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대학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 선정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갈등은 그 원인부터 결말까지 하나하나가 화제였다. 대학 리더십의 일방적 결정을 비판했던 학생들은, 이와 대조라도 시키듯 자신들의 시위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적 광경을 보여줬다. 평등한 익명 상태, 토론을 통한 의사결정, 실질적인 변화 주도까지. 학교에 공론의 장을 요구하는 동시에 스스로 공론의 장을 보여준 이들. 공론장은 민주주의 실현의 조건이자 수단인 셈이다.

공론장은 민주주의 실현의 열쇠다. 공론장 개념의 본격적인 논의를 이끈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는 공론장을 ‘민주주의의 원리’라고 봤다. 공공 사안에 대해 민중이 의사를 표출하고그에 대한 토론이 일어날 수 있는 장이 바로 공론장이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작은 사회인 대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학 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공론장의 형성은 필수적이다. 지난 학기 한동대 사회에는 버스 요금 인상,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등의 공공 사안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그렇다면 한동대의 공론장은 얼마나 잘 기능해왔을까?


공론장의 ‘가능성’, 다양해진 논의의 장

공론장은 독특한 개념이다. 공론장(public sphere)이라는 단어에서 나타나듯, 공론장 개념은 공공성에 뿌리를 둔다. 이에 공론장은 단순히 이야기나 논의가 오가는 장이 아니라, 공공적인 성격을 지녀야 한다. 1961년 독일의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가 공론장 논의에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는 논문 「공론장의 구조변동」을 발표한 이후, 공론장은 상당수 학자의 관심거리였다. 2000년대 들어 캐나다의 철학자 찰스 테일러(Charles Margrave Taylor)는 하버마스 저작에 기초해 공론장을 새로운 장소 초월적 공간으로 해석했다. 테일러는 공론장 논의를 전개하면서 “공론장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서로 만나고 공통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들을 토론하며 그에 관해 공통의 의견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하나의 공통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때 다양한 미디어는 인쇄 미디어, 전자 미디어, 면대면 접촉을 포함한다. 언론정보문화학부 주재원 교수는 "공론장에서는 공공성과 공익적 가치를 지향하는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이 돼야 한다”라며 “무엇에 대해 논의하느냐가 결국 공론장을 이루는 핵심적인 가치"라고 말했다. 이에 공론장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현안을 위주로 일어난다.
대학은 다양한 논의의 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론장 형성의 기본 여건을 갖춘다. 특히 매체의 발달로 대학 내 마련된 논의 공간은 더욱 다양해졌다. 대다수 대학은 대학 언론, 학회, 동아리를 비롯한 소그룹 모임, 공청회,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갖고 있다. 논의 공간의 다양화에 따라 대학 내 공론장의 가능성은 커졌다. 한동대도 마찬가지다. 한동대는 언론 기관을 가지고 있으며, 적지 않은 수의 학회와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SNS 기반의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페이스북 페이지 한동대 대신전해드림과 페이스북 페이지 한동대학교 대나무숲(이하 대나무숲) 등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온다. 이들은 각각 공론장의 가능성을 지님과 동시에 공론장으로서 한계를 갖는다.

