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현대사회는 여성에게 만들어진 ‘여성성’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여성을 책망한다. 여성은 사회적인 기대에 맞춰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힘써야 한다. 남편 의 기를 살려주는 아내가 돼야하며, 한없는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가 돼야한다. 그래야‘사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용훈 사진기자 choiyh@hgupress.com

 

2016년 5월 17일 새벽. 한 남성이 남녀 공용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 과정 중 가해자의 범행동기를 여성혐오로 볼 수 있는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두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범행 장소 주변인 강남역 10번 출구 한쪽에서는 포스트잇 추모 물결이,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시위와 논쟁이 일어났다. 문제는 ‘여성혐오’라는 표현에 있었다. 사건 이후 ‘난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다’는 항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대학가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이하 단톡방) 사건은 대학 내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민대학교를 시작으로 고려대학교, 서울대학교 등 총 7개의 서울 주요 대학에서 단톡방 성희롱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연세대학교 단톡방에서 이뤄진 성희롱을 공론화한 내부 고발자는 대자보에 ‘그 당연시 되는 분위기는 이런 언어 성폭력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인식하더라도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고 적었다.

도대체 ‘여성혐오’가 뭐길래

갈등은 ‘혐오’라는 단어에서 시작했다. 여성혐오의 여부가 두 가지 반응으로 갈린 이유는 저마다 혐오를 해석하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감정 상태만을 나타내는 단어인 ‘혐오’는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서양에서는 여성을 억압하고 객체화하는 현상을 ‘미소지니(misogyny)’라고 부른다. 미소지니는 강간, 폭력과 같은 직접적인 피해부터 성적 대상화, 무분별한 모성애 강조 등 여성을 객체화하는 현상까지 포괄한다. 이 단어가 한국에서 ‘여성혐오’로 번역돼 감정적인 의미로 잘못 전달되곤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미소지니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성학자 정희진 씨는 “미소지니가 ‘여성혐오’로 번역된 것은 유감이다. 여성혐오로 번역되면서 남성혐오가 등장했다”라며 “여혐과 남혐을 대칭적으로 받아들이는 문제를 불렀다”라고 말했다.
여성 객체화는 여성성의 강요로 이어졌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들에게 순결함이나 모성애 등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제시했다. <객체화에 대한 페미니즘의 관점들>의 저자 에반젤리아 리나 파파다키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은 파놉티콘의 수감자와 마찬가지로 남성에게 끊임없이 감시당한다고 느끼며, 남성에게 관능적인 즐거움을 주는 모습으로 보일 필요를 느낀다”라고 말했다. 20세기 여성주의가 확산되면서 여성 권리에 대한 여러 운동이 대두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정이나 직장에서는 여전히 특정한 여성상에 맞출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정희진 씨는 “5천 년이 넘는 성별 권력관계의 역사성을 무시한 채, 인권의 보편성을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회적 강자의 이해를 실현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라고 말했다.
여성을 객체화하는 시선은 여성 비하 사건으로 가시화됐다. 2016년 대학가에는 성희롱을 일삼던 단톡방 사건이 고발됐다. 단톡방에 속한 남학생들은 여학생에 대한 비하 발언과 음담패설을 일삼았고, 대화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JTBC 뉴스룸에서 해당 사건을 분석한 양지열 변호사는 “같은 인간으로서 대한 게 아니라 성적 노리개, 물건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게 가능한 거다”라고 말했다.

