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반려동물의 불편한 진실
최은총 기자  |  choiec@hgupres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10.12  01:29:3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지난 5월 15일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TV동물농장(이하 동물농장)' 강아지 공장 편이 방영됐다. 좁고 더러운 철장에 갇혀 평생 새끼만 낳다 삶을 마감하는 강아지들의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 방송 이후 파장이 커지자 국회에서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가 이뤄졌다. 아직 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며, 동물보호단체는 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법이 통과된다 해도 강아지 공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아지 공장을 비롯해 계속해서 논란이 있어왔던 한국의 동물 학대와 법에서 규정하는 동물보호법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2015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구의 수는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21.8%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은 5명 중 1명꼴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는 반려생산, 판매부터 그 이후까지 많은 문제점들이 보인다. 강아지 공장 사태부터 학대와 유기견 문제까지 한국에서 반려의식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국의 반려문제의 내막을 살펴봤다.

   
▲ 위생 관리가 미흡해보이는 강아지 번식장. 사진제공 동물자유연대.

강아지 공장으로 살펴본 동물 학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강아지를 분양받는 경로는 ▲마트나 백화점의 펫샵(pet-shop) ▲온라인 펫샵 ▲가정견 분양 ▲유기견 입양 등이 있다. 현재 강아지를 분양하는 가장 큰 시장은 펫샵이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활동가 정윤경 씨에 따르면 펫샵에서 판매하는 강아지는 대개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현재 알려진 대부분의 강아지 공장은 사육과 배설물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좁은 철장에서 강아지를 사육하는 구조다. 강아지들은 배설물과 곰팡이, 먼지로 뒤덮인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지내게 된다. 또한, 자연교배가 아닌 비정상적인 방법에 의해 교배가 이뤄지기도 한다. 평균 1년에 2번 정도 발정이 일어나는 암컷에게 발정유도제를 투여해 1년에 3~4번 정도 교배를 시킨다. 또한 교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 수컷의 정자를 뽑아 내 암컷에게 주입시켜 일명 ‘인공수정’이라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강아지들은 평생 일어날 교배의 횟수를 넘어선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나이가 들어 출산을 할 수 없는 노견들은 판매업자의 불법적인 제왕절개를 통해 새끼를 출산하게 된다. 이후 몸이 아프거나 나이가 많은 강아지는 강아지 공장에서 죽게 되거나 식용 개 판매업자에게 팔려간다.
하지만 이러한 강아지 공장의 동물 학대는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 금지행위에 대한 구체성이 미흡해 학대행위를 적절하게 규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아지 공장 주인에게 불법적인 제왕절개에 대한 법적 제재도 가할 수 없다. 수의사법 자가진료 조항에 따르면 자신이 사육하는 동물은 수의사가 아니더라도 진료행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아지 공장과 같은 반려생산업은 신고제 형식이다. 행정기관에서 서류를 작성해 신고만 하면 번식장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농립축산검역본부에서 추정하는 강아지 번식장 수는 188곳이나,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카라’에서 추산하는 등록되지 않은 불법 강아지 번식장의 수는 약 3,000개다. 그러나 현행 동물보호법상 미신고 번식장은 적발되더라도 1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가 전부다. 앞서 보여진 강아지 공장에서의 문제점이 현행 동물보호법상 처벌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국회에선 11건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동물보호법 개정을 두고

발의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동물 학대 행위 실효적 규율 ▲동물학대죄 형량 상향조정 및 벌금액 하한 ▲수의사가 아닌 사람의 동물 자가진료 금지 ▲반려 생산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 ▲불법생산업에 대한 형량과 벌금 강화 등이다. 동물 학대와 불법적 생산업에 대한 처벌 강화로 강아지 공장에서 보여진 문제를 막겠다는 것이다. 개정안 발의가 추진되자 동물 생산•판매 업계 관계자 1,000여 명은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동물보호법에 반발했다. 동물 판매 업계 관계자가 주장하는 주요 내용은 ▲생존권 위협 ▲강아지 공장 방송의 조작•편파 의혹이었다. 동물 생산•판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발의되고 있는 개정안은 지금까지 해오던 생산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를 두고 반려동물 생산•판매 업계와의 갈등에 대해 활동가 정 씨는 “현재 강아지 번식장을 운영하려면 신고를 해야 하지만 대부분 미신고 상태로 영업중이다”라며 “생존권을 빌미로 불법적인 요소를 용인해 달라는 억지스러운 주장에 불과하다. 사업을 진행하려면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 현재 동물보호법 개정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다.

