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점차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스마트’한 캠퍼스를 꿈꾸기 시작했다. ‘스마트캠퍼스(smart campus)’는 대학생들에게 전자화된 기술을 통해 편의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며 최근 의미가 확장돼 학습 환경은 물론 일상생활의 영역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동대에서는 학생증으로 프린트 요금을 결제하거나 스마트폰을 통해 도서 대출을 하는 모습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한동대의 스마트캠퍼스, 과연 생활 속 어느 영역까지 들어온 것인지 기자가 2주간의 자신의 삶과 주변을 담아 스마트캠퍼스 생활을 재구성해봤다.

편리하지만 인기 없는 ‘QR코드 출석체크’

한동대의 아침, 햇살이 느껴져 정신이 들었다. 벌떡 일어나 옆 침대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다. 시계 속 시간은 9:15, ‘출석도우미’를 켜 오늘 수업 시간표를 확인했다. 첫 시간은 2교시로 60여 명이 듣는 중대형 강의다. 강의실로 헐레벌떡 뛰어가니 TA가 교실 앞으로 나와 이야기한다. “*QR코드로 출석체크할게요!” 나는 5초 만에 인식이 되는데 내 옆에 앉아있는 친구는 한참을 갖다 대도 인식이 되지 않는다며 투덜댄다. 수업을 같이 듣는 작년 방순이 언니는 QR코드 인식이 되지 않는지 칠판에 이름을 적고 간다. QR코드로 출석하지 않는 학생들에 한해 따로 출석체크를 하려는 모양이다. 따로 하는 게 번거롭긴 해도 60명을 전부 수기로 체크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작년엔 학생들이 태깅만 하고 나간다고 학기 중반부터는 교수님이 일일이 출석을 부르셨는데 이 수업은 학기 끝까지 QR코드 출석체크가 진행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QR코드 태깅을 이용한 출석체크는 12년도부터 시작해 5년째 시행 중인 서비스다. QR코드 출석체크는 각 개인이 직접 출석체크를 하므로 대형강의에서 출석체크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QR코드 출석체크 이용자는 이용률이 자료화된 14-1학기 이래 15-1학기에 가장 높은 이용자수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5-1학기 이용자수는 월 평균 1,528명이며 16-2학기 이용자 수는 442명 감소한 1,086명이다. 사용인원이 감소한 것은 태깅 시 오류가 나거나 학생의 부주의로 인해 출석체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인원수가 적은 강의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또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학생은 QR코드 인식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해, QR코드를 통해 출석체크하는 강의에서는 교수들이 따로 학생들을 파악하며 출석체크를 하고 있다. 글로벌리더십학부 김군오 교수는 “(QR코드 출석체크를) 잘 활용하고 있지만, 일반강의실에 비치된 코드가 훼손이 심각한 점이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라며 “조금 더 보강될 수 있다면 QR코드를 통해 출석체크만 하고 가는 학생에 대해 강의실을 벗어나면 출석 인정이 안 되는 등 제한을 가할 수 있는 부분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QR코드 기술은 출석체크 이외에도 민원접수의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12년도에 정보화추진팀은 QR코드가 그려진 스티커를 시험용으로 강의실 40여 곳과 화장실 10여 곳 등에 배치했다. QR코드 스티커를 통해 민원을 접수할 시 이용자는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민원 종류만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손쉽게 민원을 접수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민원접수와 달리 관리자가 접수 위치와 민원의 종류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게 돼 효율적인 일 처리가 가능해진다. 정보화추진팀 이정훈 계장은 “QR코드 기술을 통한 민원접수 서비스의 공식적인 운영이 결정되면 즉시 지원이 가능하도록 준비는 해놓았다”라며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체감하는 편의도 있겠지만, 뒤편에서 시설을 관리하시는 분들은 확실히 편리함을 많이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서비스 진행 중인 QR코드 스티커는 없다. 오석관 306호와 현동홀 일부 강의실 등에 설치가 돼 운영방법에 대한 확인만이 가능할 뿐이다. 정보화추진팀 이 계장은 “(교내 부서간) 상호협조가 원활하지 못해서 (QR코드를 통한 민원접수를) 진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관 곳곳의 NFC, 간편하지만 피하기 힘든 오류

