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가 뭐예요?” 학부 임원 시절, 나의 질문에 대한 학부대표의 답변은 사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대표에게 필요하면 업무추진에도 쓰는 돈이라고 대충 인식했었다. 그러나 내가 이번 취재에서 만난 업무추진비는 달랐다. 나는 완전히 잘 못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업무추진비는 증빙과 기록을 하지 않아도 돼 부정부패가 가장 잘 일어나기 쉬운 명목이다. 식사 비용으로 대부분 이용돼도 적정성 여부를 가리기가 힘들다. 업무추진비의 사용 목적이 정의돼있지 않고 사용 내역 공개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상황이다. 전국 17개의 광역의회는 업무추진비 사용을 엄격히 규정하는 ‘지방의원 행동 강령’조차 없는 상태다.
한동대학교도 별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16-2학기 학생기구 4단체의 업무추진비로 1천 622만 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학생단체들에는 업무추진비의 목적이나 정의 혹은 집행방법을 규정하는 어떠한 회칙도 없다.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의를 물었을 때 각 학생단체 대표들은 인수인계 받을 때 설명을 듣거나 본인이 자체적으로 백과사전을 찾아본다고 했다. 이렇게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의와 목적이 통일돼있지 않으니 매 전학대회에서 업무추진비로 집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공방이 오가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공방이 오갈 기회 조차 주지 않는 상황이다. 전학대회 예결산 안에서는 업무추진비의 전체 금액만 기재하며 사용처에 대한 정보는 기재하지 않는다. 여태 업무추진비로 넣어야 할지 논의되었던 사안은 모두 일반 예산 항목이었다. 이 중에는 논의 끝에 업무추진비로조차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이 내려져 예산안에서 아예 탈락하고 사비로 충당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애초부터 해당 항목이 업무추진비로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아무도 해당 내역에 대해 모르는 채로 부적절한 비용은 고스란히 학생경비에서 나갔을 것이다.
업무추진비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대부분의 학생단체는 판공비를 꽉꽉 채워서 쓰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매점에서 물건을 사도 10원도 남기지 않고 쓰기는 힘든데 매번 결산율 100%로 깔끔하게 집행돼있다. 이에 대해 대표들은 업무추진비를 넘겨서 자신의 사비까지 끌어다 쓰기 때문에 오히려 모자란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왜 업무추진비가 그렇게 많이 쓰여야 하는가 의문이 든다. 예측하기 힘든 사항들이 그렇게 많이 발생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예비비는 왜 충분히 빼놓지 않는 것이며 만약 정말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여 불가피하게 돈을 쓰고 추가경정안으로 넣는다면 어느 누가 승인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학생단체 대표들은 자신들이 판단하고 운영할 업무추진비에 꼬치꼬치 따지는 것이 섭섭할지 모르겠다. 사전 취재를 하던 중 알고 지내던 전 리더십 중 내부에서 스스로 고민해보고 개선해나가는 것이 더 지혜롭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의한다. 알면서도 재량에 맡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럼에도 내가 기사를 통해 다시 이야기하는 이유는 사실 실제로 리더십을 믿기 때문이다. 공부하라는 말에 “엄마 나 못 믿어? 말 안 해도 하려 했단 말이야!”하고 토라지는 아이 대신 오히려 자극으로 여겨 더 나아갈 리더십을 믿기 때문이다. 놔두면 알아서 하겠지 하는 무책임한 믿음 대신 이야기하면 할수록 더 좋은 대안을 도출해줄 리더십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기회를 통해 더 나은 방향을 위해 토의하고 고민할 한동의 리더십을 믿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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