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용훈 사진기자.

지난 14일부터 16일은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었다. 주말까지 이어졌던 긴 연휴 덕에,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은 더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었다. 귀성길로 인한 교통체증에도 불구하고 매년 명절에는 많은 이들이 가족들을 보기 위한 발걸음으로 분주하다. 하지만 이런 광경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있다. 가족 없이 긴 명절을 홀로 보내야 하는 독거노인이다. 명절뿐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외로운 세월을 보내고 있는 그들의 삶에 다가가 봤다.

올해 5월 경남 창원시에서 혼자 살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74세 박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씨는 발견 당시 숨진 지 50여 일이 지나 있었다. 이처럼 가족, 친척, 사회로부터 격리돼 홀로 떨어져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 고독사’는 현대사회에 이르러 점점 증가하고 있다. 노인 고독사는 대한민국 독거노인이 겪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단면이다. 많은 어려움을 홀로 감당하고 있는 독거노인의 삶을 알아보자.
 

늘어나는 독거노인, 그들의 실상

대한민국에서 독거노인이란 만 65세 이상의 홀로 사는 노인을 지칭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수는 2016년 144만 명을 돌파했으며, 대한민국의 급속한 고령화 속도에 따라 2035년에는 현재 독거노인의 수보다 2.3배 증가한 34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의 비율은 21%를 차지하고 있다. 노인 5명 중 1명은 홀로 살고 있는 것이다.
독거노인은 다양한 기준에 따라 분류된다. 먼저 일상에서 가족과의 교류 정도, 일상생활 능력에 따라 나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독거노인 현황 추정치’에 따르면 120만 명의 독거노인 중에서 ▲가족과의 유대관계가 강하고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영위하는 ‘자립 노인’은 65.8% ▲가족·이웃과 유대관계가 있지만, 복지서비스의 욕구가 높은 ‘관심 필요 노인’은 8.3% ▲사회적 교류가 일부 이뤄지지만, 일상생활 능력에 제한이 많은 ‘취약 노인’은 17%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일상생활 능력이 심하게 제한된 ‘위기 노인’은 7.9%에 달한다.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년기 독거 현황과 정책적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독거 기간 비율은 10년 이상이 56.8%, 20년 이상이 26.8%를 차지했다.

 


무엇이 독거노인을 힘들게 하는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대한민국 노인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 회원국 중 1위다. 이는 대한민국 노인들의 삶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다. 노인들이 혼자 살아가면서 느끼는 문제는 다양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년기 독거 현황과 정책적 대응 전략’ 보고서에 나온 독거노인의 문제 경험률은 ▲저소득, 주거 불안정, 경제활동 미참여 등 ‘경제문제를 경험하는 노인’이 75.9% ▲영양 문제, 질병, 기능상태 제한 등 ‘건강문제를 경험하는 노인’은 71% ▲자녀로부터 지지와 이웃과의 유대가 약한 ‘소외문제를 경험하는 노인’은 64.5% ▲사회참여 정도가 낮은 ‘무위 문제를 경험하는 노인’은 58.6%로 집계됐다.
독거노인의 삶에 더 가까이 가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김성남(59) 씨와 함께 대전 문창동에 사는 독거노인 조정희(88) 씨 집에 방문했다. 추석 내내 홀로 집에 있었던 조 씨는 집에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조 씨는 사고로 하나뿐인 자식을 잃고 홀로 대전에서 지낸 지 30년이 넘었다. 북한 개성이 고향이어서 남한에는 언니와 여동생만 살고 있다. 그마저도 멀리 살아 전화로 안부만 묻는다.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조 씨는 국가로부터 매달 20만 원의 생활비와 요양보호사 지원을 받고 있다. 조 씨는 “혈압, 당뇨, 협심증으로 (요양보호사와) 함께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을 간다”라고 말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조 씨는 국가에서 받는 20만 원의 생활비 안에서 전기세와 병원비를 모두 충당해야 한다. 지원받는 금액으로 생활하기 부족하지 않냐는 질문에 조 씨는 “(돈을) 더 줬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지 않나, 그래도 그것(지원금) 때문에 사는데”라고 말했다. 2009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경우 경제적인 어려움(43.6%)과 건강문제(37.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독거노인 10명 중 7명이 빈곤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자료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60세 이상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67.1%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제적 어려움이 독거노인들에게는 큰 문제다.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은 나이가 들어 약해진 몸으로 일할 수 없고 연금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 기인한다.
또한, 독거노인은 가족, 친구, 이웃 등 사회적 관계망과의 교류가 단절돼 있다. 사회적 역할상실에 따른 외로움과 고립감 등으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다. 조 씨는 하루 3시간 김 씨와 함께 병원에 가거나 말동무로 지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주로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 다친 다리와 굽은 허리로 인해 거동이 많이 불편한 조 씨는 “저거(노인용 보행차)를 끌지 않으면 못 나간다”라며 “나가면 집 앞에 앉아서 사람들 구경하거나 집 앞 골목을 걷는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독거노인 문제가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해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석재은 교수는 “사회제도 즉,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하면 보통은 가족안전망이 작동한다. 이전에는 가족이 나름 그 (독거노인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작동하기 전에 완충 역할을 많이 해줬었다”라며 “현재 대한민국은 가족구조가 변화하고 가족의 규범과 가치관도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완충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요양보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조정희 씨. 최용훈 사진기자.

