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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만드는 나만의 공간 셀프 인테리어
윤예은  |  yoonye@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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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9  10: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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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든 그곳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당신’의 집도 당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 소린 밸브스, <공간의 위로>

현관문을 열면 기하학적인 무늬의 촌스러운 벽지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꼭 바꿔야지 생각했는데 이젠 익숙해졌는지 별 느낌이 없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신발을 아무렇게나 내던진다. 주방 쪽에 들어서자 어젯밤 쌓아둔 설거지가 그대로 있다. 애써 모른 척하며 방문을 연다. 오늘 아침 버스를 타기 위해 시간과 치열하게 싸웠던 흔적이 방 한가운데 널브러져 있다. 외투를 걸친 채로 이불에 털썩 눕는다. 형광등은 언제 나갔는지 계속해서 깜빡거린다. ‘갈아야 하는데… 대충 살지 뭐’ 하는 마음이 앞선다. 문득 주변을 둘러본다. 이렇게 살려던 게 아닌데… 원대했던 내 집 꾸미기의 꿈은 일상에 치여 먼 미래로 밀려났다.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그저 씻고 잠만 자는 ‘숙소’가 돼버린 집. 내가 꿈꾸던 나만의 공간을 가지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셀프 인테리어, 대체 뭐길래?

최근 1인·신혼 가구가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면서 저렴한 가격에 헌 집을 새 집처럼 꾸밀 수 있는 인테리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셀프 인테리어란 스스로 한다는 의미의 ‘셀프’와 실내를 장식하는 일을 뜻하는 ‘인테리어’가 합쳐진 말로 전문가의 도움없이 혼자 집을 꾸미는 일을 뜻한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SNS에서 이사와 셀프 인테리어의 버즈량(언급량)은 2015년 월평균 5,256건에서 2016년에는 1만460건으로 늘었다. 인테리어와 관련된 SNS 가입자 수도 늘고 있는 추세다. 서로의 셀프 인테리어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집꾸미기’의 경우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가 80만을 넘어섰다.
또한, 셀프 인테리어의 수요가 늘어감에 따라 손쉽게 방을 바꿀 수 있는 제품이 늘고있다. 도배는 셀프 인테리어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작업이 까다로워 초보자가 하기에 무리가 있다. 하지만 주문한 양만큼 벽지에 풀이 발려서 배송되는 ‘풀바른벽지’가 출시되면서 초보자들도 전문가 못지않게 도배를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시트지도 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 초보자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재료 중 하나이다. 스티커처럼 간편하게 붙이기만 하면 되는 시트지는 힘들이지 않고 몰딩이나 방문, 가구까지 리폼할 수 있게 해준다. 손재주가 없어 도배나 리폼과 같은 섬세한 작업이 망설여진다면 문고리나 스위치를 바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고리나 스위치는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고 교체하는 과정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할수록 빠져드는 매력

셀프 인테리어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셀프 인테리어로 유명한 블로그 ‘김반장의 이중생활’의 주인이자 <전셋집 인테리어>의 저자 김동현 씨는 셀프 인테리어의 매력이 현실적으로 비용절감, 감성적으로는 나만의 공간을 내 손으로 꾸민다는 보람에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같은 인테리어 비용의 절감이다. 벽지 도배의 경우 인건비가 시공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10평 도배 시 총 20만 원에서 40만 원까지의 비용이 들어간다. 하지만 직접 재료를 사서 시공할 경우 소모 비용은 절반 정도로 충분하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대로 방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은 셀프 인테리어만의 또 다른 강점이다. 김 씨는 “(셀프 인테리어를 할 때) 유행을 따르는 것보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라며 “우린 모두 다른 사람이기에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한 지 8개월 된 직장인 이예지(경기 평택 24) 씨는 셀프 인테리어를 하면서 다른 것보다 ‘나’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시작하기에 앞서 나는 무엇을 좋아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묵상했던 것 같다”라며 “그러다 보니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성찰하게 되고 나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인테리어를 하면서 굉장히 커졌다”라고 답했다.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

