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기 힘든 시대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안전을 위협하지만, 온몸에 퍼진 안전 불감증 탓에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렇기에 안전의 시작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입니다.” 행복기숙사 공사 현장에 쓰여 있는 표어다. 위험을 위험으로 받아들이는 것, 거기부터 시작하면 된다.
앞부분만 보면 아무리 봐도 지진을 다뤄주려는 모양새다. 착각하게 했다면 미안하다. 이번에는 지진이 아닌 돈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한동대 학생자치기구들의 예·결산안에는 ‘업무추진비’라는 돈이 있다. 판공비, 업무진행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업무추진비는 다양한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장소에 쓰인다. 조직 유지비, 교통비 등 주로 증빙이 힘들거나 예산안에서 다 예측하기 힘든 부분에 사용된다. 다시 정의하자면, 업무추진비는 ‘쉬운 돈’이다. 증빙과 기록이 이뤄지지 않으며, 집행 기준도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학생자치기구들이 조직을 운영해나감에 있어, ‘유연한 돈’은 꽤 유용하다.
문제는 이 유연함이 지나쳐 예산 사용이 불투명하게 사용될 위험성을 내포한다는 점이다. 총학생회 회칙은 업무추진비를 어떻게 사용하라는 기준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 의원들은 단체별 업무추진비가 적정 수준인지 심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학대회 의원들이 심사하는 예·결산안에는 ‘판공비 몇만 원’이라는 항목이 적혀있을 뿐이다. 사용처에 대한 기준도, 실제로 사용한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전체 규모가 적절한지만 판별하라는 셈이다.
취재가 진행되면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그럼 업무추진비를 없애라는 말이냐고 물어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업무추진비 항목 자체를 지우자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의 기준,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뜻이다. 전학대회에서 업무추진비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학생경비 한 톨도 소홀히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위험을 발견하는 것은 안전의 시작이다. 마찬가지다. 업무추진비의 위험성을 발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기존에 지급된 대로 지금도 지급되고 있는 업무추진비를, 그 당연함을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더 많은 사람이 위험을 발견하고 고쳐나갈 때 한동대 학생정치는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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