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대표 철강기업 포스코(Pohang Iron & Steel Company), 포항 지역 축구단인 포항 스틸러스(Pohang Steelers)라는 이름부터 포항에서 열리는 ‘스틸 디자인 공모전’, ‘스틸 라이프 전’과 같은 행사까지. 포항과 철은 뗄 수 없는 사이다. 포항은 지역을 대표하는 물질인 철을 예술과 결합시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포항이 철의 도시로 불리게 된 것은 1981년 포항제철소(현재 포스코)가 들어오고 나서부터다. 넉넉한 부지와 충분한 수력 공급량으로 포스코가 세워진 ‘철의 도시’ 포항은 철과 예술을 계속해서 접목시켜 왔다. 철을 소재로 한 축제인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Pohang Steel Art Festival)’과 ‘스틸 아트 뮤지엄(Steel Art Museum)’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포항시립미술관이 그 예다. ‘스틸 라이프(Steel Life) 전’, ‘무브먼트 스틸아트(Movement Steel Art) 전’ 등 스틸아트에 대한 전시를 매년 기획했던 포항시립미술관이 올해는 ‘스틸 드로잉(Steel Drawing)’과 ‘철이 들려주는 메시지’ 두 가지 주제의 전시를 기획했다. 10월 13일부터 시작된 전시와 10월 1일부터 시작된 축제를 통해 ‘철의 변신’을 만나고 왔다.

마음을 이끄는 철의 표현

포항시립미술관 2층의 2전시실에서는 ‘스틸 드로잉’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권남득 ▲김승주 ▲고산금 ▲황혜선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선과 도형으로 이뤄진 전시물들이 주를 이뤘다. *학예사 최옥경 씨의 안내에 따라 작품을 관람했다. 제2회 POSCO Steel Art Award 대상 수상자 권남득 작가는 조소와 금속공예를 전공했기 때문에 철이라는 소재를 쉽게 다룬다. 권 작가는 철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디지털적, 기계적 요소를 접목해 작품을 시각적으로 만들어낸다. 권 작가의 ‘검은 바다’라는 작품은 사람이 작품을 보러 오면 센서가 이를 인식해 조형물 바퀴가 돌아간다. 노를 상징하는 장치가 바닥에 닿으면 기계가 움직이는 방식은 노가 바다에 닿으면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조형물 맞은편의 LED 판을 통해 검은 바다에 비치는 달을 표현했다. 최 학예사는 “철이라는 딱딱하고 기계적인 것인 물질을 LED를 이용해 감성적인 부분을 나타낸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 관람객들이 학예사 최옥경 씨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최용훈 사진기자.

‘검은 바다’ 옆에는 ‘철의 호흡’이라는 제목을 가진 영상물이 전시되고 있다. 이 작품은 철가루에 자력을 줬다 놨다 하며 마치 한 송이의 꽃이 피는듯한 철가루의 움직임을 나타냈다. 최 학예사는 “철이라는 게 생명이 없다고 단정 짓는 물질이지만, 생명이 있을 수도 있지도 않을까 하는 작가님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영상이다”라며 “철은 무겁고 까맣다는 것 이상으로 철을 재해석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김승주 작가는 ‘자’를 모티브로 작품활동을 한다. 1cm라는 단위는 어느 곳에서나 같은 단위다. 하지만 김 작가는 이것을 사회가 가진 규범∙규칙일 수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드러냈다. 김 작가는 이 단위를 나타내는 자를 파괴하고 확대하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자(Ruler)와 로봇(Robot)을 합성한 단어인 ‘루보토(Ruboto)’라는 이름을 가진 작품이다. 모양만 다르게 구부러진 자로 보이지만 작품의 이름은 각각 다르다. 또한 이 작품은 부드럽고 유연하고 가벼워 보이기까지 한다.
관람을 마치고 나면 전시의 주제인 ‘스틸 드로잉(Steel Drawing)’이 ‘Draw’인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다. 작가들은 철을 이용해 ‘그리기’도 하고, 머릿속에서 각자의 생각을 ‘도출해내’ 작품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 작품들은 사람들의 마음은 ‘끌어당기게’ 된다. 이로써 단어가 가지는 다양한 뜻을 모두 나타내준다.

