지성, 영성 그걸 부르짖는데 이게 베드로전서에 나오는 말씀이야. 그다음에 인내. 이렇게 믿음의 단계를 얘기하지. 그래서 아, 딱 성경적인 거더라고. 그래서 학문과 신앙의 통합을 어떻게 하느냐를 계속해서 연구를 하게 됐죠.

건축과 신앙을 통합하다

Q 수업시간에 학문과 신앙의 통합을 많이 강조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식으로 설명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정확하게 말하면 한동대에서는 학문과 신앙의 통합이 아니라 신앙과 학문의 통합이라고 얘기해야 더 맞는 것 같아. 신앙을 바탕으로 해서, 영성을 바탕으로 해서 인성과 지성을 위에 쌓는 거니까. 신앙으로 세워진 학교니까 신앙의 바탕 위에 내가 가르쳐야 하는 건축, 그것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내는가 하는 거 아냐? 나는 건축을 가르치니까 건축을 신앙하고 융합을 해야 하지만 또 정치학을 가르친다, 또는 경제를 가르친다 했을 때 신앙과 학문에 만나는 점이 뭔가, 그걸 찾아야지. 만나는 점도 안 찾고 두 개를 그냥 두고 어떨 때는 신앙 얘기하고, 어떨 때는 학문을 얘기하면 이게 통합이 아니지. 요즘 전부 융합하는 시대가 돼버렸잖아. 공대만 갖고 안 되잖아, 문과하고 융합하지 않고. 다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그것을 어떻게 이뤄내느냐 하는 것에서는 신앙과 학문을 통합하는 거는 엔지니어링과 문과 통합하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그래서 그 두 개의 다른 것을 어떻게 하나로 융합을 하느냐. 내가 가르치는 게 건축 아니야? 우리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신앙에 바탕을 두는, 영성에 바탕을 두는 지성을 얘기하는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영성과 지성을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똑같은 얘기야. 모든 게 훈련이 필요해요. 축구선수가 되려면 엄청난 훈련을 해야 선수가 되잖아. 그거처럼 건축도 엄청난 훈련을 해야 하지만, 한동대에서는 그것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신앙 훈련을 엄청 해야 융합이 되죠. 신앙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고, 학문도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야 하니까.

Q 교수님이 가우디의 제자라는 소문이 있었어요. 이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 무엇인가요?

내가 2006년인가 스페인에 가서 가우디의 제자들, (가우디가) 옛날 분이니깐, 제자들이 계속 이어가는데 마지막 제자가 나를 보고 내가 나가 있었거든 그 연구소에. 자기 제자로 삼겠다고 그래가지고. 나보고 거기 가우디 대학도 세우고 일하라고 하는데 그러려면 스페인어(Spanish)를 배워야 하니까. 그건 아니다(웃음). 고맙게 생각을 해주셨어. 가우디가 어떤 분이냐 하면 기독교 신앙과 건축을 완벽하게 융합시킨 유일한 건축가였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거기서도 내가 많은 걸 배웠어. 그래서 그거를 우리 학생들에게 전수해주려고 하다가 보니까 은퇴를 하고 이제 지금 6년이냐, 7년이 지났는데도 계속 나오는 거야. 엮였어.

은퇴 후, 여전히 교육의 자리에

Q 과제물을 비평하실 때 부수면서 한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엄하게 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창조적인 걸 하려면 자기 거에 너무 애착을 가지면 새로운 게 안 나와. 창조를 위한 파괴라는 말이 있듯이. 자기 딴에는 대단하게 보이지. 그러나 거기에 보충할 게 굉장히 많거든. 그걸 못 봐. 부서져야 그걸 보는 거야. 부수는 게 취미가 아니고.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도 창조자 아니야? 우리 건축가도 창조자야. 뭐 디자인하는 사람이 다 그렇지만. 출발점이 뭐냐, 어떻게 천지창조해요? 혼돈과 공허한 데서 출발을 해. 그게 히브리어로 ‘토후 와보후(tohu wavohu)’라는 단어인데 그게 성경에 딱 두 번 나와요. 창세기 1장 1절에 나오는 거야. 세상이 혼돈하고 공허해. 공허(Empty)하고 혼돈(Confused)된 상태. 그게 창조의 출발점이야. 근데 만약에 우리가 학교를 설계한다 그러면 학교에 대한 자기 개념과 선입견과 고정관념이 있잖아. 그것부터 부숴야 돼. 근데 그걸 못 부시니까 자기 나름대로 자기 것을 만들어오는데 그건 새로운 게 아니지. 내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없거나 숨어있는 것을 끄집어내자는 거지. 그래야 창조적인 게 나오고 새로운 게 나오고 남이 안 한 게 나오지. 내가 아는 정도로 해서 잘 다듬어 봤자 어디 다른 데 많이 있는 것이 (나온다).

Q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님으로 남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나는 건축을 세게 훈련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훈련은 훈련이야. 그러니까 무섭게 느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되는 거야. 뭐 목사라 그래서 다 좋아, ‘은혜로워’ 그게 은혜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정말 자기를 부인하는 무척 노력하던 교수였다.’ 내가 이제 제자들이 많은 열매도 맺고 했지만, 그것에 머물러 있으면 그다음이 없어요. 그러니까 끊임없이 자기를 부셔야 되는 거야. 그게 뭐냐. 자기를 끊임없이 부인해야 예수님이 보여요. 예수님을 따라갈 수 있어. ‘아, 건축을 하는 예수의 제자였다.’ 이 말을 듣고 싶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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