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과 19일 있었던 대규모 지진 및 대피 이후, 안전이 한동대에 큰 화두 중 하나로 떠올랐다. 지진을 계기로 기존 안전 매뉴얼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묻혀 있던 안전 매뉴얼 및 시스템에 관심이 쏠렸고,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후 한 달여 간 한동대, 총학생회, 생활관 등 여러 차원에서 지진 대처 매뉴얼이 재정비됐다. 매뉴얼 개선 및 신설로 보고체계 정비와 교내 부서별 업무 분담 규정 등 전체적인 보완•추가가 이뤄졌다. 그러나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의 신속성 및 필수 구비 물품 확보 등에서 여전히 한계가 남는다.
 

개선•신설된 지진 대처 매뉴얼

한동대는 지난 지진 대처 과정에서 매뉴얼 미비가 지적되자, 이후 지진 대처 매뉴얼의 개선 및 신설 작업을 실시했다. 총무인사팀 차원에서 기존 재난 대처 매뉴얼의 개선이 이뤄졌으며, 이를 골자로 구체적인 실행 매뉴얼과 총학 및 생활관 차원 매뉴얼이 신설됐다.
한동대는 총무인사팀을 주체로 기존에 있었던 ‘한동대학교 안전관리 세부집행계획’(이하 안전관리 계획)을 개선했다. 안전관리 계획은 지진이 발생한 9월 12일 이전에도 존재하던 매뉴얼로, 각종 재난에 대한 기본적인 대처 및 안전관리 사항을 설명하는 자료다. ▲자연재난 대비 ▲전염병 대비 ▲교육시설물 안전관리 ▲연구•실험실 안전 환경 개선 등 총체적인 안전관리 계획을 담고 있다. 총무인사팀 김지현 계장은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반적인 안전사고 관리를 위한 큰 틀은 갖추고 있었으며 이번 일(경주지진)을 계기로 지진 대응과 관련해서 매뉴얼을 좀 더 세분화했다. 또한 전체적인 학교 안전관리 계획에 대한 매뉴얼 또한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안전관리 계획을 기반으로 ‘한동대학교 지진 대응 실무 매뉴얼’(이하 실무 매뉴얼)이 지난달 4일 신설됐다. 한동대는 지난 지진 당시 기존 재난 대처 매뉴얼이 구체적인 지진 대응에 한계를 보임에 따라 지진과 관련된 총무인사팀 소관 실무 매뉴얼을 만들었다. 실무 매뉴얼은 교직원을 대상으로 해 ▲지진 발생에 따른 보고체계 ▲단계별 대응•조치사항 ▲비상근무체제 시 부서별 업무분장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상상황 발생 시 일괄적으로 통합관제실에 상황신고가 돼, 상황실과 주무부서에 상황이 전파되면 대책본부 지휘 하 상황실에서 각종 행동요령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보고체계가 작동한다. 지진 규모에 따른 재난안전대책본부 및 상황실 구성 여부와 세부 대응•조치사항, 행동요령 등도 규정돼 있다.
위 두 매뉴얼을 토대로 ‘총학생회 재난 대응 매뉴얼’(이하 총학 매뉴얼)도 추진 중에 있으며, 현재 초안이 나왔다(11월 1일 기준). 이에 따르면 재난 발생 시 총학 오피스가 신고를 받아 회장단 및 상황실에 상황을 전파하면 긴급대책본부가 소집되는 방식으로 보고체계가 작동한다. 대책본부를 상위로 ▲상황실 ▲현장지원반 ▲커뮤니케이션 ▲응급구조반 등 반을 나눠 반별 담당 임무 및 유관 부서를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총학 백이삭 회장은 “지진과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총학생회 구성원이 자신의 임무를 확실히 알고 신속히 대응하게 하는 데 주력을 했다”라며 “저희 차원에서 매뉴얼 작성은 완료됐고, 기본적인 골자는 그대로 학교 부서와 다른 학생 단체와 조율을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생활관 차원 매뉴얼도 신설 중으로, 현재 생활관 관련 근무자 및 구성원 대상 ‘생활관 재난 프로토콜’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11월 1일 기준). 생활관운영팀 김종문 계장은 “매뉴얼은 일단 만들었고, 이번 주에(10주차) 최종 결재를 받으려고 한다”라며 “생활관에서 필요한 부분들, 그동안 학생들이 좀 우려했던 것들에 대해 보완을 하면서 진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자치회 임원단 및 동장단 지진 대피 매뉴얼’도 만들어졌다. 자치회 임원단 및 층•동장 대상의 해당 매뉴얼은 비상상황 발생 시 생활관 입주생 통제와 상황 전달을 위해 마련됐으며, 주체별 담당 구역과 세부역할 등을 규정하고 있다. 자치회 이유준 회장은 “임원단회의 승인을 거쳤고, 아직 타 학생단체와는 협의가 안 돼서 겹치거나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 및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 이민주.