노인을 위한 걸음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독거노인의 사회적 고립감 해소를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사업’, 위급상황을 대비한 ‘독거노인 응급안전 돌보미 사업’과 더불어 가사·활동지원 또는 주간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 돌봄서비스’, 홀로 사시는 노인분들의 직·간접적인 안부확인과 독거노인에 대한 종합적인 문제를 관리하는 ‘노인 요양보호사 파견’ 등이 있다. 요양보호사 김 씨는 평일 하루에 3시간씩 조 씨의 집을 방문해 말동무가 돼주거나 조 씨의 생활을 돕는다. 김 씨는 “할머니의 생활을 도와드리고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라며 “내가 있는 시간 동안 할머니가 좋아하시니 보람차다”라고 말했다. 혼자 사는 것이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 조 씨는 “아줌마(요양보호사)가 오잖아”라고 말했다.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권중돈 교수는 “국가가 독거노인의 모든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족과의 정기적 교류와 생활에 대한 지원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라며 “이웃이나 친구와의 교류를 촉진하여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비한 경제적 지원, 앞으로 갈 길은?

독거노인을 위한 경제적인 지원으로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생계급여 등의 제도가 있다. 하지만 미비한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인해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나타내듯 2008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노인복지 지출이 적은 나라 2위에 대한민국이 이름을 올렸다. 기초연금법에서 정한 기초연금 수급률 70%는 2014년 기초연금 시행 이후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16년 6월 기준 기초연금 수급률은 66.1%였다. 이는 2014년 평균 기초연금 수급률 66.8%, 2015년 66.4%보다 낮아진 수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은 “기초연금법에서 정한 70% 기준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선정기준액을 보수적으로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기초연금 수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선정기준액을 재조정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수급률을 향상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5년 통계로 보는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해 61세 이상 노인 중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38.3%로 집계됐다. 나머지 61.7%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조차 급여 수준이 낮다. 독거노인에게 지원하는 경제적 제도에 대해 석 교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지만 그런 제도는 부양 의무자 기준과 같은 것 때문에 소득을 못 받으시는 분들이 계신다. 소득보장이 안 돼있는 분들에 대한 사각지대 발굴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매년 10월 2일은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 의식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노인의 날이다. 당신에게 독거노인은 어떤 존재인가? 점점 늘어나는 노인 인구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익숙하게 독거노인을 지나치곤 한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낯선 타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버스 옆좌석에서, 마트 채소코너에서, 공원 벤치에서 그들이 건네는 눈빛에 답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관심의 그늘 아래 갈 곳 없는 독거노인, 우리의 관심은 그들의 그늘을 걷혀 줄 것이다.



*상대적 빈곤율: 가구(혹은 개인)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가구(혹은 개인)의 비율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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