성별로 나눌 수 없는 여혐 인식 여부

여성혐오의 대상은 여성이다. 그러나 여성이라고 모두 여성혐오를 인식하는 것도, 남성이라고 모두 여성혐오를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한동대도 마찬가지다. 본지는 한동대 생활관 화장실에서 ‘한동대에는 여성혐오가 존재합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각 성별에서 상반된 두 가지 의견이 모두 나타났다. 여성혐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 여성은 ‘혐오와 불평등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지만 한동에서 여성에 대한 불평등을 느껴본 적 없습니다’, ‘여성혐오라기보다는 여전히 차별적인 것이 존재한다’, ‘혐오보다는 인식의 ‘부재’는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남성에게서도 여성혐오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여자를 좋아한다. 왜 혐오하지?’, ‘여성혐오보다 여성을 너무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진짜 없는 듯해요’ 등의 의견이 있었다. 이같이 응답한 응답자들은 여성에 대한 시선의 차이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혐오’라고 하기는 힘들다는 말을 덧붙였다.
한동대 내 여성혐오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성의 경우에 ‘다른 대학에 비해서는 훨씬 적지만 있긴 있다’, ‘여성혐오가 뭔지도 모르면서 ‘난 여혐 안해’ 하는데, 본인이 인지도 못 하는 사소한 말·행동이 다 여혐이다. 남, 여 상관 X’, ‘있다. 여혐이 없는 곳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성혐오가 있다고 답변한 남성은 ‘약간 있는 것 같습니다’, ‘만연하다. 여성혐오가 뭔지도 모르는 분들 많음’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혐오라는 단어 자체의 모호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응답자들은 ‘여성혐오의 정의에 대해서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쉽진 않겠죠. 왜냐하면 페미니즘 자체가 통일된 이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성혐오’가 무엇인지 정의내림이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여성혐오에 대한 설전은 온라인상에서도 동일했다. 여성혐오 유무에 대한 찬반 양론은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터져 나왔다. 한동대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이하 대나무숲)에서 ‘여혐’, ‘메갈’, ‘페미’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2016년 5월 1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제보 글은 총 42개였다. 제보 글은 ▲여혐에 의한 사건으로 보는 입장 7건 ▲여혐에 의한 사건이 아니며 남성혐오는 정당하지 않다고 보는 입장 29건 ▲두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 입장 6건 등 세 가지 의견으로 나뉘었다. 여성혐오에 의한 사건이라는 입장에는 ‘여혐 때문에 일어난 사건 맞아요 인정해요’, ‘이번 사건의 범행 원인이 조현병이든 여성혐오든 결국 중요한 건 피해자가 여성이고 사회적 약자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 아닌가요?’ 등이 있었다. 반면, 해당 사건을 여혐에 의한 사건으로 인정하지 않은 제보자들은 ‘무슨 여자만 잠재적 피해자야? 남자도, 어린이도 모두 다 잠재적인 범죄의 피해자야’, ‘진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에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학교인 한동대학교에 다니면서도 뭐가 그리 무서운 거지’라고 말했다. 두 주장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 답변으로는 ‘“그들만의 리그”, 그대들은 그저 분탕 종자일 뿐’ 등이 있었다.

한동대에도 여혐이 있다

한동대 내 여성혐오 유무에 대한 의견은 둘로 갈렸지만, 여성혐오에 의해 피해를 받은 여성은 다수 존재했다. 한동대에 재학 중인 여학생 A 씨는 여성을 객체로 표현하는 말을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본인의 SNS에 함께 일한 사람들의 사진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본인을 포함한 여성 몇 명과 남성 한 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얼마 뒤 해당 게시글에는 ‘꽃밭에서 일했네’, ‘역시, 학부 일은 꽃밭에서 하는 재미지’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A 씨는 “아무것도 아닌 말일 수 있지만, 분명히 같이 일한 사람들을 모욕하는 말이었다”라고 말했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도 여성혐오 피해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한 의견으로는 ‘오늘 여성여성하게 입었네. 예쁘다. 도대체 여성여성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죠?’, ‘여자니까 참아라. 여자만 숙이고 들어가면 다 해결된다. 모든 갈등의 시작은 여자가 감정적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동’에서 들은 적 있습니다’라거나 ‘아너코드 소개 영상(?)에 성적 문란 부분 소개하는 심벌이 소위 말하는 섹시한 포즈를 취한 여성이었습니다. 성적 문란은 여성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교수님과 개인적으로 대화할 일이 있었는데, “여학생은 대학원을 오래 다니면 시집을 가기에 적절한 나이를 놓치게 된다”라는 얘기를 하셨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남성이 제시한 여성혐오 사례로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 남자들과 대화할 때 농담조로 팀 여성분들에 대한 본인들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은연중에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 섞여 있습니다. 성적인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 등이 있었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온라인상에서는 극단적인 여성혐오 표현이 발견된다. 디시인사이드 한동대 갤러리(이하 한동대 갤러리)는 온라인에서 여성혐오가 이뤄지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한동대 갤러리는 익명성이 보장되고 글 내용의 수위 제한이 없어 여성 비하 글의 제한을 둘 수 없다.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인식한 글에는 ‘여자들은 XX, 큰일을 할 위인들은 못 된다’, ‘맨날 고급음식만 먹고 얼굴 꾸미는 것밖에 모르는 여자들’이 있었다. 등이 있었다. ‘요즘 여자들은 좀 X맞아야 되는 거 같다. 남자 외모가 어떻느니 하면서 자꾸 기어오르네’ 등 여성에 대해 공격성을 나타낸 글도 있었다. 또한, ‘신이 여자를 내려주신 건 무슨 뜻일까. 성적 외로움을 푸는 존재다’와 같이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비하하기도 했다.

