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마음으로 다시 글을 씁니다. 백지를 자기 생각으로 채운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특히나 ‘맑은눈’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글을 쓴다는 건 감히 시작하기 어렵고, 또 끝을 내기도 어렵습니다. 아는 척 해보려다가, 격려하는 척 해보려다가 이내 쓰는 글이 이렇게 다짐하는 글이 되어 미안합니다.
며칠간 ‘맑은눈’이라는 이 코너 이름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언제부터 시작된 맑은눈인지 모르겠지만 이를 지은 분은, 후대 편집국장이 짊어질 부담감을 예상이나 했을까요. 몇 편의 글을 써도 ‘맑은’ 것 같지 않아서,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이 뭘까 찬찬히 생각해봤습니다.
아니 사실 생각해보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신문을 만들기 위해 구성원들과 논의하고, 고민하고, 때로는 짜증도 내가며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그랬습니다. 아마 제 능력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그러다 이내, 그 시간들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됐습니다.
밤을 새우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때로는 아파하기도 하며 보내는 그 시간들의목적이 무엇일지 고민해봤습니다. 감히 저는 이 글에서 선언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한 '알람'을 제공하기 위해 그 시간들을 사용하겠다고 말입니다.
약속 시간이 지난 알람은 무의미합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울려야 할 때 울리지 않는 알람은 뒤늦은 후회를 더 후회스럽게 만듭니다. 그래서 알람은 적절할 때 울려야 하고, 누군가는 그 알람을 듣고 깨어나야 합니다. 누군가 깨었는지, 깨어날지는 잘 모릅니다. 다만, ‘잘’ 울리겠다는 다짐밖에는 드릴 게 없습니다.
한동신문은 더 많이, 더 자주 울리는 알람이 되겠습니다. 열독자라면 눈치채셨을 겁니다. 면 구성에 변화를 줬습니다. 1면이 커버스토리에서 기사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독자소통란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호 ‘사고’가 실린 부분이 다음 호에는 독자의 의견으로 채워집니다. 십자말풀이 코너도 새로 생겼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더 많은 독자가 읽고, 더 많은 의견들로 함께 만들어가는 신문이 되길 기대하며 구성했습니다.
첫 호를 만들다 보니,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했다는 생색이 아닙니다. 더 꼼꼼히 더 자세히 보지 못한 것에 드는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이 이렇게나 크기 때문에, 감히 ‘열심히 했다’라고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말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은 알람이니 너무 쉽게 끄지는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부디, 일어나야 할 사람이 이 알람을 듣고 일어날 수 있기를. 그 역할에 부끄럽지 않았다 말할 수 있는 한 학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늦지 않게 울리는 알람이 되리라’, 이 한 마디를 전하기 위해 귀한 지면을 할애하였음을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혹 제가 방향을 잃어간다면 이 ‘선언문’스럽지 않은 ‘선언문’으로 돌아보겠습니다. 언젠가는 ‘맑은눈’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맑은’ 한동을 ‘맑게’ 담는 글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이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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