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한 점 일 리 없는 공간인데 바람이 불었다
묽은 빛깔의 얼굴들이 몰려오고 몇몇
을크러진 무릎이 안쓰러워 자리에서 일어난다
손잡이를 잡고 선 그들의 손톱 밑에는
밤이 새파랗게 묻어있다

내 주변엔 아무도 없이
먼지만 풀썩거리고
달은 죄 찌그러진다
보랏빛 하늘은 두 눈을 얼리고
양철 대문은 맥락없이 쾅 닫힌다

점점 초점은 흐려지고
끝끝내 먼저 유기당하고 마는 걸까
버려진 것들은 차곡차곡
안개를 마시고 꽃피우는 것을
너는 알까


그럼에도 난 이들을 믿는다
좋은 글은 그들이 삼켜두었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믿는다
내게 있어 성숙이란 무뎌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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