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6일, 공연영상학 전공 전임 교수 충원이 결정됐다. 몇 주간의 긴 싸움 끝에 얻어낸 결과였다. 한 학기 동안 구성원들은 새로운 교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마침내 16-2학기,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신임 교수가 등장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새하얀 오피스로 들어가자 이희진 교수는 밝은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했다. 영화 슬레이트 소품을 발견한 기자가 소품을 들고 포즈를 취해줄 수 있냐 부탁했다. 이희진 교수는 웃으며 “나 시키는 거 잘해”라며 포즈를 취해 보였다. 발랄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새내기 교수의 한동에서 보낸 한 학기는 어땠을까.

▲ 새내기 교수로서 새로이 시작하는 이희진 교수. 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마지막 순간 열린 한동의 문

Q 한동대 학생들은 교수님을 기다리고 소망해왔던 스토리가 있는데, 한동대에 오기 전 교수님의 스토리는 한 번도 못 들어본 것 같아요.

나는 한동대를 알긴 알았어. 이 학교 되게 은혜롭고 좋다라고 생각은 했는데, 기존 교수님이 있는 학교는 당연히 그 교수님이 은퇴하시고 나서야 새로운 교수님을 뽑으니까, 당분간 한동에는 내가 갈 수 있는 자리가 없겠구나. 그래서 한동대학교는 내가 좋아할 만한 학교로 생각하고 말았어. 그래서 나는 내가 강의했던 대학에 지원을 하려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학교에서 인문 사회 계열 교수님 충원을 안 하겠다고 한 거야. 순간 되게 당황스러운 거야. 나는 그 학교를 갈 거라고 생각해서 다른 대학 지원도 안 하고, 다른 대학 강의도 안 하고, 아무 데도 알아보지 않고 이랬는데 낙동강 오리알같이 됐어. 그런데 한동대 공고가 났다는 거야. 나는 ‘한동대 공고가 어떻게 나? 교수님이 계시는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앗싸’하고 지원을 했지. 한동대 오기 전에는 이 학교 상황에 대해서는 몰랐어.
오고 나서 하나님이 한동을 위해 준비시켰다고 느낀 게, 4월달에 그쪽에서 최종적으로 나를 교수 충원하지 않겠다고 연락을 받은 날이 내 생일 바로 전날이었어. 되게 속이 상했는데 5월달에 다른 대학 강의 알아보던 중에 한동대에 지원했거든. 와서 보니까 너희들이 온갖 기록을 페이스북에 정말 많이 남겨놓은 거야(웃음). 그래서 나 오기 전에 무슨 일 있었나 궁금해서 읽었다? 신기한 게 여기 인사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교수 충원하겠다고 결정한 게 4월 26일인데 여기서 26일 오후에 새로운 교수 충원하겠다고 한 거야. 하나님이 거길 닫고 여길 열어주신 거야.

Q 언론정보문화학부 교수 충원을 위한 시위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한동 오고 나서, 얼떨결에 ‘앗싸, 자리 났다’, ‘앗싸, 정규직’(웃음) 사실 이렇잖아. 이러고 왔는데 와서 알게 되고 저번 학기 중반부에 보니까 조금 부담이 되는 거야. 겁이 나는 거야. 이런 자리인데 내가 있어도 되나? 애들의 미래와 학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인데. 심리적 부담이 되는데, 여러 가지 믿음의 성장을 하나님이 주셔서 여기 보내시려고 나를 쓰셨구나 그런 확신이 있어서. 그리고 너희들이 띠 두르고 있는 그 사진(웃음) 되게 신기한 게 내가 그 사진을 지난 학기 초에 봤다? 페이스북에서. 그때는 내가 너네를 하나하나 모르잖아. 그때는 애들이 이렇게 열심히 했구나, 힘들었겠구나, 그냥 생각했는데. 저번 학기 말쯤인가 다시 어쩌다 보게 됐는데, 그때는 내가 너희들의 얼굴을 알잖아. 거기 찍힌 애들의 얼굴을 거의 다 알겠더라고. ‘아 얘였구나, 얘였구나.’ ‘얘가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했겠구나’라는 게 느껴지면서 이게 보통 자리가 아니구나, 그랬어.

스토리텔러, 이희진

Q 사실 교수 전에 제작자고 스토리텔러였잖아요. 어떤 삶을 살았나요?

드라마틱한 삶을 살진 않았어. 시각디자인 전공을 했었어. 원래 영상을 너무 좋아해서 중학교 때 비디오 대여점 살다시피 모든 비디오테이프 다 빌려보고 그랬지. 그런데 내가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영상을 가르치는 대학이 별로 없고, 영상은 좀 특이한 사람들이 간다는 인식이 강했지. 보편적인 매체가 아니니까. 난 그때 대구에 부모님이랑 같이 살았는데, 부모님께서 대학은 집 근처에서 다니면 좋겠다고. 디자인도 재밌는데 하면서 계속 영상이 너무 하고 싶은 거야. 디자인이라는 건 하나의 이미지로 하나를 딱 설명해야 하는데, 그중에 하나만 포착해서 하라는 게 너무 답답한 거야. 그나마 좀 비슷한 과목이 영상 디자인, 타임 앤 스페이스 디자인 뭐 이런 것들? 그런 것도 근데 성에 안 차는 거야. 영화 같은 걸 해보고 싶다고 해서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영상에 대한 베이스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 가서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 그때만 해도 주류 영상 업계(Main Industry)는 남학생이 많고 내 동기도 거의 다 남자라서. 다행히 성격이 반 남자 같아서. ‘니가 남자냐, 니가 여자냐’ 하면서(웃음).

