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때 가장 놀랄 사람은 다름 아닌 수능 출제위원이라는 농담이 돈다. 수능 출제•검토위원들은 시험 한 달 전부터 비공개 합숙을 하기에 현재 일명 ‘최순실 게이트’ 속 대한민국의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란다. 최순실 게이트가 하루가 다르게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고 있는 사안인 만큼, 일리가 있다. 실소를 자아내지만 그냥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뼈있는 농담이다. 최순실 게이트 전과 후의 대한민국은 정말 많이 다르다. 각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는 뜨겁고, 대학가에 부는 시국선언 바람은 불통의 정권에 무섭도록 차갑다.
한동대도 시국선언의 물결에 동참했다. 지난달 29일 평의회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부정직한 현 정권에 통탄하며’라는 시국선언 지지 성명서를 총학생회에 전달했다. 이어, 총학생회 ‘하늘’은 ‘정직하지 않은 정권에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200여 명의 학생도 지지 성명에 동참했다. 총학생회 시국선언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자치 단체가 학생들을 대표해 비판하고자 했던 것은 ‘비정직한’ 정권이었다. 그리고 수호하고자 했던 것은 민주주의의 회복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동대가 수호해야 할 자유민주주의는 먼 곳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무섭도록 차가워야 할 사안이 한 가지 더 있다. 총장인선규정(안)이 이사회에 제출되고 1년 11개월, 결국 한동대 구성원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이사회의 독단적인 결정, 그리고 총장인선절차 제정 TFT와의 불통이었다. 학생은 몰라도 되는 총장인선 과정이란 게 있고, 이사회의 결정 과정이란 게 있는 것일까. 소통하지 않아 몰락하는 이 정권과 겹쳐 보이는 부분이 씁쓸함을 준다.
수습기자 시절이던 15년도 초, 틈만 나면 총장인선 절차제정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라고 하는 부장의 지시가 이해 가지 않았다. 13년도 총장인선 과정에서 그 정도 진통을 겪고, 그만큼의 사과를 했다면 어련히 잘 진행이 될까, ‘안일한’ 믿음이었다. 이제는 틈만 나면 이에 대해 알아보라는 내 지시가 기자들에겐 이해가 안 갔을 것이다. 총장인선과 관련된 기사가 반복해 나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 독자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사회의 독단적인 정관 개정과 설명회 요청 거부는 ‘한동에 소통을 허하라’는 3년 전의 외침이 철저히 반영되지 않았음과, 여전히 총장인선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사실을 자명하게 한다.
총학생회는 시국선언문에서 ‘학문을 연구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비단 학문의 영역뿐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정의와 정직을 추구하는 한동대학교’의 총학생회로서 정부에 책임을 물었다. 세상을 바꾸는 정의와 정직을 추구하는 한동대의 리더십 선출 과정도 정의롭고 정직해야 할 것을 바라는 건, 욕심은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헌법 1조 1항으로 가지는 나라에서 민주적인 정권을 바라는 게 욕심이 아닌 정당한 권리이듯이 말이다.
지난주 대학 면접을 보러 서울에 간 동생이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시위’를 목격하고 사진을 보내왔다. 어쩌면 동생이 처음 마주했을 사회가 그런 모습인 것에, 나는 모종의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년여를 이어왔다. 총장인선 사태가 뭔지 묻는 신입생에게 얘기하기 부끄러운 과거를 말하고, “아직 진행 중이야”라는 말을 덧붙일 수밖에 없었던 2년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에게도 더 큰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가지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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