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1인 문화 열풍이 불고 있다. 혼자 밥 먹기(혼밥)부터 혼자 영화 보기(혼영), 혼자 노래하기(혼곡)를 즐기는 ‘나홀로족’은 이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5년 통계청 자료를 찾아봐도 국내 1인 가구는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27.2%로, 이는 2000년 15.5%에 비해 11.7%, 2010년 23.9%에 비해 3.2% 증가한 수치다.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생겨난 1인 문화는 식품·여가업체에 영향을 주며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1인 문화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자가 하루 동안 ‘나홀로족’이 돼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1인 문화의 매력을 느껴봤다.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1인 문화는 혼밥이다. 혼밥을 하는 사람을 칭하는 ‘혼밥족’, ‘혼밥러’라는 용어도 있다. 간편하게 시켜 먹는 것을 선호하는 1인 가구로 인해 새로운 배달앱도 등장했다. 최근에 생겨난 맛집 배달 앱 ‘식신히어로’는 강남지역의 유명 맛집 200여 곳의 음식을 집으로 시켜먹을 수 있다. 또한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맞춤형 도시락, 식품들을 마련하고 있다. 혼밥족이 늘어남에 따라 1인 식당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초기 등장한 라면, 햄버거 등 1인 식당에서 최근에는 칸막이 구조의 1인 고깃집까지 등장했다.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선한 모습의 식당은 연일 SNS와 뉴스 기사에 등장하며 화제였다.

 

이젠 고기도 ‘나 혼자 먹는다’

기자는 1인 고깃집 독고진 식당을 점심식사 장소로 정한 후 혼자만의 하루를 시작했다. 경기도 부천시의 독고진 식당은 대한민국 최초 1인 고깃집으로 문을 연 지 한 달 정도 된 따끈따끈한 식당이다. 식당으로 가는 길. 혼밥의 장점과 1인 식당의 매력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식당 문을 여니 “어서 오세요,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라며 사장님이 반갑게 맞이해줬다. 메뉴판을 살피니 1인 식당의 특색이 눈에 띈다. 기존 식당과 달리 메뉴는 1인분 주문이 기본이였고, 반 인분 추가와 같은 처음 보는 메뉴도 있었다. 독고진 식당 사장 한진수(경기도 부천시 35) 씨는 “가게는 거의 4인용 책상이라 혼자 있기 좀 그렇고, 1인분을 못 시키는 식당도 대부분이죠. 그래서 1인 고깃집을 떠올리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생삼겹살 1인분을 주문한 후 식당을 찬찬히 살폈다. 1인 식당은 구조에서 기존 식당과 큰 차별성을 보인다. 독고진 식당의 책상은 앞사람과 옆 사람이 보이지 않는 독서실 책상과 같은 구조로 식당이 아니라 독서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일자로 놓여진 칸막이형 책상에 앉아 있노라면 주변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고기가 나온 후 불판에 고기 몇 점을 올리고 나니 고기가 익는 동안 할 것이 없어 가만히 앉아 있게 되는 시간을 책상 위 텔레비전이 메워줬다. 처음 가본 1인 식당이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마치 집에서 고기를 구워 먹듯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1인 식당의 주된 매력은 편안함에 있었다. 한 씨는 “가게를 차리면서 제일 지향하는 것은 편안함이었어요. 1인 식당에서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요”라고 말했다.
1인 식당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1인 샤브샤브집, 1인 보쌈집 등 다양한 1인 식당도 등장하고있다. 3월 9일 열린 2017 프랜차이즈산업박람회장에는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1인 식당, 배달서비스 등의 창업아이템 브랜드가 대거 참여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의 만 15~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혼밥 및 1인 식당과 관련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1인 식당에 대한 향후 이용 의향은 73.4%에 달했다.

 

영화에 더 빠지고 싶다면, ‘혼영’

