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제도(The Honor System)에서 ‘아너(Honor)’는 영광, 명예와 같은 뜻을 가진다. 특별히 한동대학교는 여기에 ’정직‘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미래 세상을 바꾸는 지도자는 무엇보다 진실하고 정직해야 합니다. 정직성 교육이 한동인의 자존심입니다.’ 한동대의 설명이다. 학교의 명예와 더불어 나의 명예, 그리고 하나님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한동대학교의 명예제도의 핵심이다. 명예제도에 따라 시험을 치르면서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학생들과 교수 사이에 신뢰가 쌓인다. 새치기를 하지 않는 등 사소한 일들이 모여 한동대학교의 명예제도를 이룬다.
그러나 요즘 종종 ‘과연 한동대학교의 명예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과연 학생들의 인식 속에 명예제도라는 것이 바르게 자리잡고 있는지, 단순히 학교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니까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명예제도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형식화다. 모든 신입생은 입학과 동시에 명예서약식에 참여한다. 또한 11월 첫째 주 명예주간에는 재서약식과 캠페인이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사들은 명예제도를 형식적으로만 유지하는 수단일 뿐, 명예제도의 실천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하다. 필자는 학생들이 명예제도 관련 행사에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도가 완비되고 형식이 다듬어져도 자발적인 참여로 이어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한동대학교에 재학 중인 한 선배는 왜 자신이 명예서약식에 참여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쩌면 학생들은 명예제도에 대한 인식이 바르게 잡혀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전통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뼈대만 남은 명예제도는 엉뚱한 곳에 사용된다. 다름 아닌 남을 정죄할 때다. 팀 카카오톡 채팅방에 비양심적인 사례가 올라오면 팀원들은 ‘아너코드를 어겼다’라며 비판한다. 명예제도를 정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아너코드에 따르면 ~해야 한다’는, 명예제도의 본질과 거리가 먼 이야기만 맴돌고 있다.
명예제도의 본질을 회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필자는 명예제도를 주제로 선배, 교수 등과 대화의 장을 여는 것을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싶다. 서로의 공통적인 생각을 알아가고, 차이 를 메꾸는 시간이 필요하다. 명예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를 지켜나가는 과정 자체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 대화 속에서 ‘명예제도는 학교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형식적 제도가 아니라 학생들이 만들어나갈 제도’이며, ‘잘못된 행실을 정죄하는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 겸비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예제도 관련 사례와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명예제도 관련 페이지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페이지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명예제도와, 특정 상황에서 어떤 것이 명예제도를 지키는 일인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주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행동을 자랑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단순히 서약식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을 실제로 어떻게 지켜나가는지 나눌 수 있다면, 다른 구성원들이 명예제도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동대학교의 명예제도는 세상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부정행위와 같은 동기 없이 구성원이 함께 명예제도를 만들었다. 비록 지금 아프고 부족한 명예제도지만, 이번에도 모든 구성원이 모여 이 아름다운 제도를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양다은(국제어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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