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지역에서 생긴 지진으로 어디를 가든지 지진과 관련된 경험을 자주 나누게 된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 지진의 영향으로 기숙사를 뛰어다녀야 했던 학생들이 작은 소리에도 자지러지게 놀라고, 잠을 쉽게 못이루며, 계속 흔들리는 느낌이 드는 등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호소하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 이렇듯 우리에게 재난과 폭력 등의 충격적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 반응은 더 이상 특별한 단어가 아닌 것 같다. 사건은 지나가고 시간이 흘렀는데도 우리 몸이 마치 그 일을 다시 재현해서 겪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트라우마 반응은 경험과 기억 간의 불일치가 그 특징 중 하나로 그 때 겪었던 일을 지금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에 대해 최근의 신경생리학적 연구들은 뇌연구의 급속적 발전과 함께 그 과정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지면상 충분한 설명이 어렵지만 간단히 설명해보면 위협상황이 닥치면 마치 화재경보기가 켜지듯 뇌의 편도체라는 부분이 알람기능을 하게된다. 지진과 같은 재해 상황에서 동물적 감각으로 달아나야할지, 싸워 이겨야 할지, 멈춰야 할지 등을 자율신경에 맡겨 움직이며, 스트레스 대처 호르몬이 분비되고 몸은 방어태세를 갖추게 된다. 그 후에 위험상황 정도를 해석하는 전두엽의 활동으로 인지적 판단과정을 통해 다시 평정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강렬한 위협이 자주 일어나면 방어체계 오작동으로 몸의 균형이 깨지며 원시적 수준의 방어 상태에 놓이게 된다. 통상적으로 충격적 사건에 대한 놀람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나, 이것이 지속되어 마치 눈앞에서 계속 그 일을 겪는 것같이 계속 느낀다면 이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 볼 수 있으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살면서 두렵고 무섭고 떨리는 순간을 수도 없이 겪는데 불안과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감정 조율(affect regulation)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관계체계의 관여는 심장과 기관지, 얼굴 근육과 머리에 연결되어 있는데, 우리 몸과 뇌가 위협을 감지하여 싸우거나 도망가기 방어기제가 올라오더라도 눈맞춤이나 사람의 음조를 통해 그 사람과 관계하며 사회적 신호를 사용해 위협 신호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마치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서 엄마와 교감하며 안정을 되찾는 것과 같다. 트라우마 반응이 고정화된 개인들은 상황판단과 공감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러한 체계를 작동시키기 어렵고 생존에 초점을 맞춘 방어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므로 충격적 사건들 속에서 이를 극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신경지를 안정시키고 안전한 환경을 구축하여 제2의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시편 42편에서는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고 자신의 영혼에게 명령을 한다. 비록 우리 몸이 위험에 반응하고 있다 하여도 영적으로 우리는 우리 몸에게 명령을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평안이 우리 온 몸과 마음에 퍼져 누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불안과 불신, 비난보다는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므로 사회적 안전감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사랑으로 덮인 공동체의 치유능력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아닐 때 상처는 사건경험보다 더 심각해지고 쓰라려 회복이 어려운 상태가 됨을 지난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많이 느껴왔다. 그러므로 이러한 때에 제2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우리 자신도 노력하며 공동체도 한마음으로 힘을 기울여야 하며 안전한 사회를 함께 구축해가야 하겠다.

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전명희 교수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