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는 사용처를 밝히지 않는 특징 때문에 ‘눈 먼 쌈짓돈’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2003년 ‘행정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국무총리(안)’ 공포로 행정정보 공개가 의무화된 후, 일반 시민에게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면서 업무추진비 정보 공개 사례도 늘었다. 그 결과, 2016년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를 각 홈페이지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는 예산 지출 내역 감시를 통해 청렴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시민단체의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동대 학생자치기구 대표자들은 *업무추진비를 받는다. 한동대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서 예·결산안을 심의받는 학생자치기구(▲총학생회 ▲자치회 ▲총동아리연합회 ▲학부협력회)의 한 학기 업무추진비를 다 합하면 총 1천 622만 원이다(16-2학기 기준). 단순하게 여기기엔 그 규모가 작지 않다. 학생자치기구의 리더십으로서 업무추진 비용이 필수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곳에 돈이 쓰였는지, 그게 적절한 규모인지 알 방법은 없다. 이것은 증빙을 할 필요가 없는 업무추진비의 특성 때문이다. 과연 학생자치기구 대표에게 업무추진비란 무엇일까. 또 업무추진비가 투명하게 운영될 방법은 없을까. 한동대 업무추진비를 살펴봤다.
 

한동대 내 업무추진비 현황

한동대에서 업무추진비는 학생자치기구 대표단이 업무를 추진하는 데 쓰는 명목으로 지급되는 비용이다. 업무추진비 규모는 예·결산안 작성시에 해당 학생자치기구가 임의로 정한 후 전학대회에서 심의를 받는다. 16년도 하반기 예산안 기준 총학 집행부 ‘하늘’은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국장단 ▲부국장단을 비롯한 32명에게 총 1천 36만 원을 지급하며, 총동아리연합회 ‘하나로’(이하 총동연)는 ▲총동연 회장 ▲총동연 부회장 ▲국장 ▲부국장을 비롯한 6명에게 총 152만 원을 업무추진비로 지급한다. 또한, 자치회 ‘어울림’은 ▲자치회장 ▲부자치회장 ▲총무 ▲국장단을 비롯한 5명에게 306만 원을 업무추진비로 지급한다. 학부협력회(이하 학협)는 의장, 부의장을 비롯한 5명의 대표단에게 총 128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지급한다. 각 학부 대표, 부대표들도 학부에서 승인된 예산안을 토대로 업무추진비를 지급받는다. 각 RC 대표가 속한 RC협력회는 자치회로부터 업무추진비를 지급받는다.
 

정해진 사용처나 규모 없어

*전체학생대표자회의 헌장 제2장 7조 예산심의사항에 따르면 전학대회 의원은 한동대 학생자치기구가 적정 수준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는지 심의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전학대회에서 심의하는 학생자치기구의 결산안에는 업무추진비의 지급 규모만 기록돼 있다. 전학대회 의원들은 업무추진비가 세부적으로 어떤 용도로 사용된 지 알지 못한 채 규모의 측면에서만 업무추진비가 적정한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업무추진비의 사용처를 규정하는 기준도 없다. 업무추진비를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라는 지침이 회칙에 없으니 전학대회 의원들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해 사용한다. 집행부 총무국 박성빈 국장은 “주로 사업 준비 단계에서 식사비용이나 교통비, 조직 관리비로 지출한다”라고 말했다. 총동연 총무국 최하연 국장은 “이번에는 주로 예상치 못한 회의에서 접대비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치회는 자치회 내부 인원뿐 아니라 RC 대표들, 임원들을 만날 때 드는 조직관리비의 목적으로 쓰고 있다.
이처럼 업무추진비의 사용처가 자유로움에 따라 예·결산안의 지출명목과 성격이 중복돼 논란을 빚는 경우도 있다. 2월 27일 열린 16년도 제1차 전학대회에서는 총학 집행부의 업무추진비 항목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재정위원회는 16-1학기 예산안 중 집행부의 업무추진비와 출장 식비, 여비교통비의 사용목적이 겹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집행부는 업무추진비와 성격이 겹치는 항목들을 예산에서 삭제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모든 단체가 합의하고 있는 사용처에 대한 기준이 없어 적절한 곳에 쓰였는지를 합의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각 학생자치기구의 업무추진비 비용은 회칙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각 학생자치기구 대표단은 ▲총학 집행부 ‘하늘’은 회장 15만 원, 부회장 12만 원, 국장 8만 원, 부국장 5만 원 ▲자치회 ‘어울림’은 회장 15만 원, 부회장 12만 원, 국장 8만 원, 총무 10만 원 ▲총동연 ‘하나로’에서는 회장 8만 원, 부회장 8만 원, 국장 5만 원, 부국장 3만 원 ▲학협에서는 의장 10만 원, 부의장 10만 원, 사업추진위원장·커리큘럼개선위원장 5만 원, 예배위원장 2만 원이라는 기준을 정했다. 현재 각 학생자치기구들은 단체 내에서 합의한 기준을 세워 업무추진비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주로 전년도 지급 내역을 참고하긴 하지만 전학대회 상으로 합의된 기준이 있기보다는 해당 연도 학생자치기구의 필요성에 의해 결정된다. 총동연은 이번 학기부터 부국장에게도 업무추진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총동연 총무국 최 국장은 “지급 기준 자체는 없고 업무를 예상했을 때 그 정도를 받으면 자기 사비 많이 쓰지 않고 일을 추진할 수 있겠다 해서 그 금액을 지급했다”라고 말했다. 자치회 이유준 회장은 “판공비(업무추진비)는 전대 결산안을 참조해 지급한다”라고 말했다.