 

신속 대처, 여전히 어려워

지진 대처 매뉴얼이 개선•신설됐지만 한동대가 지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 여전히 미흡하다. 매뉴얼에 ‘선조치 및 후속보고’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긴 하나, 교직원 근무시간 외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처까지 지체 시간을 줄일 뚜렷한 해결책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무 매뉴얼상 재난 발생 시 일반적으로 주무부서 및 관련 부서 조치는 상황실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다. 이에 교직원들이 소집돼 상황실이 꾸려지고 지시가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히즈넷 공지도 교직원이 올리는 경우 원칙상 결재를 거치기 때문에 지진 발생 시 한동대가 즉각적으로 안내하기는 어렵다. 실제 지난 지진 당시 대피 공지를 올린 것은 자치회와 총학으로, 한동대 측의 대피 공지는 없었다.
방송 시스템 완비 등 지진 대처에 필요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신속한 대처에 걸림돌이 된다. 지진 발생 시 신속한 상황 안내 및 지시를 위한 전 호관 방송 시스템은 매뉴얼상 언급되고 있음에도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현재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실무 매뉴얼상 ▲비상근무체제 시 비상 안내방송 실시 ▲교내 전관방송시스템 관리 등 방송 시스템 관련해 업무분담이 규정돼있으나, 해당 내용 신설 이후에도 방송 시스템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실무 매뉴얼은 ‘대피안내는 전관 방송 체계가 이뤄질 때까지 초동 대처 요령에 맞춰 교직원이 수행한다’고 명시해, 현재로서는 지진 발생 시 전 교직원이 나와 학생들에게 일일이 안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총무인사팀 김 계장은 “이번 일(경주지진)을 계기로 일단 옥외방송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은 구성원들 사이에서 모아졌다. 저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측면에서 검토하였을 때, 건물 밖에 앰프를 설치하여 전체적으로 방송이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이 또한 설치를 위해서는 예산적인 부분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진 대피장소인 평봉필드에도 방송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 9월 29일 열린 제1차 평의회 정기총회에서도 방송 문제가 언급됐다. 16-2학기 평의회 조이삭 의장은 “1차 지진 상황 발생 시 안내방송이 되지 않았고, 2차 지진 상황 때는 자치회에서 스피커를 대여해서 현동홀 앞에 위치를 잡고 공지를 했으나 음량이 작아서 잘 안 들렸다”라고 말했다. 현재 평봉필드는 앰프나 확성기를 통해 방송이 가능하다. 한편, 생활관의 경우 점호용으로 쓰이는 방송 시스템을 이용해 대피 방송을 한다.
 

필수 구비 물품 확보도 아직

매뉴얼에 포함된 안전 관련 물품도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실무 매뉴얼상 ▲안전헬멧 ▲조끼 ▲안전봉 ▲비상용 랜턴 등이 필수 구비 물품 목록으로 언급돼 있다. 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해당 물품은 구비되지 않았다. 건물별 안전장비 비치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다. 총무인사팀 김 계장은 “평소 총무인사팀 내 편성된 예산 항목 중 안전관리 부분에 특별한 예산을 책정하지 않았지만 이번 일(경주지진)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진 만큼 안전관리 부분에 관련된 예산 편성을 차기 연도 예산 편성 시 요청하여 안전 관련 시스템뿐만 아니라 안전 관련 구비 물품까지 교내에 비치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총학 매뉴얼 초안에 명시된 비상상황 대비 구비 물품도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 총학 매뉴얼 초안에 있는 안전 관련 구비 물품은 ▲조끼 ▲야광봉 ▲비상용 랜턴 ▲확성기 등이다. 총학은 올해 안으로 해당 물품을 구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 회장은 “다 추가 구매 계획이 있다. (현재) 조끼가 모든 인원에게 배부할 수 있을 만큼 분량 확보도 되어있지 않고, 야광봉이나 비상용 랜턴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올해 다 구매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생활관의 경우 현재 ▲안전모 ▲조끼 ▲경관봉 ▲호루라기 등이 구비돼 각 호관마다 비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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