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 사회가 뜨겁다. 매일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과 의혹들로 뉴스 헤드라인이 채워지고 있으며 온 국민은 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지난 12일 광화문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여 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머리가 흰 노인, 어린아이와 같이 나온 젊은 부부, 교복을 입고 나온 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한 부류의 시민들이 거리에 나섰다. 이들을 광화문으로 모이게 한 것은 비선 실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를 통해 권력을 누렸던 수많은 사람을 향한 분노였다. 날마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을 허무하게 만들어 버린 최순실 일가를 향한 분노였고, 그런 일을 가능하게 만든 이 사회를 향한 분노였다. 그 분노의 힘이 시민들을 광화문광장으로 이끌었다.
분노는 괴로움과 동격인 감정이라고 한다. 어떤 형태의 우울증은 분노의 감정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분노를 뜻하는 영어 단어 ‘anger’가 괴로움을 뜻하는 ‘anguish’와 같은 어원이라는 면에서도 둘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에게 많은 ‘화병(火病)’은 형태적으로는 신체형 장애와 유사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우울증과 유사하다. 그래서 ‘울화병(鬱火病)’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화병’은 한국의 억압적 문화 속에서 변형된 우울장애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에 많은 국민들은 화병과 우울증에 빠졌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분노는 그들의 괴로움을 나타내는지도 모르겠다. 최순실 개인에게 한 나라가 휘둘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헌법 제1조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66조 2항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라는 원칙은 어디에 갔는가?
끝으로 ‘참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공익광고를 소개하며 국민들의 분노에 동행해 본다.

가족이 아닌데도 이모라 부르고 // 가격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 받습니다. // 어려운 일 생길 때마다 서로 힘을 모으고 // 세계는 경제 위기인데 사람들은 할 수 있다고 웃습니다. // 희망으로 가득 찬 대한민국은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