▲ 그래픽 이민주

위축되는 대학 언론 공론장

언론은 대학 내 공론장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체다. 대학 언론은 주로 학보사를 가리킬 때 쓰이지만,일반적으로 ▲학보 ▲교지 ▲방송사 ▲영자신문 등을 총칭한다. 이들 대학 언론은 각각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공공 사안에 대한 전달 및 여론 형성을 통해 공론장 기능을 수행한다.
대학 언론은 대학 내 주요 사안 및 사회 현안을 다룬다는 점에서 정보 전달, 여론 형성, 감시 등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대학 언론이 공론장으로 원활히 기능하는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김서중 교수는 “대학 내에서 공론장으로서 기능해야 할 대학 언론이 공론장으로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전반적인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학 언론이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대학언론 다양성 부족 ▲열독률의 저하 ▲의제 설정에서의 한계 ▲구조적 문제 등이 꼽힌다.
대학 내 논의의 장이 늘어나는 데 비해, 언론기관의 수는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한동대 내 현재 활동 중인 언론기관은 한동신문뿐이다(8월 29일 기준). 영자신문사 한동투데이(Handong Today)는 15-1학기까지 활동했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한편, 대외협력팀 소속 한동아카이브의 경우 한동대 소식지 ‘한동人’을 발행하나, 언론 매체보다는 홍보지의 성격이 강하다.
언론기관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새로운 언론이 등장·활동하기 어려운 구조 때문이다. ‘학생간행물발간규정’에 따르면 학생 간행물 발간 시 전교, 학과(부), 단체 단위에서는 간행물 발간 추천원을 작성해 학생처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개인 단위인 경우 담임교수를 거쳐 학과(부)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2014년 학생자치언론 ‘당나귀’(이하 당나귀)가 창간됐으나, 학생지도위원회에 의해 창간호 배포가 불허됐다(본지 199호 1면 참조). 당나귀는 2015년 6월 제2호를 마지막으로 지면을 발행하지 않고 있다(8월 29일 기준). 언론 기관의 부족은 공론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홍원 교수는 “공론장은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어 서로 논증을 통해 타당성 검증을 받고 더 훌륭한 논증을 펼친 의견이 여론 형성에 반영되는 그런 장소가 되어야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열독률의 저하는 몇 안 되는 대학 내 언론 매체들이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힘들게 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공론장 형성은 구성원들의 직·간접적인 만남이 전제돼야 하는데, 대학 언론을 보는 학생이 없으니 공론장을 구성할 구성원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낮은 열독률의 원인으로는 주로 디지털 환경 변화에 인쇄매체 기반 언론이 위축된 점이 언급된다. 
대학 언론의 의제 설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김서중 교수는 “대학생들이 요즘 관심 있는 것들만을 제공하는 대학 언론의 모습은 공론장으로서 자신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를 다루는 경우라도, 그 의제가 실제 그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잘 설명하기 위한 의제의 재가공이 없는 기사 제공은 공론장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학 언론의 기사 발행에 생기는 시간적 한계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대학주보 권주은 전 편집국장이 15개 학보사를 대상으로 2016년 3월 1일부터 3월 18일까지의 사건 발생이 특정된 126개 기사를 분석한 결과, 해당 사건이 발생한 뒤 기사가 발행되기까지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8.6일이었다. 대학 언론이 시의성 있는 의제를 설정하는 데 한계가 생기는 셈이다.
한편, 대학 언론 한계의 근저에는 대학 언론의 독특한 구조가 있다. 대부분의 대학 내 언론매체는 총장이 발행인으로 있으며, 주간교수를 두고 학교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다. 대학언론세미나 기획단 데드라인이 지난 4월 발표한 ‘2016 대학언론 실태조사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87개 대학 언론의 54.0%(47개)가 총장 직속으로 편재됐으며, 18.4%(16개)만이 독립된 기관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구조적으로 종속되는 대부분의 대학 언론은 자율성과 독립성의 측면에서 공론장으로 기능하는 데 근원적인 한계를 갖게 된다.