기독교, 여전히 여혐의 그늘 속에 있다

기독교는 여성 혐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 11월까지 검거된 전문직 성범죄자 5,261명 중 성직자가 681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라이즈업무브먼트 이동현 목사가 오랜 기간 자신의 지위와 성경 말씀을 이용해 여성을 성적 갈증 해소 도구로 사용한 사실이 10년이 지난 후에야 밝혀지기도 했다.
뿌리 깊은 여성혐오의 역사와 기독교는 그 궤를 같이 해왔다. 기독교는 가부장적인 문화를 토대로, 남성이 주체가 돼 해석한 여성성을 여성에게 요구해왔다. 기독교와 기독교 신학 형성의 배경이 되는 고대 히브리 세계와 로마 시대 당시 여성은 창녀 막달라 마리아와 성녀 마리아의 상징으로 이분화돼 인식됐다. 성녀의 모습인 여성은 추앙받았지만 창녀의 모습인 여성은 멸시당하고 부정 받았다. 개신교공동체 ‘아름다운마을’ 수련실장 김수연 씨는 “마리아를 ‘영구 동정녀’로 처녀성만을 강조함으로써 ‘충절’과 ‘정조’를 이상적 여성상으로 규정했다”라고 말했다.
중세 시대 기독교는 여성에게 죄악과 타락의 상징을 부여하기도 했다. 15세기 종교 재판관이었던 하인리히 크래머와 제임스 스프랭거가 저술한 『마녀에 대한 철퇴』는 ▲여자는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쉽게 이단에 빠져든다 ▲여자는 도덕적으로 열등하기 때문에 사기와 복수심의 경향이 있다 등과 같이 여성의 속성을 정의하고 있다. 실제로 수만 명의 무고한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잔인한 고문과 재판을 받고 처형됐다.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의 양태자 저자는 중세 기독교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기독교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마녀로 몰아갔다고 말한다.
기독교가 여성혐오의 그늘을 벗어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19세기부터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활동이 증대되며 20세기 기독교에 페미니스트 의식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19세기에는 제2차 대각성운동이 일어나 기독교 내 여러 여성단체가 생기며 기존 가부장적 성경해석에 도전하는 페미니즘적 성경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후 페미니즘은 여성억압의 현실을 본격적으로 비판하며 가부장제적 전통 기독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손승희 교수의 논문『신학과 페미니즘』에 따르면 페미니즘은 예배의식에서 사용되는 언어, 신을 표현하는 이미지, 교회에서의 역할규정 등이 남성 중심적인 것임을 일깨웠다.
비슷한 시기인, 19세기에 한국에도 기독교가 들어왔다. 전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박의경 교수의 논문 『한국여성의 근대화와 기독교 영향』에 따르면, 기독교는 인간의 존엄성과 고귀함을 한국 사회에 전달했지만 이는 영적 차원으로만 이해되고 정치, 경제, 사회적 구체적 현실로까지 적용되지 않고, 여전히 여성을 남성의 위계질서 하에 남편과 아버지에 종속했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101회 대한예수장로교 합동 교단 총회에서 한복을 차려입고 나온 여성들이 남성 총대들의 입장을 반기는 모습이나 총회의 기관 및 회무 처리 과정에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관이나 순서가 없는 것이 있다.
기독교 가치관 위에 세워진 한동대는 한국 기독교의 여성 객체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여자는 남자 갈비뼈에서 나왔으니 남자를 존중해야 한다’ 라든가 ‘여자는 잠잠하라, 여자니까 참아라’ 등의 전통적인 기독교 가치관에 기반을 둔 가부장적인 발언이 있었다. 글로벌리더십학부 류대영 교수는 논문 『페미니즘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에서 한국 사회 내에서도 복음주의 교회, 그리고 그 속에 속해 있는 한동대학교는 두드러지게 전통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곳이며 ‘페미니즘’이란 말은 ‘한동대학’이란 말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대 교목실 김기호 목사는 “한국사회가 여전히 여성에 대해서 편파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동대학교 안에서 여학우들이 성경적인 여성관을 토대로 해 미래의 당당한 사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대학교육과정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근본적 해결책 ‘교육’

