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교수는 사고와 만났다. 그리고 현재 헤어진 상태다. 대학교 4학년, 이 교수는 오빠와 함께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던 중 음주 운전자에 의해 사고를 만났다. 그는 이 사고로 몸의 절반이 넘는 곳에 화상을 입고, 수차례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았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선아 사랑해’라는 에세이가 탄생했다. 이후 그는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 과정을 거쳐 2017년 한동대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이번 학기 아동복지론, 사회복지 정책론 수업을 열고 사회복지개론 수업 중 일부를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요일 오전, 맘스 카페에서 만난 이지선 교수는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있지 않은 것을 기대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교수로서의 기대감, 사고와의 만남과 헤어짐,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관해 이야기한 그는 사람을 사랑하는 학문을 가르치고,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그는 “난 이렇게 말하고 끝이겠지만, 또 정리하고 쓰려면 한참 걸리겠네”라며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교수로서의 첫발

 

▲ 한동대 교수로서 첫 걸음을 내딛는 이지선 교수. 김기원사진수습기자 kimgw@hgupress.com

Q 지난 학기에 강의하러 한동대에 오셨을 때와 교수로 부임해 온 지금, 어떤 달라진 점이 있나요?

그때는 그냥 손님으로 왔었던 것이었는데, 학생들이 참 예쁘구나, 귀엽구나, 생각보다 되게 똑똑하구나, 내가 대학생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을 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구나, 그냥 그런 느낌을 가지고 갔었어요. 근데 지금 되게 떨려요. 그런 학생들을 내가 그냥 손님으로 만나는 게 아니라 계속 만나야 하니까요. 또 혹시나 학생들이 뭔가 나에게 있지 않은 것을 기대하면 어쩌나, 뭐 언론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를 기대하면(웃음). 그런 걱정들도 좀 있고.

Q 다른 대학이 아니라 특별히 한동대에 오신 이유가 있나요?

공부하러 미국에 처음 갈 수 있었던 게 하용조 목사님께서 온누리 교회 장학금을 주시면서 갈 수 있게 됐거든요. 근데 공부가 끝나고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로 한국에 돌아왔는데, 하용조 목사님이 특별히 사랑하셨던 학교에 올 수 있게 돼서 하용조 목사님이 살아계셨다면 좋아해 주셨겠다. 뭔가 보람되다고 생각해주지 않으셨을까. 그래서 더 감사하고 여기로 오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이라고 더 확신하게 된 거예요.

Q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으신 지식이나 가치는 어떤 것들인가요?

다른 모든 학문도 그렇지만, 사회복지는 특히나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학문이거든요. 의미도 없고. 모든 일이 그렇지만요. 지식은 저도 그렇게 아는 게 많지는 않아요. 크게 다르지 않아요(웃음). 불과 1년 전에는 저도 학생이었으니까요. 그냥 저랑 같이 공부하면서, 다른 교수님들도 그러시고 계시겠지만, 이웃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우리가 왜 공부하는지, 이걸 어떻게 쓸 건지 계속 고민하면서 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웃음).

사고와의 만남, 그리고 이별

Q 과거에 하셨던 인터뷰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표현 대신 ‘사고를 만났다’는 표현을 하셨는데, 특별히 그렇게 표현하신 이유가 있나요?

사고를 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내내 피해자로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처음에 내가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던 이유는 그거였던 것 같아요. 피해자로 살고 싶지 않아서. 피해자로, 어떤 음주 운전자에 의해 일어난 사고의 피해자로 살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남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게 비치는 것도 싫었고요. 근데 하나님께서 실제로 그렇게 살게 하지 않으셔서, 사고를 만났다가 헤어진 사람으로 살게 해주셔서 나중에 제가 더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돌아보면 그게 저의 삶의 태도를 결정했던 것 같아요.

Q 사고를 만나시기 이전, 교수님께서 바라보시는 교수님의 성격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덩치가 큰 오빠가 하나 있고 저는 늘 작고, 둘밖에 없지만 되게 막내딸로 자랐어요. 열심히 하는 것 없어도, 밥만 먹어도 잘했다 그런 소리 들으면서, 학교 가면 잘했다 뭐 그냥 그렇게 자라서. 막 이렇게 열심히 해서, 도전하고 그랬던 기억은 잘 없어요. 그래서 뭐 겪은 일이 그랬기 때문에 의지가 대단해 보이지만, 진짜 때마다 주시는 은혜가 있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손길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나왔지. 이를 악물고 살았던 순간들이 분명 있긴 하지만 제가 막 특별히 의지가 대단한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저를 봤을 때. 중간에 잘 관두고 그랬었거든요(웃음).