배를 두둑히 채운 후, 본격적으로 놀아보자 마음먹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관에 들어가 가장 끌리는 영화를 바로 예매했다. 평소라면 친구와 날짜와 장소, 함께 볼 영화를 고르느라 고민했을 텐데 혼자 있다 보니 이런 고민은 불필요했다. 영화를 고르기 전 이리저리 고민해 시간을 끄는 ‘결정 장애’도 이 순간은 친구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나만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평소보다 즉흥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은 혼자 놀기만의 매력이다. 영화표를 예매한 후, 남은 시간 주변 게임장을 혼자 둘러보며 구경하다 영화 상영관에 들어가 앉았다. 기자처럼 혼자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듬성듬성 보였다. 영화가 시작되니 큰 영화 상영관 속에 혼자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앉지 않았던 당일, 그렇게 혼자 앉아 영화를 보니 평소보다 영화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혼자 영화보기는 나홀로족이 쉽게 즐기는 여가생활 중 하나다. 영화업체 ‘CGV리서치센터’가 CGV 회원 고객 수를 분석한 결과, 혼자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은 2012년 7.7%에서 2015년 10.7%, 2016년 13.3%로 증가했다. 한 번이라도 혼자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 고객의 비중도 2012년 20.8%에서 지난해 32.9%로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뽑은 혼영의 장점은 기자가 느낀 것과 비슷했다. 동 설문조사에 따르면 혼자 영화를 관람하는 이유로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어서’(57.4%)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시간·장소를 정하는 것이 귀찮아서’(20.3%), ‘동행인을 찾는 것이 귀찮아서’(13.1%) 등이 뒤를 이었다.
혼영족을 위한 황금시간대도 있다. CGV 리서치센터 결과에 따르면 1인 관람객들은 아침 시간 또는 심야 시간대를 주로 이용했다. 평소 혼자 영화를 즐겨본다는 신은경(경기도 양주시 24) 씨는 “조조나 심야시간 때는 평소보다 사람이 많이 없어 좋다”라며 “영화관에 사람이 많이 없을 땐 관크(‘영화관 비매너’를 뜻하는 ‘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가 없어서 그 시간대에 많이 가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영화관에서도 혼영족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분기 별로 진행하고 있다. 롯데시네마에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나눠줬던 쿠폰북에는 1인 할인권, 팝콘과 음료 한 잔을 묶은 ‘심플콤보’ 등 혼자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을 위한 쿠폰이 다수 포함돼있다. CGV에선 1인 고객을 위한 팝콘 세트 ‘싱글팩’을 판매하며, 메가박스는 1인 고객을 위한 1인 좌석까지 마련했다.

▲ 김정은 일러스트 수습기자 kimje@hgupress.com

500원의 행복, 동전노래방

영화를 보고 나오니 해가 기웃기웃 저물어 간다.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하자니 뭔가 아쉽다. 혼자 무엇을 하며 더 놀 수 있을까 고민하며 주위를 살피니 동전노래방이 눈에 띈다. 하루의 마무리엔 노래 한 곡이 딱일 것 같다. 지갑에 동전이 있나 주섬주섬 살피면서 동전노래방으로 향했다. 동전노래방은 기존 노래방에 비해 작은 공간으로 돼 있어 혼자 노래를 부르기에 용이하다. 동전 500원을 동전 투입구에 넣으면 노래 한 곡을 부를 수 있다. ‘한 곡만 불러볼까’하는 마음으로 500원을 노래방 기계에 넣고 노래 한 곡을 불렀다. 그러다 한 곡 더 부르고 싶어져 다시 500원을 넣었다. 내가 부르고 싶은 만큼 동전을 넣어 노래를 부르니 돈과 시간에 대한 부담이 기존 노래방보다 적다. 또한, 동전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를 때의 장점은 무엇보다 편하다는 데 있다. 혼자 있다 보니 더 편안히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친구들과 여럿이서 노래방에 갔을 때처럼 분위기에 맞춰 선곡할 필요도 없다. 아무리 절절한 발라드라도 마음껏 부를 수 있다. 노래를 부르다 음이탈이 나서 창피할 걱정도 없다.
동전노래방에서 혼자 노래 부르는 것을 즐기는 ‘혼곡족’들이 점차 늘고 있다. 자칭 동전노래방 매니아 이정희(경기도 남양주시 23) 씨는 “평소 노래방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동전노래방이 아니면 혼자 가기 좀 그랬었다. 혼자 가기 돈도 비싸고 시간도 많아서”라며 “요즘에는 동전노래방이 많이 생기는 것 같고, 혼자 노래 부르러 가는 친구들도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동전노래방에 대한 관심은 이용자에만 있지 않다. 동전노래방은 2017년 예비창업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창업 아이템이다. 동전노래방 ‘코인락스타’를 운영하는 라이온에프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월 코인노래방 창업문의는 전년 동기간 대비 약 162%까지 증가했다.

나홀로족이 돼 본 하루는 여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많은 나홀로족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닐슨코리아가 2016년 1년 동안 ‘혼밥’과 관련된 국내 온라인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혼밥에 대한 이미지는 처량, 쓸쓸도 있었지만 편안, 만족과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다. 나홀로족을 위한 식품·여가 업체의 등장으로 혼자서 더욱 쉽게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때로는 친구나 가족과 즐기는 여가가 아닌 혼자만의 여가생활로 색다른 삶의 여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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