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깎던 노인’이라는 수필이 있다. 글쓴이가 ‘방망이 깎는 노인’과의 만남을 회상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작중 노인은 방망이 한 벌에 굉장한 시간과 정성을 쏟아붓는다. 차 시간에 쫓기던 글쓴이는 그만하면 된 것 아니냐고 채근한다. 노인의 대답이 걸작이다. “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
한동대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번 학기 한동대는 두 개의 커다란 변화와 마주했다. 하나는 총장인선절차 관련 정관개정이다. 총장인선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한동대가 2014년 총장인선 정관개정 TFT(이하 총장인선TFT)를 발족한 지 2년 반 만에 이뤄낸 변화였다. 다른 하나는 총학생회 회칙개정이다. 아직은 안(案)일 뿐이지만, 백지화 사태까지 겪었던 작년에 비하면 훨씬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두 개의 ‘방망이’를 깎는 데 걸린 시간은 절대 짧지 않다. 규정안이 2년 넘는 시간 동안 보류된 것이나, 총학생회 회칙개정을 지난해 한 번 실패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괜찮다. 각각 한동대 리더십과 학생정치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변화다.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 더 완벽한 모습으로 만들어지면 된다.
하지만 이상하다. 분명히 이 정도면 ‘깎일 만큼 깎였어야’ 할 방망이 한 벌인데 거칠고 투박하다. 이사회는 규정안을 보류하던 도중 갑작스레 정관개정을 선언했다. 총장인선TFT는 규정안이 계속 보류되자 이사회의 의견을 알려달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정관을 개정한다는 ‘선언’이었다. 규정안이 완벽히 반영된 것도 아니다. 규정안의 내용 일부만을, 그것도 상당 부분 수정을 거쳐 정관개정에 반영했다. 과정도, 결과물도 매끄럽지 못했다.
총학생회 회칙개정안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학부협력회(이하 학협) 해체를 비롯해 꽤 많은 조항이 신설·변경됐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RC협력회가 없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성을 확보한 RC 대표지만 이번에도 전학대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늘 모호했던 인건비는 아예 다뤄지지도 않았다. 최소한의 수정이었다. 올해 회칙개정이 완료된다면 6년 만의 개정이 된다. 다음 회칙개정은 언제일까. 확실한 건 그전까지 이 투박한 방망이로 학생정치를 끌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방망이 깎던 노인은 손님의 재촉에도 당당할 수 있었다. 만들어진 방망이가 완벽할 것을 자신했기 때문이다. 한동대도 오랜 기다림 끝에 방망이 한 벌을 받아 들었다. 그 기다림에 걸맞은 방망이인가. 상투적이지만,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