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정치적인 사람이야.” 대화 도중 농담 한마디가 툭 던져진다. 살짝 웃어넘기면서 슬며시 기어 나오는 불편함을 삼킨다. 내가 너무 계산적이었나, 괜히 찝찝하고 신경 쓰인다. ‘정치’라는 말은 일상에서 보통 이 정도 취급을 받는다.
원래 정치라는 단어는 그렇게 볼품없는 의미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치(政治)의 사전적 의미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정치란 국가 권력을 획득 및 행사하는 일로 국민의 인간다운 삶 보장,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일 등을 목적으로 한다.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최고의 이익을 구성원에게 돌려주는 것이 곧 올바른 정치다.
지루한 서론은 하품 한 번으로 잊어버리고, 본론으로 넘어가 보자. 오늘 말해볼 주제는 한동대의 정치다. 좀 더 정확하게는 학생이 주체가 된 학생정치, 그중에서도 중심이 되는 총학생회 집행부(이하 집행부)다. 한동대의 학생정치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그것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삼권 분립을 본뜬 집행부, 자치회, 총동아리연합회와 학부협력회의 분권 개념이 대표적이다. 구조는 당당히 ‘정치’라 칭할 만하다.
아쉽게도 올바른 정치는 구조만 가지고 이뤄지지 않는 노릇이다. 관건은 소임을 충실히 하느냐다. 집행부의 역할을 한번 살펴보자. 집행부는 RAC 콘서트 등 크고 작은 복지 사업을 하는 것은 물론 학생사회, 더 나아가 외부사회에 한동대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치기구다.
집행부의 수많은 역할 중 덜 중요한 역할은 없다. 하지만 더 잘 보이는 역할은 있다. 복지∙문화 분야는 화려하다. 가장 많은 공약수, 가장 많은 예산 분배(*총무국 제외), 가장 높은 만족도를 자랑한다. ‘이 정도는 학교가 맡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사업까지 집행부는 척척 해낸다. 물론 동의하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상대적으로’라는 단어를 살포시 덧붙여본다.
문제는 그 이면이다. 다시 말하지만, 덜 중요한 역할은 없다. 여론을 수렴해 학교와 외부사회에 목소리 내는 것도 집행부의 역할이다. 집행부는 대내∙외 사안에 대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설문조사와 소통마당이 학기마다 꾸준히 이뤄졌다. 하지만 모인 의견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소통마당은 더 심하다. 소수의 학생만 다녀간 ‘소통마당’에서 집행부는 어떤 의견을 들어왔을까.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사회에 목소리를 낸 집행부도 있다. 집행부는 대의기구다. 신속성과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모든 행동에 의견 수렴이 동반될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 여론 수렴을 하고 움직일지 합의, 심지어 논의조차 한 번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행부는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바른 정치는 내치와 외치를 골고루 갖춰야 한다.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구성원의 편의를 도모하며, 의견을 수렴해 더 큰 세상으로 목소리를 낸다. 학생정치라고 다를 리 없다. 집행부를 비롯한 모든 학생정치기구는 내치와 외치 두 가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써야 한다.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결국 ‘모조리 잘해달라’는 말이다. 그것이 모든 정치기구가 짊어진, ‘정치’라는 단어의 함의다.

*총무국: 총무국에는 대규모의 예산이 배분되나, 대부분 특정 사업 용도가 아닌 사업보조, 단체 지원금 등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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