Q 사고를 만난 후, 많은 변화를 겪으셨어요. 그중 외적인 부분들에 대한 변화는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지금도 되게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예쁜 것도 좋아하는데, 근데 제가 지나온 시간에 그 ‘의연’하다고 말했던 그런 부분들이 제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제가 흔들리지 않은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이거든요. 남들이 나를 보는 시선, 물론 굉장히 괴롭고 힘들었지만, 그게 너무나 많이 한순간에 달라져서 너무나 괴로웠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 바라보시는 나로 제가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외모라는 것이 누구랑 비교하면 나는 좀 덜 다친 것 같기도 하고, 또 누구랑 비교하면 너무 많이 다친 사람이고, 너무 많이 상한 사람이고. 물론 흔들리지만, 사람인지라 누군가의 시선과 말과 때때로 거울을 볼 때 흔들렸던 적도 있었지만, 그것이 결코 넘어지거나 꺾어지지 않았던 건 하나님이 붙잡아주셨던 그 사랑, 나의 정체성을 거기서 발견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조심스럽지만, 혹시 교수님께 ‘장애’라는 단어가 불편함으로 다가오나요?

처음에 다쳤을 때, 너무 힘들었던 이유가 바로 내가 가지고 있던 ‘장애’를 바라보는 불편함,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내가 된 거잖아요. 그게 너무 괴로운 거예요. 실제로 겪어 보고 당사자가 되고 나니까. (장애라는 것은) 그냥 받아들여지는 것이고, 가지고 살다 보면 익숙해지고, 또 어떤 부분들은 넘어설 수 있게 되고, 또 인정하고 넘어가는 어떤 부분들이 생기는데. 그래서 내가 이 일을 겪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미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불쌍히 여기지도 말고, 미안해하지도 말고. 어려워하는, 거기서부터 부정적인 인식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예전 사진전에서 여는 커팅식에 나를 불렀어요. 가위로 자르는 행사 있잖아요. 뭐 대사하고, 국회의원 하고 막 세워놓고 섰는데, 나만 가위를 안 주는 거예요. 내가 손이 불편하니까 가위질을 못 할것으로 생각한 거예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은 이런 거란 말이에요. 근데 그냥 물어보면 돼요. ‘괜찮으시겠어요?’ 이렇게 한번 물어보면 되는 일이거든요. 같은 사람이라는 거. 덜 미안해해도 되고 덜 불쌍히 여겨도 되는 것 같아요.

Q 교수님이 겪으셨던 가장 달갑지 않은 시선은 방금 말씀하신 그런 시선들이었나요?

나는 극복이 되었고, 극복하는 중이었어요. 근데 마켓에 간다거나, 백화점에 간다거나, 그냥 거리를 나섰을 때, 사람들이 나를 보자마자 나를 너무 불쌍해하는 거예요. 그런 눈빛으로 나에게 2, 3초 더 머무르는 것. 예전 같았으면 그냥 보고 지나갔을 나를,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계속 보는 거예요. 나는 여전히 속은 같은 사람인데. 그런 호기심과 동정의 눈빛, 그게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 때도 있고 행복할 때도 있지만 멋대로 판단하면서 눈빛을 보내더라고요. 근데 나도 과거에 그랬어요. 나도 과거에 나와 다른 사람들을 볼 때 ‘왜 저러지’ 했거든요. 근데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그게 굉장히 큰 폭력이었구나’를 겪어보고 나서야 알게 됐죠.

Q 장애를 가진 한동대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신이 장애를 가졌다고 규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부분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안 그럴 거예요. 나는 그냥 나거든. 다른 인생을 살아본 적 없어서 그냥 (장애라는 것은) 하나의 특징일 뿐이고, 흔히들 가지고 있는 단점 중 하나거든요. 우리 학생들이, 네, 잘살고 있을 거예요. 주변에서 특별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대신 요청할 때는 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도움을 받을 때 자존심이 생길 때가 있더라고요. 그런 마음도 자유롭게 가지고, 친구끼리 도와줄 수 있는 일이잖아요. 요청할 줄도 알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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