Q 스토리텔러로서 스토리를 만들 때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밖으로 얘기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는데(웃음), 사람이 나한테 이야기할 때 팩트를 이야기하잖아. 그러면 앞의 스토리를 마음대로 상상을 하는 거야. 쟤가 왜 저렇게 얘기했을까 생각하며. 그 뒤의 얘기도 상상을 하는데 나는 시트콤처럼 웃긴 거, SNL 같은 그런 거 좋아하거든. 그런 상상 하면서 혼자서 히죽히죽 웃는데 너무 혼자 히죽거리면 이상하니까 속으로만 생각하고 티를 안 내려고 노력 중이야.

Q 교수님의 삶을 장르로 치자면 어떤 장르라고 하시겠어요?

코미디?(웃음) 뭔가 로맨스, 멜로 이런 건 절대 아니야. 내 인생에서 그런 건 절대 없었어. 살짝 지나가나 싶다가도 절대 아니고(웃음). 액션이라고 할 만큼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진 않았어. 무난한 집안에 태어나서 큰 걱정 없이 공부하고. 아마 비슷한 게 코미디지 않을까. 인생을 좀 즐겁게 살려고 해서 학교 축제할 때나 나가서 춤추고. 전반적으로는 재밌게 산 것 같아. 어딜 가나 튀는 애? 존재감 있고, 성격도 좀 튀고. 그래서 코미디가 그나마 비슷하지 않을까?

새내기 교수가 바라본 한동

Q 첫 팀모임은 어땠나요?

아직까지는 되게 재밌어. MT 가서 레크 다하고 놀고, 몸으로 말해요, 이미지 게임하고. 내가 또 하면 승부욕이 불타올라서(웃음). 팀CC도 있어. 주말에 몰아서 해야지. 부담스러운 것도 있는데, 강의준비 연구만 해야 될 때도 있는데 애들하고 만난다든가, 카톡을 한다든가 기분전환(Refreshment)도 되는 거 같아. 애들도 귀엽고(웃음).

Q 한동대에 오기 전 가졌던 기대와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면?

여건적인 것은 기대를 안 했는데, 하나 조금 답답했던 거는 사람들이 워낙 신실하기도 하고 서로 배려하다 보니까 빨리 결정을 해서 딱딱 나가야 할 때 일단 기도하고 시작하고, 뭐든지 프로세스가 늦어지잖아. 혼자 결정해서 통보하면 될 일을 ‘아니야, 일단 먼저 기도해보고 다른 사람도 기도해보고’ 하고. 나는 방송판이라고 얘기하는 곳에서 일했으니까 내가 일 처리가 되게 빠른 애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서는 진짜 따라가기 힘들다 할 정도로 뭐든 게 미쳐 돌아가듯이 빨랐거든. 여기는 예산 한번 집행하려고 예산 올리면 심지어 몇 달 걸리잖아. 거기는 당장 나가야 하는 예산이면 바로 서류 캡쳐해서 보내고, 바로 계좌로 쏘면 내가 그 돈 다시 다른 계좌로 보내고. 거의 하루 안에 다 결정되던 시스템에서 여기 있다 보니까 ‘이게 조금 필요한데요,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잠시만요’ 함흥차사(웃음). 이게 조금 답답해서. 그래서 사실 학교 와서 내가 생각하기에 빨리 결정해줘야 할 것들은 찾아다니면서 교수님들이나 윗분들을 되게 귀찮게 굴었어. 조금 지나고 나니까 밸런스를 찾겠더라구. 처음에는 되게 답답했는데 이런 부분들은 내가 감안하고, 이런 부분들은 내가 좀 더 챙겨서, 따지기보다는 조곤조곤 설명 드리고, 한 명 한 명 연락드리고. 그런 것들을 차차 깨닫는 중이야.

Q 한 단체에 오래 속하고 익숙해지다 보면 문제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한동을 처음 마주한 사람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딱 한 개가 있는데, 여기 와서 들었던 말 중 이상했던 말이 ‘비기’라는 말. 나도 줄임말 많이 쓰고 상황을 재미있게 빨리 전달하기 위해 쓰는 말은 괜찮은데 ‘비기’라는 말은 어떤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특정짓는 말이잖아. 그걸 풀어서 ‘비기독교’ 할 수도 있고 ‘논 크리스천(Non Christian)’이라고 할 수 있는데. ‘너 비기야?’ 이렇게 묻는 것이 약간은. 나는 방송판에서 반대 경우를 당했거든. 난 크리스천이고 주일에 교회를 가야 하는데 방송현장은 주일도 없는 거야. 어떤 날은 촬영이 없고 별일 없겠다 싶어서 교회를 가면 막 문자가 오고 그래. 예배드리느라 전화 못 받았다 하면 대뜸 ‘교회 다녀요?’ 막 이런 식으로. 왜 하필 교회 가는 거 걸려가지고 피곤하게 만들어 이런 느낌이었거든. 언제든지 24시간 연락이 돼야 좋은데, 교회에 있는 시간은 뺏기게 되니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짜증을 내는 거야. ‘꼭 가야 하나?’ 이런 식으로. 여기서 비기독교인 애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밖에선 다수(Majority)일 수 있지만 여기서는 되게 극소수잖아. 자기 기독교 아니라는 것을 숨기는 애들도 있고. 착한 애들 오지랖으로 또 ‘믿으라’ 이렇게 하잖아. 팀 애들한테도 얘기하려고 하거든. 이 말 쓰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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