여성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으로 교육이 제시되고 있다. 여성학은 여성들이 온전한 권리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던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 남성중심의 제도 및 성 불평등을 비판하는 학문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정진성 교수의 논문『대학에서의 여성학 교육의 필요성』에 따르면, 여성학 교육은 사회구조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대학생들에게 키워주며, 사회 내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한국의 여성학은 1977년 처음으로 이화여자여대학교 교양과목으로 개설되기 시작해 1990년대 전국 70여 개 대학에 개설될 만큼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현재 대학 내 여성학 교육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한국대학신문 조사에 따르면 포스텍과 KAIST등 이공계 중심 대학은 여성학 수업이 전무했다. 타 대학은 여성학 수업을 선택과목으로밖에 두지 않았다(2016년 기준).
한동대 역시 여성 문제를 다루는 교육환경이 잘 마련돼 있지 않다. 현재 교내 여성학을 다루는 수업은 글로벌리더십학부에 있는 ‘현대사회와 여성’ 한 개뿐이다. 11- 2학기부터 개설된 본 수업은 현재 50명 정원으로 자리가 꽉 찬 상태다. 이번 학기 ‘현대사회와 여성’ 수업을 가르치는 글로벌리더십학부 김창욱 교수는 “많은 학생이 이 수업을 듣고 싶어 한다. 수강하는 다수의 학생은 사회 내에 일어나는 여성 문제에 많은 관심이 있고, 더 알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여성학 과목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여성’, ‘여성과 정치’ 등 학부마다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과목이 많이 신설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동대 곽진환 교무처장은 “(우리 학교는) 작은 규모의 학교라 꼭 필요한 전공 위주로 수업을 개설한다. 대부분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여성학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은 여성학과를 사회학과 내의 전공이나 연계전공, 또는 대학원 과정 형태로 운영해 여성학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여성학과는 없지만 ▲페미니즘의 이해 ▲여성과 문학 ▲역사 속의 여성과 여성문화 외 9개 수업이 개설돼 있다.
수업 이외에 한동대 내 여성학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환경도 미비하다. 대학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한동대 도서관 보유 장서 총 228,580권 중 ‘여성학’과 연관된 책은 124권으로 전체의 0.054%에 그친다. 반면, 동덕여자대학교는 국내 최초의 여성학 분야 독립연구센터인 여성학센터를 설립해 여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센터 안에 여성학 도서관과 한국여성연구소가 있어 여성 관련 각종 문헌 자료를 보관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여성학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초청 강사의 특강이나 여성학 학회·동아리도 활성화 돼 있지 않다. 현재 학생들 사이 여성학 교육은 단체 등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페미니스트 홍승은 씨의 강연이 교내 비공식 학생단체 ‘들꽃’의 주최로 열렸다. 강연을 주최한 ‘들꽃’ 김호수 회원은 “다른 학교에 비해 한동대에 여성학을 배울 수 있는 특강이나 공식적인 모임이 없다.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여성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공론장 역할을 할 동아리와 학회는 현재 전무하다. 1990년대 후반에 ‘한동여성학회’가 개설됐지만 2000년대 중반 사라져 한동대 내 처음이자 마지막인 여성학 학회가 됐다. 여성학을 공부하고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교내 동아리 역시 없다. 15-2학기 비공식적으로 여성학을 공부하는 독서모임이 생기긴 했지만 현재 공식적인 활동은 중단된 상태다. 

변화를 향한 여성들의 노력

여성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여성학 교육과 여성운동이 활발하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경우 불평등한 사회에서 여성의 실상을 인식하기 위해 ▲여성학의 기본개념 ▲노동 ▲가족 ▲성 등의 주제로 토론과 발표를 한다. 인도의 경우 지난 2006년에 여성 단체 ‘굴라비 갱(Gulabi Gang)’이 설립됐다. 본 단체는 여성들이 분홍색(Gulabi) 옷을 입고 남성들의 폭력에 맞서 여성 인권을 보호하는 단체이다.
한국에서도 여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문화예술계 쪽에서 성 추문이 전반적으로 퍼지자 성폭력 및 여성혐오의 사례를 기록·저장하는 ‘여혐 아카이빙’ 운동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홍익대학교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 SNS를 통해 자신이 당한 성폭력 이야기를 폭로하는 해시태그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여성문제를 해결하려는 운동이 확산되자 대학 내에서도 동아리, 학회가 활성화 되고 있다. ▲숙명여대의 ‘S.F.A’ ▲한양대의 ‘월담’ ▲동덕여대 ‘WTF’ 등 전국의 여러 대학에서 여성학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동아리들이 많아지고 있다. 2017년도 숙명여대 ‘S.F.A’ 동아리 김지연 회장은 “’S.F.A’ 동아리는 여성학 및 젠더정치학을 공부하며 일상 속에서 여성주의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성차별 발언 고발 대자보를 붙이거나 다른 학회와의 연대세미나 진행, 그리고 매 학기 정기 세미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문학카페 36.5˚를 운영하는 페미니스트 홍승은 씨는 “페미니즘은 학문, 이론에서 그치는 게 아니다. 학회나 동아리 모임과 같이 ‘일상에서의 실천’을 통해 같이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2016년 5월 17일 새벽에 강남역 부근의 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김 모(34세) 씨가 불특정한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살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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