철이 들려주는 예술 이야기

포항시립미술관 1층의 1, 3, 4전시실에서는 ‘철이 전하는 메시지’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이애경 *도슨트의 안내를 받아 ▲최태훈 ▲우징 ▲김재각 ▲하석원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철의 작가라고 잘 알려진 최태훈 작가의 작품들은 마치 극세사로 만든 듯 부드러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철근 결속선을 두드리고 용접한 최 작가의 노력의 산물이다. 도슨트 이 씨는 최 작가의 작품 ‘철의 흔적 3’ 작품에 대해 “부드러워 보이게 만든 철근 결속선에 섬세한 우레탄 도색을 해서 생과 사, 탄생과 소멸을 나타낸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철의 딱딱한 느낌보다는 부드러움을 강조한다. ‘철의 흔적 1’은 가로 14m, 세로 180cm의 매우 큰 작품이다. 파도처럼 결이 살아있는 이 작품의 명암은 전시관의 조명 밝기 조절을 통해 표현된다.

▲ 철의 부드러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애경 도슨트. 최용훈 사진기자.

철을 깎아내는 조각을 하며 나오는 철가루를 이용해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도 있다. 바로 우징 작가다. 철가루를 소금물에 담가 놓으면 부식으로 인해 물감처럼 끈적한 상태가 된다. 우 작가는 그 액체로 철판 위에 그림을 그린다. 도슨트 이 씨는 “부식을 이용한 작품들은 전시가 진행될수록 빛을 발한다”라며 “철이 산화돼 붉게 변하는 과정이 새로움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우 작가는 음악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기타나 가야금을 철로 만든다. 모양새만 악기가 아니라 실제로 연주가 된다. 이 작품들은 철은 미술뿐만이 아닌 음악 분야까지 확대돼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전시에서 만난 8인의 작가들은 각자가 느낀 서로 다른 철의 특성들을 살려 그들만의 작품세계에 녹여냈다. 학예사 최 씨와 도슨트 이 씨는 이 전시회에 대해 “철의 견고함, 무거움, 자성과 같은 특성을 이용하기도 하고 그 고정관념을 깬 작품들도 만날 수 있어 철의 새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라며 입을 모았다.

철의 정원에서 열린 축제

2012년부터 시작해 5회째를 맞이한 ‘2016 스틸아트페스티벌’은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열렸다. 수많은 스틸아트들이 영일만을 수놓는다는 의미를 가져 ‘철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은 철의 문화적 코드를 예술 및 문화활동과 융합해 많은 이들이 철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끔 하는 세계에서 하나뿐인 축제다. 스틸아트웨이를 조성해 각종 스틸 조각 작품을 전시하고 스틸을 이용해 체험행사 등을 열었다. 축제의 현장 속 다양한 푸드트럭과 음식을 판매하는 천막들은 그곳이 축제의 현장임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축제 전시 입구에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영일만을 가슴에 안은 곳’, ‘연오랑세오녀의 유서 깊은 역사가 담긴 도시’와 같이 포항의 소개를 큰 철판에 새겨 배치해놨다.

▲ 영일대 해상누각과 'With Flowers' / 김병규 作. 최용훈 사진기자.

축제 장에는 국내외 스틸 아티스트들과 다양한 철강 기업의 조형물이 전시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철강기업 홍보부스, 시민 참여 작품 전시 부스와 같은 부스에서 다양한 전시물을 구경할 수 있다. 파이프 공작 부스, 와이어 아트, 병뚜껑 레진 아트 등의 부스에서는 나만의 작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축제의 귀여운 마스코트 철이는 시민들과 함께한다. 철과 다양한 분야를 연계해 철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표현한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에서 축제의 활기로 인한 철의 생명력을 느끼게 해 준다. 축제 관광객 김순남 씨는 “딸이 여기서 공연을 해서 오게 됐다”라며 “하지만 이런 계기가 없어도 와볼 만큼 즐거운 축제다”라고 말했다.

공업재료로만 쓰여 경제적으로만 중요한 물질이라 여겨졌던 철이지만, 이제는 예술가의 손을 만나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날로 발전하는 철은 예술을 뛰어넘어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매력이 철철 흘러넘치는 철의 도시인 포항은 매년 새로운 변신을 선보일 것이다.
 

 

*학예사: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관람객을 위하여 전시회를 기획•개최하고, 작품 또는 유물을 구입•수집•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 또는 그 직업을 가리킨다. 보통 큐레이터(curator)라고 부르기도 한다.
*도슨트(docent): 일정한 교육을 받고 박물관•미술관 등에서 일반 관람객들에게 전시물 및 작가 등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안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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