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이 한창이다. 덕분에 남의 돈으로 골프 치고, 좋은 밥 먹던 ‘인복 넘치는’ 분들도 부쩍 자기 지갑을 챙기기 시작한 모양이다. ‘김영란 정식’과 같은 간소한 메뉴들이 등장하는 것도 이제는 제법 익숙하다. 한 달을 남겨둔 2016년의 연말연시 역시 쓸데없이 거창하지 않은, 조촐한 마무리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김영란법의 영향이라도 받았는지, 지난 8일 발의된 총학생회 회칙개정 발의안(이하 발의안)도 ‘부분 개정’이라는 간소한 구성을 선보였다. 각 RC 거주자들이 직접 뽑은 RC 대표들에 대한 내용은 총학생회 회칙개정 TFT(이하 회칙개정TFT)가 논의했을 때 이미 배제됐다. 추가로 학부협력회(이하 학협)의 해체도 사라졌다. 끝이 아니다. 징계 관련 조항은 양형기준도 없이 ‘징계위원회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가, 반대 의견이 나오자 일주일 만에 양형기준을 만들어 겨우 발의안에 포함했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의원은 회칙개정TFT의 활동을 반영한 총학생회 회칙개정안(이하 개정안)을 두고 연신 문제점을 발견해냈다. 장시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토의가 이어졌다. 2016년이 한 달이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양형기준’의 부재가 백미를 장식했다. 일주일 동안 양형기준을 만들며 얼마나 많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을까. 그 당연한 의문에 대한 답은 발의안에 담겨있다.
조촐한 마무리의 이유는 회칙개정의 시작 단계에서 찾을 수 있다. 학협이 해체되지 않은 이유는 ‘학협을 해체하지 않아도 당파 가능성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서’가 아니다. 기존 문제점이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가장 거대한 이슈였던 만큼, 애초에 회칙개정TFT가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는 없었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다. 단 일주일의 집중합숙 동안 총학생회 회칙을 모조리 논의했기 때문이다. 징계, RC, 그 밖의 많은 조항에서 쏟아질 문제들을 회칙개정TFT는 알고 있었을까. 조촐한 시작은 조촐한 마무리를 낳았다.
본격적인 논의는 하계방학 중 진행하겠다며 지나간 16-1학기가 아쉽다. 회칙개정TFT가 모여서 합숙한 1주일을 제외한 나머지 하계방학이 아깝다. 본지 역시 그 아쉬움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총학생회 회칙개정이 진행되는 와중에 그 문제점을 다 집어내지 못한 부족함을 사과한다. 일단 오는 18일 열릴 제1차 학생총회에서 이 조촐한 마무리를 함께해달라. 이 아쉬움을 발판삼아, 언젠가 회칙개정의 진정한 마무리를 함께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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