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조용히 있는 게 더 편한 시대다. 시끌시끌한 것 같아도, 목소리가 나오기 쉽지 않다. 꿋꿋이 울리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드물다. 한때 우렁차던 목소리에 힘이 점점 빠져가는 건 ‘시간의 흐름’이니 익숙하다. 공론으로 가지 못하고 좌절한 목소리는 오히려 허다하다. 그러니 사회가 요란해도, 보이는 만큼 들리지는 않는다.
총학생회와 자치회가 꽤나 어렵게 입을 뗐다.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총장인선절차 관련 정관 개정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단순히 정보 전달 공지를 올리는 것을 넘어,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추운 날씨에 정장을 입고, 채플 앞에서 확성기를 든 그들의 모습은 단지 자신들의 리더를 맞이하는 데 함께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었다. 학생사회는 반응했다. 1,146개의 서명, 목표 이상이다.
그런데 마음 한 켠에 막연한 긴장감이 감돈다. 드디어 새어 나오기 시작한 학생사회의 목소리에 마냥 기분 좋을 수가 없다. 총장인선절차 제정 문제에 대한 이 움직임이 출발선상에서만 맴돌까 불안해서다. 이들 목소리가 이어져야 할 방향은 확실하다. 자치회와 총학로부터 시작된 목소리는 이제 학생사회에 공론화돼야 한다.
공론화는 공동체의 사안을 대하는 이상적인 방법의 하나다. 공공 사안에 대한 정보를 구성원에게 충분히 전달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고 함께 논의하는 것. 이 자체도 좋은데, 결과도 좋다. 공론화는 민주적인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 그러므로 공론화는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말하고 결정하는 현명하고 적절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17일 있었던 제22대 총학생회장단 후보 공청회에서 ‘기대’는 한동대의 여러 현안에 대한 대책으로 어렵지 않게 ‘공론화’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공론화가 쉽지 않다. 기대가 제시한 공론화가 얼마나 막막한지는 제22대 총학생회장단 선거의 최종 투표율 49.55%로 나타났다. 투표 거부라는 정치적 선택 등의 다른 변수를 감안해보지만, 기대에 대한 공론화의 온도는 사뭇 뚜렷이 느껴진다. 그럼 이제 막 공론화를 시도한 총장인선절차 관련 정관은 어떻게 될까. 1,000여 명의 이름은 공론화를 이끌 수 있을까. 한동대는 아직 많이 평화롭고, 정관은 조금 멀리 있다.
16-2학기 한동신문의 첫 호 대학기획 주제는 ‘공론장의 위기’였다. 공론화가 이뤄지는 이상적 공간을 논하면서, 한동대 공론장의 붕괴를 이야기했다. 한동신문도 거기 있었고, 기사가 제시했던 공론장의 여러 조건은 내 숙제였다. 이번 학기 줄기차게도 한동대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바로 당신의 문제라고 내가 알려줬던가. 목소리를 내는 동시에 학내 목소리를 공론화해야 했지만, 공론장은 지금 오히려 더 막막하다.
‘한동신문은 한동의 공론장이었나’ 질문에 할 말이 없는 기자다. 목소리에 힘이 빠졌던 것은 아닐까, 무섭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부탁한다. 같이 이야기해달라. 계속 목소리를 내달라. 공론화의 이상은 구성원들의 목소리로 그려진다. 그러니 같이 한동의 미래를 선택해달라. 목소리가 지치지 않고 울리는 한동을 바란다. 그 가운데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오길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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