서평 책을 빌리려고 친구와 함께 오석관(도서관)에 갔다. 컴퓨터에서 찾은 청구기호를 따라 한참 책을 찾았다. 그리고 대출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다가왔다. “너 뭐해?” 친구는 '한동대학교 도서관' 앱으로 청구기호를 찾고 핸드폰 *NFC 기능을 통해 책 대출을 마쳤다고 했다. 아이폰은 NFC 도서대출이 안 된다며 친구는 나를 놀렸다. 실제 알아보니 아이폰은 NFC 기능이 탑재되지 않아 NFC로 인식해야 하는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고 한다.
오석관을 나오기 전 3교시 수업자료를 프린트하기 위해 전자정보실에 들렀다. 윈도우 업그레이드를 한 이후 내 컴퓨터에서 더는 프린트 드라이버가 작동하지 않아 프린터와 연결된 컴퓨터에서 인쇄 요청을 해야 한다. 수업 전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5분이다. 전자정보실 문을 열자마자 빈 컴퓨터에 다가가 누구보다 빠르게 학번을 친다. 곧바로 뒤돌아서 빈 프린터로 다가간다. 그러나 ‘NFC 단말기가 결제 중입니다’ 창에서 멈춰있다. 자주 겪은 상황이기에 당황하지 않고 다른 줄에 선다. 손목시계를 거듭 들여다본다. 1초, 2초… 시간이 없다. 내 차례가 돼 카드를 NFC 단말기에 올린다. 시원하게 쭉쭉 나오는 종이들을 들고 전자정보실을 뛰어나간다.
NFC 클라우드 프린터(이하 NFC 프린터)는 한동대 학생증으로 이용료를 결제해 사용할 수 있는 프린터다. NFC 프린터는 오석관 이외에도 ▲각 생활관 1층(벧엘관 지하 1층) ▲학생회관 2층 ▲ 현동홀 3층과 4층 등에 있다. 일반적으로 NFC 프린터 말고는 학생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프린터는 없으므로 NFC 프린터에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학생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는 용지 걸림과 네트워크 오류 두 가지다. 용지 걸림 오류에 대해서는 한동대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으나, 네트워크 오류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교내 프린터를 관리하는 ‘AJ렌탈’에 연락을 취하는 방법 밖에 없다. 네트워크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는, NFC 프린터가 13년도 도입 당시 사용했던 초기 서버를 계속해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용 컴퓨터에서 NFC 프린트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린트 드라이버’ 시스템은 현재 윈도우 8까지 사용할 수 있으나, 사용 시 제기되는 민원들에 대해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은 프린트 드라이버에 대해 모르거나 A/S 처리가 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반면, 오석관에서 NFC를 통한 도서대출 서비스는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도서대출 방법의 약 25%는 NFC 기술을 통한 대출이다.
한동대는 스마트캠퍼스 일환으로 NFC 기술을 오석관 열람실의 좌석배정 서비스로도 활용하고자 했으나 현재 서비스 유지•보수를 중단한 상황이다. 열람실 좌석배정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좌석마다 제공된 NFC를 태깅해 좌석을 예약하는 서비스다. 또한, 핸드폰이 각 좌석 NFC 표시와 멀어지게 되면 이용자는 일정 시간 이내에 외출을 마치고 돌아와야 한다. 이를 어길 시 자동으로 좌석 이용이 중단되므로 사석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 방치돼 있는 오석관 내 NFC 열람실좌석배정용 대형 단말기. 김운영 사진기자.

정보화추진팀은 12년도 8월에 열람실 좌석배정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학술정보팀에 전달했다. 그 이후 ▲앱 서비스 영문번역 개선 ▲열람실 좌석배치도 재배정 등의 수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4년동안 실제적 운영 주체인 학술정보팀과 총학생회, 15-2학기 이후 출범한 도서관자치위원회(이하 도자위)는 ▲안전성 ▲필요성 ▲시행 기간 ▲절차 간소화 방안에 대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도자위 심나온 위원장은 “정보화추진팀으로부터 ‘지금 당장 운영해도 안전하다’라는 말을 들었지만, 안전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간소화된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오류가 발생하게 되면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심 위원장은 “건너서 듣는 것이 아닌 정보화추진팀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존시스템을 정비하고 유지•보수하기 위해서는 약 1천만 원이 소요되며, 신규 도입 및 재개발의 경우 1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의 소요가 예상된다.

