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꽤 추워졌다. 벌써 한동에서 맞는 세번째 가을이다. 다들 겉옷 하나씩 걸치고 캠퍼스를 거니는 풍경이 익숙하다. 작년이나 재작년과 비교해 다를 것 하나 없는 가을 풍경이지만, 그사이에 많은 점들이 변했고, 어떤 것은 아직 변하지 못했다.
2년 전 10월, 날이 이렇게 추워지기 시작할 때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참석했었다. 당시 안건은 ‘예산안, 추가경정안, 결산안을 다루는 전학대회에 RC 회장단 소집 여부에 대한 의결’이었다. 당시 전학대회에 각 RC 대표들을 모아놓고 ‘RC는 학생자치기구인가’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2년이 지난 지금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15-2학기 RC는 자치회로부터 독립했고, 16-1학기 RC협력회가 만들어져 정식 학생단체로의 출범을 준비해왔다(본지 231호 1면 참고). 이제는, ‘기숙사 3년 입주 의무화’처럼 생활관 거주 학생에게 예민할 만한 주제는 직접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학생들을 대표해 전달하기도 할 만큼 영향력도 생겼다. RC의 예를 들었지만, RC 말고도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 한동대 실정에 맞게, 학생 편의에 맞게 학생단체 대표자들은 나름의 발전을 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역시 그 실정에 맞게 변해야 할 총학생회 회칙은 그대로다.
총학생회 회칙개정(이하 회칙개정)은 지난 제20대 총학생회 ‘더:하기’ 때부터 가져온 숙제였다. ▲회칙 내 오•탈자 ▲현실과는 맞지 않는 모호성 ▲RC 및 글로벌융합전공의 신설 등이 회칙개정의 주요 골자였다(본지 223호 1면 참고). 하지만 당시 회칙개정은 총학생회 회칙개정 TFT(이하 회칙개정TFT) 위원들의 준비 부족 및 참여 저조로 인해 일부 위원의 보이콧 및 회칙개정TFT 위원장의 사퇴까지 이어졌고, 결국 엎어졌다.
제21대 총학생회 ‘하늘’은 출마 당시 총학생회 회칙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16-1학기 초 지지부진하던 논의로 인해 결국 10주차가 돼서야 회칙개정TFT가 만들어졌고, 하계방학 단 7일의 합숙으로 총학생회 회칙개정안(이하 회칙개정안)은 탄생했다.
그리고 현재, 전학대회 참석 의원들은 전면 개정과 부분 개정을 두고 고민 중에 있다. 총학생회장은 “모든 학생단체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전부 개정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사실상 부분개정의 뜻을 내비쳤다.
결국 이 논의는 다음 학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분 개정으로 ‘급한 불을 끄자’고 하면, 아직 남은 사안들은 여전히 후대로 전달될 것이다. 전면 개정을 하고자해도 여전히 현 회칙개정안에 부족한 부분들은 또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 난국을 이끌어갈 강력한 주체가 필요할 텐데, 누가 이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추진할 수 있을까 고민해본다. 당연히 회칙개정TFT라는 답이 나와야 하지만, 그건 아닐 것 같다. 그리고 현재 전학대회 참석 의원들은 각 단체의 이익을 구하는 것 이상의 논의를 이어가진 못하고 있다.
그간 봐왔던 사회의 많은 사건•사고들을 통해 현실 정치 속 이권 다툼으로 피해 보는 건 결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안다. 학생단체 간의 이권 다툼으로 현재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 결국 피해 보는 주체는 학생일 것이다. 전학대회 의석수가 바뀌거나, RC 공동체 관련 회칙의 있거나 없거나 그것이 당장 생활에서 와 닿는 변화는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총학생회칙이 문제투성이라면, 총학생회원에 해당하는 우리는 모두 문제투성이 시스템 속에 있는 게 된다.
가장 최근 회칙개정이 이뤄진 건 6년 전이다. 많은 것은 변했고 또 가을은 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6년 전 가을, 그 총학생회 회칙으로 살아가고 있다. 부디, 바라는 건 지금부터라도 논의가 잘 이뤄져 후대에게 이 숙제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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