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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야시장
김예은 기자  |  kimye@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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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01  20: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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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저녁 찬거리를 사러 부모님과 함께 가본 시장은 당신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아있는가? 과일과 채소, 잡곡, 생선, 고기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 넘쳐나는 인심으로 봉지에 이것저것 담아주는 아주머니들이 있는 곳. 시장이라 하면 이렇게 우리 머릿속엔 재래시장의 풍경이 그려진다. 하지만 재래시장 못지않게 매력적인 시장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지고 있다. 편리함을 내세운 또 다른 시장의 형태인 대형마트나 온라인 마켓으로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의 위기라고 하는 현시점에 재래시장의 부활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야시장이 제시되고 있다. 낮에는 재래시장이었다가 밤이 되면 변신하는 야시장. 일반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먹거리와 볼거리에 남녀노소 사로잡힌다. 야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사람들을 사로잡는 야시장의 매력은 과연 무엇인지 느껴보고자 직접 찾아가봤다.

   
▲ 야시장이 수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다. 최용훈 사진기자.

시장의 새바람, 야시장

시장(市場)은 여러 상품을 사고파는 일정한 장소다. 시장의 종류는 파는 물건에 따라, 열리는 때에 따라 다양하다. 다양한 시장 중 차별화된 먹거리와 다양한 볼거리로 새롭게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야시장(夜市場)이다. 일반적으로 야시장은 다양한 일상용품이나 음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자연스럽게 모여 만들어진 곳으로, 일반적인 시장의 형태를 띤다. 영업시간은 저녁부터 자정까지며, 공식용어는 ‘야시(夜市)’지만 대중용어는 ‘야시장’이다. 즉, ‘밤에 가는 시장’인 셈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야시장은 1890년에 문을 연 부산 부평 깡통 야시장이다. 약 120년째 운영 중인 깡통 야시장을 시작으로 다양하게 발전해 온 야시장은 특별한 행사와 먹거리 등을 내세워 대중들을 사로잡는다. 서울의 밤도깨비 야시장, 목포 남진 야시장, 오산의 오색시장 야시장, 전주의 남부 야시장 등 전국 곳곳에 야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그중 올해 문을 연 대한민국 최대규모의 야시장인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이하 서문 야시장)’이 ‘글로벌한’ 야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열기와 불빛으로 가득한 축제의 현장 서문 야시장을 다녀왔다.


밤의 열기가 가득한 야시장 속으로

대구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서문 야시장은 지난 6월 3일 개장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서문시장이 중소기업청 글로벌 명품시장으로 지정되면서 대구시가 추진한 사업이었다. 개장한 지 10일 만에 약 100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개장 당시 반응이 뜨거웠으며, 현재도 하루평균 5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 대구의 명소다. 서문 야시장은 서문시장 건어물 상가 앞 350m 거리에 식품 65개, 상품 15개의 이동판매대(이하 매대) 80개가 빽빽하게 모여 대낮처럼 불을 밝힌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서문 야시장은 일요일과 평일에는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 문을 열며, 금요일과 토요일은 이용시간을 30분 연장한다. 개장 시간보다 일찍 그곳을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문 야시장은 이미 많은 사람으로 복잡했다. 야시장이 열리기 전에는 낮 장사를 마치지 않은 상인들도 볼 수 있다. 야시장이 개장하면서 일부 낮 시장 상인들은 영업시간을 10시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야시장 개장으로 인한 활력으로 기존 상가의 매출소득은 30%가량 올랐다고 한다.
서문 야시장의 노란색 정사각형 매대는 일렬로 배치돼 있다. 매대에서 상인들은 각자 준비한 특별한 음식과 상품을 판매한다. 초상화, 수제 손거울, 한지 스카프 등 색다른 상품부터 홍콩식 팬케이크인 과일 빤지, 대만식 눈꽃 빙수인 빙내가, 불초밥 등 외국 먹거리와 퓨전 음식들도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상인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이색상품은 시장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마음을 매료시킨다.

   
▲ 분주히 움직이는 야시장 상인들. 최용훈 사진기자.

