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사람은 자신에게 최선의 결과를 안겨줄 선택지를 뽑으려 하겠지만, 늘 최선의 결과만을 받아들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수많은 ‘당첨’ 사이에서 ‘꽝’을 뽑고 허탈한 웃음을 짓고 있을 것이다. 성공이 곧 하나님이 된 사회에서 실패는 부끄럽고 숨겨야 할 일이 된다. 하지만 실패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다음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실패는 오히려 축복이다.
한동대의 2013년 총장인선 과정은 ‘실패’였다. 총장인선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동대 이사회는 불통 논란에 직면해야 했다. 한동대 구성원이 참여하지 못한 총장인선은 한동대의 축제가 아닌 상처로 남았다. 결국, 학생 및 교수 사회의 거센 비판에 한동대 이사회는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다. 2013년 한동대 총장인선 과정은 명백한 실패다.
한동대는 3년 전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을까. 소통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총장인선 절차제정 TFT(이하 총장인선TFT)가 만들어졌다. 2년 반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지난 후 총장인선 정관이 개정됐다. 언뜻 보기에는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개정된 정관에는 총장인선TFT의 개정안에 여러 번 언급된 공동체 의견 수렴 항목이 제외됐다. 총장인선위원회는 여전히 한동대 구성원이 참여할 수 없는 기구다. 이 모든 정관개정은 2년 반의 기다림이 무색하게 갑작스러운 통보로 결정됐다. 구성원을 대하는 태도도, 소통의 방식도 변하지 않았다. 3년 전과 달라진 것은 달력 위 날짜뿐이다.
총장인선TFT는 불완전한 정관개정 과정에 유감을 표하며, 한동대 이사회에 정관개정 관련 설명회 개최를 요구했다. 한동대 이사회의 답변은 정관개정이 잘 됐다는 한 장 반짜리 문서였다. 문서 말미의 ‘제안 사항이 있으면 이사회에 말해달라’는 말은 공동체 의견 수렴이 빠져버린 정관개정과 대비돼 공허한 울림으로만 들린다. 이쯤 되면 앞서 던진 질문에 답을 건넬 수 있겠다. 한동대는 3년 전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한동대는 이미 한 번 겪어본, 실패로 통하는 길을 똑같이 걷고 있다. 이전의 실패는 이미 기억에서 지워버린 듯 가벼운 발걸음이다. 무겁디무거운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조리 내려놓고, 한동대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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