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침대 끄트머리에 여러 감정의 찌꺼기가 대롱거린다. 그것들이 서로 달그락거리며 부딪히는 소리에 잠이 오지 않는다. 많은 것이 뒤섞여서 인지 막연한 불안감이 앞다투어 고개를 들고 눈시울이 찰랑거린다. 믿음을 베푼다고 생각하는 멍청이와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 미처 끝내지 못한 과제, 그리고 6천야드 밖으로 미뤄 놨던 미래. 너는 나를 삶이라고 말하는가.

‘걱정이 하나도 없는 밤은 가짜야, 진짜일 리 없어.’

애써 가짜 밤을 넘기자, 새벽이 찾아온다. 잘못 삼킨 감정이 사래 들린 듯 새어 나와, 일어서 창문 앞에 선다. 창문을 여는 순간, 코를 찌르는 초겨울 냄새에 맵짠 바람이 휘몰아쳐, 침전된 마음이 마구잡이로 떠오른다.


새벽은 파랑과 주황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 밤을 지새게 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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