서문 야시장의 특별한 매력

서문 야시장은 매일 10여 회의 퓨전 밴드, 마임, 연극, 춤판 등 다채로운 공연과 주차빌딩 벽면을 이용한 영상 등 각종 볼거리를 제공한다. 서문 야시장을 방문한 10월 8일은 ‘2016 서문시장 글로벌 대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시장 한복판에 따로 마련된 큰 무대에서 방송인 이용식 씨의 사회를 시작으로 서문 가요제가 열렸다. 행사를 위한 무대가 마련돼 있어 야시장의 모든 점포를 볼 수 없었지만 글로벌 대축제 속 초대가수의 무대와 다양한 퀴즈 등 풍성한 축제의 풍경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축제를 위해 따로 마련된 공간에는 원탁 여러 개를 배치해 누구든 앉아 축제를 즐길 수 있게끔 했다.
서문 야시장의 ‘글로벌’이라는 구호에 맞게 많은 외국인이 함께했다. 서문 야시장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안내를 돕기 위해 영어권, 중국어권 통역 가이드가 배치돼 있다. 한지양말, 천연염색 스카프, 칠보공예 등 전통적인 물건들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발 디딜 틈이 없어 한 걸음 떼기도 힘들었지만, 그곳에서도 질서는 존재했다. 인기가 많은 먹거리점포에는 줄이 질서 있게 늘어서 있다. 길거리 중간에 큰 휴지통이 있어 바닥에 쓰레기는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먹거리를 먹으면서 다른 먹거리를 찾거나, 길거리에 서서 음식을 먹거나 점포 옆 보도블록에 앉아서 먹는다. 이 모습들에서 분주함과 질서가 조화를 이룬다. 이런 야시장의 특별함 덕분인지 야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온 이들도 있고, 늦게 장을 보러 왔다가 야시장의 열기에 동참한 이들도 있다. 낮 시장과 야시장을 구분하기보다는 한데 어울리는 모습이다. 서문 야시장 방문객 권지웅(26)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서문 야시장을 접하게 됐고 우연히 대구에 놀러 갔다가 방문하게 됐다”라며 “풍성한 먹거리를 즐기고 그곳의 많은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이 야시장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야시장을 이끄는 젊은 상인

지난 1월, 80명의 상인을 뽑는 서문 야시장의 상인 모집에는 923명의 인원이 몰렸다. 치열한 경쟁률로 소위 ‘야시장 고시’라고 불리는 인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부평 깡통 야시장과 전주 남부시장 등 전국에 있는 야시장의 잇단 성공으로 야시장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점한 상인 중 40%는 청년들이다. 야시장의 활력과 청년창업의 도모를 위해서 대구시가 식품과 상품 각 분야별 30% 이상에 청년 상인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 샌드볼을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김경식 씨. 최용훈 사진기자.

서문 야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젊은 상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서문 야시장 상인 김경식(30) 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 씨는 현재 샌드볼(Sand ball)이라는 음식을 팔고 있다. 샌드볼이란 음식의 내용물은 샌드위치와 같지만, 기계로 샌드위치 빵 모서리를 동그랗게 눌러 만든 메뉴다.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고깃집 운영을 거쳐 야시장 점포에 자리를 잡은 김 씨는 지인의 추천으로 야시장을 알게 됐다. 김 씨는 “(전에 운영하던) 고깃집에 비해 관리비와 월세가 저렴한 야시장에서 장사하게 됐다”라고 야시장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야시장에서 장사하면서 느낀 매력에 대해 “손님이 한정적인 일반가게와 달리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장사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라며 “아무래도 젊은 상인들이 많다 보니 시장이 활력을 띄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낮 시장과 야시장의 차이점으로 낮 시장은 공산품을 주로 팔고 야시장은 직접 만들어 바로 파는 점을 꼽았다. 특히, 퓨전 음식에서부터 향토적 음식까지 모두 맛볼 수 있고 테이크아웃을 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 점도 차별화된 점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약 4개월간 점포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천천히 단골 손님들이 늘어날 때와, 그들이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이 맛있다고 말해줄 때다”라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김 씨는 “야시장 점포는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끊임없이 메뉴와 서비스 개발을 해서 다음 계약도 성사되고, 계속해서 야시장 점포를 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다양한 공연 거리와 음식들이 있다. 시장 근처에는 즐길 거리가 많으니 와서 즐겼으면 좋겠다”라고 서문 야시장을 추천했다.

   
▲ 축제를 즐기고 있는 단란한 가족. 최용훈 사진기자.

잠은 안 오고 배는 고픈 밤. 색다른 밤의 여행을 하고 싶다면 뜨거운 열기를 간직한 야시장으로 가보자. 전국 20여 곳의 야시장은 당신을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다. 날이 갈수록 특별하게 단장하는 그곳에서 가을밤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어디서 어떻게 왔든 상관없다. 많은 사람과 함께 야시장의 밤을 마음껏 즐겨보자.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큰장로26길 45 서문시장 건해산물상가 ~ 5지구 도로 일대
전화번호: 053-256-6341
이용시간: 19:30 ~ 24:00 (금, 토 24:30)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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