앱 서비스와 함께하는 푸드포인트 결제

수업이 끝나 꼬르륵거리는 배를 안고 학생식당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밥고’(밥 고정)가 있는 날이다. 스마트캠퍼스 앱(이하 NFC 앱) 안의 ‘히즈넷 고(HISNet Go)’ 탭을 통해 메뉴를 확인했다. 오늘은 그다지 끌리는 음식이 없는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학관 찜닭을 먹기로 했다. 학관에서 푸드포인트로 결제하면 할인 혜택을 받기에 비교적 부담 없이 결제했다. 그 이유에서인지 내 앞뒤 사람들도 다 푸드포인트로 찜닭을 결제한다. 40만 원을 충전했는데 벌써 푸드포인트가 16만 원 밖에 안 남았다. 50만 원 결제했으면 할인율이 더 높아졌을텐데 아쉽다.
푸드포인트는 학기 시작 전 사용할 식비를 미리 결제하고 포인트로 받아 식비를 할인받는 제도다. 푸드포인트는 13년도 학생식당 위탁업체인 ㈜신세계푸드(이하 신세계푸드)에서 도입했으며, ‘스마트로(smartro)’라는 카드 VAN 업체를 선정해 학생증 NFC 기능 중 하나로 개발했다. 신세계푸드 측에 따르면 16-2학기 기준 한동대 재학생의 약 70%가 푸드포인트를 사용 중이다. 신세계푸드 박소윤 점장은 “학교의 요청에 따라 학생증 NFC에 푸드포인트를 결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결제 전 대기시간을 줄여줄 새로운 앱 개시를 예정 중이다. 박 점장은 “메뉴를 선택하는데 최소 30~40초라는 시간이 걸린다. 메뉴를 선택한 상태에서 바로 핸드폰만 대면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앱을 개발했는데 포스(계산 단말기)와의 메뉴연동 오류 때문에 현재 상용화되고 있지 않다. 계속 개발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푸드포인트는 ▲소액 잔금 소멸 ▲잔액 확인 불편 등의 한계점이 지적된 바 있다(본지 183호 1면 참조). 신세계푸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NFC 앱을 통해 남은 푸드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소액으로 포인트가 남았을 때는 사무실에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고 추가금을 내면 식권 형태로 발행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만능열쇠 ‘학생증’, 잃어버리면 낭패

오후에 사회봉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환호동 정류장엔 50분이었지만 E1주유소 정류장에는 언제 올지 헷갈려 ‘한동BIS(Bus Information System)’ 앱을 켜 버스의 위치를 확인했다. 충분한 시간이 있어 편의점에 들어가 아이쇼핑을 하고 나오니 딱 맞게 버스가 왔다. 학생증을 NFC 단말기에 대고 버스 요금을 결제했다. 기숙사로 들어오는 길에 오랜만에 작년 방순이 언니를 만났다. 서로의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매점을 들려 계산하려는 순간 지갑에 학생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버스에 두고 내렸나 보다. 방에 가서 다른 카드를 가져올까 생각했으나 학생증이 없으니 기숙사 출입 자체가 불가했다. 기숙사에 들어갈 땐 한참을 서성거리다가 다른 사람이 올 때까지 거의 15분을 기다려 방에 겨우 들어왔다. 학생증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니 편할 때도 있지만 잃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 생활관 출입에 사용되는 학생증. 수중에 없을 경우 다른 출입 학생을 기다려야 한다. 김운영 사진기자.

한동대의 학생증 기능은 ▲신분증 ▲신용카드 결제 ▲생활관 출입 ▲푸드포인트 결제 등으로 이용된다. 타 학교보다 학생증의 기능이 많은 한동대는 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학생증을 이용하게 돼 있다. 심지어 생활관 출입, 푸드포인트 결제 등은 학생증 이외에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동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NFC 앱의 ‘학생증관리’가 있다. 분실 신고 버튼을 누르면 푸드포인트와 결제, 그리고 생활관 출입이 중지된다. 기존 학생증 재발급 과정에서는 학생이 학생지원팀에 찾아가 재발급신청을 한 후, 종이로 출력된 재발급신청서를 가지고 기업은행에 찾아가야 했으며 학생지원팀은 학생증 폐기처리와 재발급신청을 한 뒤, 재발급신청서를 출력해야 했다. ‘학생증관리’는 이와 같은 과정을 간소화했다.

스마트캠퍼스가 시행된 이후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생활관 출입기록이나 출석체크 등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효율적이며 확실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아쉬움도 남는다. ▲개발자와 실행처의 소통 부재 ▲홍보 부족 ▲운영 중인 서비스의 잦은 오류 등 아직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올해로 스마트캠퍼스가 출범한 지 어느덧 5년째다. 화려한 기술과 많은 개발보다 좋은 기능은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나가며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진정한 스마트 캠퍼스가 되는 길이 아닐까. 잠시 멈춰 한동대의 스마트캠퍼스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QR코드: 흑백 격자무늬 패턴으로 정보를 나타내는 바코드로, 한정된 정보만 담았던 기존 바코드와 달리 문자, 3차원 데이터 등 보다 더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전자언어.
*NFC: 특정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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