이번 학기 처음 자취를 시작한 기자도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해봤다. 처음 자취방으로 이사하던 날, 알록달록한 패턴의 초록색 벽지를 잊을 수가 없다. 워낙 ‘나만의 공간’에 대한 로망이 컸던 터라 꼭 벽지만은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여러 인테리어 책을 정독하고 블로그를 뒤지며 셀프 인테리어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됐다. 그러나 학기가 시작하자 이런저런 일상에 치여 셀프 인테리어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집은 점점 씻고 잠만 자는 곳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처럼 밤 늦게 귀가해 쓰러지듯 이불 위에 누워 생각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안주하며 살다가는 계속 원치 않는 방에서 살게 될 거라고.
다음날, 그동안 고생한 자신에게 선물도 줄 겸 인터넷으로 풀바른벽지를 주문했다. 새로 도배를 하기 전에, 먼저 기존에 있던 벽지를 뜯어내는 작업을 했다. 한 달간 나를 괴롭히던 초록 벽지가 뜯겨져 나가는 모습에 후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벽지를 다 제거한 후에 새로 도착한 벽지를 개봉했다. 벽지 색은 몰딩과 잘 어울리게 푸른 빛이 도는 연한 회색으로 골랐다. 벽지가 풀에 젖어있는 상태라 생각보다 무거웠고 조금만 세게 당겨도 금세 찢어졌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위 쪽 수평을 먼저 맞추고 중간에 기포가 생기지 않도록 위에서 아래로 쓸어 내리듯이 붙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험 삼아 한쪽 면을 붙이고 아래에 남은 자투리 부분을 잘라내려고 칼을 대는 순간 채 마르지 않은 벽지가 밀리면서 찢어졌다. 돌이킬 수 없이 지저분해진 끝부분을 보며 도배는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주방의 도배를 마치고 나니 뭔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인트가 필요했다. 찬장을 열어보니 엄마가 보내주신 빨간 냄비가 눈에 들어왔다. 찬장에만 묵혀 두기 아까워 잘 보이도록 싱크대 위에 걸어뒀다. 그러고 나니 빨간색이 벽지 색과도 잘 어울려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주방에 빨간색 물건들을 더 추가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빨간 텀블러를 꺼내 두고, 싱크대 아래에 둘 빨간색 발매트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주방을 꾸미고 나니 바로 옆에 붙어있는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색으로 화사해진 주방에 비해 화장실 문 앞이 너무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전 주인이 남겨놓은 작은 고리가 붙어있어 지저분하기까지 했다. 흔적이 생길까봐 떼 버리지도 못한 애물단지다. 얼마 전 선물 받은 드라이 플라워가 번뜩 생각났다. 꽃에 리본을 둘러 꽃다발을 만든 뒤 화장실 문 앞 고리에 걸었더니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은은한 분위기를 풍겼다. 도배하기 전 벽지를 뜯어낼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마음은 방을 조금씩 꾸며갈 수록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이사한 지 한 달 동안 도무지 정이 들지 않던 집에도 내 손길이 닿자 점점 ‘내 집’처럼 느껴졌다.

셀프 인테리어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김동현 씨는 주변을 정리해 생활하기 편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불편하고 보기 싫은 것들을 하나하나 치우고 마음에 드는 것들로 공간을 채우는 것 그리고 거창한 작업보다는 멋진 액자를 걸거나 스탠드를 바꾸는 등 소소한 꾸밈부터 시작하라”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얻는다. 집은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이유다. 혹시 지금 셀프 인테리어에 발을 들이기 망설이고 있다면 창가에 작은 화분을 두거나 좋아하는 사진을 벽에 거는 것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작은 변화를 통해 집을 꾸미는 즐거움은 물론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색감이 달라진 셀프 인테리어 전(위쪽)과 후(아래쪽) 모습. 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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