▲ 사용내역을 증빙하지 않은 업무 추진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심의

업무추진비는 영수증빙과 사용내역 공개를 의무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동대에 업무추진비 집행·지급 기준이 확보된다 하더라도 이를 전학대회에서 심사하기는 쉽지 않다. 전북대학교 행정학과 신무섭 교수는 논문『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운영실태 분석』에서 업무추진비가 다른 경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집행에 재량의 여지가 많다는 성격으로 인해, 사용한 내역을 일일이 기입하지 않고 공개하지 않는 형태로 굳어버리게 됐다고 설명한다. 일부 학생자치기구 대표는 개인의 재량에 따라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기록하기도 한다. 총동연 총무국 최 국장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했을 경우 총동연 임원 카카오톡 방에 얼마를 왜 지출했다는 것을 공개한다”라고 말했다. 자치회 이 회장은 “기록은 따로 하지 않고 임원회의시간에 잠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짚어주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학부·RC협력회 지급방식 달라

현재 한동대 내 모든 학부의 예·결산안은 전학대회가 아닌 각 학부 총회를 통해 학부 학생들의 심의를 받는다. 14-2학기까지 각 학부는 학협으로부터 학부지원금을 지급받을 때 44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따로 받았다. 즉, 모든 학부에게 동일한 규모의 업무추진비가 지급됐다. 15-1학기부터 업무추진비를 따로 책정하지 않고 학부지원금에 포함해 지급하게 됐다. 14-2학기 학협 서기 박지혁 씨는 “학부의 일을 위한 대표단의 판공비를 학부 예산이 아닌 학부협력회 예산에서 지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라고 말했다.
RC협력회는 자치회로부터 한 학기에 해당하는 예산을 받는다. 각 RC별 1명의 대표가 한 달에 8만 원씩 업무추진비를 지급받고 있으며, 일부 RC 대표는 동장 및 부대표와 업무추진비를 나눠 쓰기도 한다. RC 대표들이 받는 업무추진비는 자치회에서 책정한 금액이다. RC협력회 김경호 의장은 “판공비는 영수증 처리가 필요없고, 공개 의무도 없다고 들었다. 원활한 일의 추진을 위해 판공비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판공비의 기준은 분명히 학생들이 수용할만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용처 공개하는 타대학

인하대학교(이하 인하대) 총학생회는 업무추진비의 사용내역을 기입해 학생들이 볼 수 있게 총학생회 홈페이지 예·결산보고에 게시한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예·결산안을 투명하게 보고해야 한다는 총학생회 회칙에 따라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매달 지출내역을 첨부하고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함께 첨부한다. 인하대 총학생회 조재원 부회장은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올리는 것이 공약이었다”라며 “학우분들이 예·결산안을 보실 수 있게 매달 결산보고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대학교(이하 인천대) 총학생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매월 ▲활동명 ▲행사 일시 ▲활동내용 ▲재정사용 보고 등등을 기록한 업무추진비 사용 보고서를 게시한다. 인천대는 총학생회만 업무추진비를 사용하고 있다.



*업무추진비: 정부,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기관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처리비용이다. 판공비라고도 불린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 헌장 제2장 7조: 전학대회는 각 기구의 예산 책정의 합리성, 적정 수준의 판공비, 그리고 활동비 등을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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