현행법에서 동물보호의 한계

앞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한국 법률상에서 동물 보호의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한국 동물보호법은 1991년 처음 제정된 후 2007년 전면 개정을 거쳐 2010년 일부 개정된 상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법률에서 보이는 동물 보호의 한계는 헌법상 동물의 지위가 명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헌법에는 동물에 대한 정확한 명시가 없어 동물은 물건으로 규정된다. 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정소영 씨는 논문『동물 보호에 대한 형사법적 연구』에서 “헌법이 제정되던 당시와 달리 시대의 흐름과 함께 동물을 단순히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라며 “이를 법과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반려선진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는 ‘동물의 복지’, ‘동물의 권리’에 대하여 철학적, 윤리적 논의를 다양하게 진행한다. 이러한 논의는 동물 관련 법의 제정과 집행에 영향을 끼친다. 연구원 정 씨는 “한국의 경우 동물의 복지나 동물의 권리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는 미흡하고 사회적 관심도 적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동물을 보호하자’고 하는 동물보호법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에서만 동물 학대에 대한 규정이 있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는 형법전에 동물학대죄가 편입돼 있다. 독일은 헌법에 동물의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민법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고 규정한다. 환경과 동물의 보호도 함께 명시돼 있다. 미국에서는 하버드 로스쿨 등 다수의 대학에서 ‘Animal Law’ 강좌가 개설돼 동물법에 대한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

법보다 중요한 문화 형성

강아지 공장은 유기견 문제 또한 야기한다. 2015년 농협경제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국내 애견 시장의 규모는 2조 원에 육박한다. 강아지 시장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공급이 증가하므로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대부분 싼 가격에 판매된다. 법적 판매기준은 2개월령이지만 작고 어린 강아지가 가진 상품경쟁력 때문에 1개월 이하의 강아지들이 주 판매 대상이 된다. 어린 강아지는 면역력이 약해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다.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비가 많이 드는 강아지는 버려져 유기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기동물을 구조•입양하는 비영리 동물보호단체 ‘팅커벨 프로젝트’의 활동가 황동열 대표는 “분양 받은 견주의 싫증, 노령에 따른 병원비 부담, 이사 등주거 환경의 변화, 함께 키우던 부부의 이혼 등 다양한 이유로 유기견이 된다”라며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의 통계에 따르면 1년 동안 약 8만 4,000마리가 유기견 발생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강아지 공장을 막을 수 있는 법 제정과 더불어 올바른 강아지 분양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아지 공장 문제 해결을 위한 비영리 소셜 캠페인 프로젝트 ‘굿보이토토’의 활동가 고귀현 씨는 “사실 법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시도는 문화 형성이다”라며 “공급 부분을 법적으로 억제하더라도 사람들의 수요가 여전히 윤리성을 갖추지 못하다면 강아지 공장은 음성적으로 계속 번성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아지 공장 논란 이후 역효과로 공장 강아지들을 가정견처럼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사례가 있었다. 올바른 강아지 분양 문화 중 하나로 굿 브리더(전문 사육사)와 굿 켄넬(전문 견사)을 통한 분양이 있다. 굿보이토토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동물생산업’으로 정식 등록된 업체 94곳 중 58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굿 브리더와 굿 켄넬을 선정해 SNS 등으로 홍보했다. 굿보이토토는 반려 선진 문화를 가진 미국과 영국의 기준표를 바탕으로 굿 브리더와 굿 켄넬을 선정했다. 고 씨는 “강아지 공장에서 강아지를 입양하지 말자 하고 나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거다. 그러나 유기견의 경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많아 시간적 비용적 인내가 필요해, 처음 강아지를 데리고 오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유기견이 유일한 옵션이기 어렵다”라며 “‘그렇다면 강아지 공장이 아닌 곳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려면 그런 곳은 어떻게 알지’라는 생각에 굿 브리더와 굿 켄넬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펫샵에 가서 귀여운 강아지를 고른 후 집에 데려와 같이 지낸다. 강아지는 곧 우리 가족의 반려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데려온 우리집 반려에게는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 있다. 동물 학대의 온상인 강아지 공장에서 생산됐다는 사실이다. 고 씨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사람은 좋은 생각과 좋은 행동을 하려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좋은 행동을 하기 위해선 고민을 할 것이다. 평균 30만 원가량으로 판매되는 강아지들이 최신 핸드폰보다 싼 가격에 팔리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이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이상, 우리는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동물등록제: 개를 소유한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전국 시•군•구청에 자신의 개를 동물등록 해야 하는 제도. 현행법은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3개월 이상인 개에 대하여만 동물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최은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791-708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동로 558 한동대학교 학생회관 102호, 한동신문사  |  대표전화 : 054-260-1241~2  
발행인: 장순흥  |  주간: 박원곤  |  편집국장: 노대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전광준
Copyright © 2013 한동신문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