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는 광야였다. 넓은 땅에 건물 몇 동이 덩그러니 놓인 공간이었다. 스무 해가 지나고, 빈 곳이 서서히 새 건물로 채워져 갔다. 그 채워짐은 오늘까지도 이어진다. 열 번째 기숙사인 행복기숙사가 제 모습을 갖춰가는 모습이 제법 볼만하다. 감회에 젖어 활주로를 따라 걷고 있자니 갑자기 풍경이 확 바뀐다. 익숙한 논두렁길이다. 20년 동안 꽤 발전했을지 몰라도, 아직 몇 발짝만 걸어나가면 다시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한동대는 여전히 광야다.
한동대가 광야라서 온 사람도, 견디기 힘든 사람도 있다. 어쨌든 한동대라는 광야에서 살아가기를 결심했다면 누구나 해야 할 고민이 있다. 기숙사를 들어갈지, 아니면 자취방을 구해 나가 살지에 관한 고민이다. 누군가는 사적 공간이 부족함에도 함께 기숙사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즐거움을 택할 것이다. 누군가는 왕복 1,600원과 짧지 않은 통학시간을 감수하고도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자취방을 택할 것이다.
그렇기에 한동대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배려여야 한다. “이 광야까지 와서 자취방까지 구하기 힘들 거다. 그러면 들어와서 살아라”라는 배려 말이다. 같은 맥락이다. 기숙사 전원 입주는 굳이 자취방을 구하지 않아도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는 약속이어야 했다. ‘입주 의무’라는 의무의 족쇄가 아니라, ‘입주 보장’이라는 메리트가 필요했다.
기숙사 전원 입주 ‘가능’은 전혀 나쁠 게 없다. 벌점 몇 점을 쌓아 울며 겨자 먹기로 부동산을 기웃거렸을 학생들에게는 이만한 희소식이 없다. 그런데 하필 입주 ‘의무화’다. 적지 않은 수의 학생이 기숙사에 살지 않는 이유가 오직 기숙사가 부족했기 때문일까. 개인마다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달랐기 때문은 아닐까. 입주 의무화라는 말이 나오기 전, 최소한 그 정도의 고민은 있었어야 했다.
더욱이 한동대 재학생들은 입주 의무화의 의미를 고민할 수도 없었다. 공지가 이뤄지기 전까지, 일반 학생은 물론 RC 대표단조차 생활관 입주 의무화 계획을 알지 못했다. 가장 최근 이뤄진 공지에 따르면 생활관 입주 의무화는 2018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당장 지금 재학생에게 적용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재학생에게 직접 영향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재학생이 논의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과 동치가 아니다. 한동대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RC 제도와 관련된 사안이었다. 그런 사안에 왜 한동대 구성원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가.
한동대는 한동안 계속 광야일 것이다. 부족하고, 모자라고, 만들어 나갈 것투성이다. 얼마나 부족한지는 제쳐놓자. 최소한 그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과정에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가 들어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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