얼굴 보고 대화하는 작은 공론장

대학 내 공론장은 면대면 접촉, 즉 구성원들 간의 직접적인 만남에서도 형성될 수 있다. 이에 학회와 동아리 등을 비롯한 소그룹 모임도 공론장의 가능성을 지닌다. 관심 분야별 학술 연구·토의를 위해 만들어진 학회 및 학술분과 동아리는 내부적으로는 공공 사안에 대한 토론을 통해, 외부적으로는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공론장을 형성한다. 한동대 내 등록된 정식 학회의 수는 56개, 정식 동아리의 수는 52개다(8월 29일 기준). 한동대 내 학술분과 동아리는 2개에 불과해 공공 사안에 대한 토론이나 논의는 주로 학회에서 이뤄진다. 토론학회 베네딕트 이동욱 학회장은 “매주 정모시간에 사회 또는 학내 현안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다”라고 말했다. 한동국제정치학회 백지원 학회장은 “시급한 상황이나 선거와 같은 시사적인 이슈가 있을 때는 시기에 맞춰서 명사 초청 강연을 하든지, 또는 교수님을 모시고 하는 토론회도 한다”라고 말했다. 16-1학기 베네딕트는 버스 요금 인상을 주제로 한 토론회 ‘버스비 올라도 괜찮아?’를 개최했으며, 한동국제정치학회 역시 정치적 사안을 주제로 한 강연 ‘변동하는 한반도 정치- 무엇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를 개최한 바 있다.
학회가 공론장으로 기능하는 데에도 한계는 있다. 공론장 기능을 하는 학회의 수 자체가 많지 않은 것이다. 공공 사안에 대한 토론이 주목적이 되는 학회는 전체 학회 중 25%를 넘지 않는다. 16-1학기 교내정보사이트 히즈넷(HISNet)에 올라온 신입 학회원 모집 공지 44개 중 ▲사회 현안 ▲국제적 문제 ▲인권을 비롯한 공공 사안에 관해 토론한다고 소개하는 경우는 10건이다. 반면, ▲취업·진학 준비 및 정보 공유 ▲대회 또는 공모전 준비가 이뤄진다고 소개한 경우는 19건이다(중복 포함). 주재원 교수는 “학회나 동아리 앞에 ‘취업’이 붙고 스펙을 쌓기 위한 성격의 자발적 학생 모임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비슷한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어떤 이익집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 교수는 “이익집단은 대학 내에서의 건전한 공론장을 이끌어갈 수는 없다고 본다. 이익집단은 필연적으로 자신들의 이익과 배치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쉽게 외면하기 때문에 철저하게 이기적인 집단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론장의 가능성을 지닌 학회도 실제로 공론장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 대표적인 걸림돌은 학회원 감소다. 베네딕트 이 학회장은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데, 구성원들의 수가 많지 않을 때 아쉬움을 느낀다”라며 “안타깝게도 신입 학회원 모집이 힘든 편”이라고 말했다. 취업, 스펙과 무관한 학회 가입을 꺼리는 것은 한동대만의 현상이 아니다. 고려대학교에서도 최근 사회정치적 현안에 관해 토론하는 사회과학분과 소속 동아리와 학회 인원이 줄어들었다(고대신문 1786호 참조). 
 학회 내부에서 형성된 작은 공론장이 더 큰 공론장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다. 학회 내부에서 자유로운 논의를 이루더라도, 대외적인 목소리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한동국제정치학회 백 학회장은 “학회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가 학회 밖까지 퍼지기는 어렵다”라며 “옛날 학회 선배님들께서는 토론회 등을 가끔씩 진행하셨는데, 요즘은 민감한 사항일 경우 단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부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청회나 소통마당도 공론장이 될 수 있다. 주로 한동대나 총학생회의 주최로 개최되는 공청회와 소통마당은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하고 공공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공론장의 형식을 갖는다. 16-1학기 한동대에서는 버스 요금 정책 관련 소통마당, ICT창업학부 신설관련 공청회 등이 열렸다. 그러나 공청회·소통마당 역시 저조한 참여율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지난 3월 열린 버스 요금 소통마당에 참여한 사람의 수는 유동 인원을 포함해도 60여 명에 불과했다(총학 추산). 이는16-1학기 한동대 재학생 수 3,990명(4월 1일 기준)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낮은 참여율의 이유로는 공청회에서 이뤄진 논의가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주재원 교수는 “결국 공청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장이 아닌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해주는 창구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늘날 대학의 공청회는 정형화된 구조적 한계와 주체 간 권력관계의 불균형으로 인해 동등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전통적으로 대학 내 공론장 형성에 기여했던 대자보의 경우, 단발적으로 공론장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매체의 발달·다양화로 빈도나 영향력은 감소했으나 중대한 공공 사안이 발생할 경우에는 여전히 대자보가 등장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불거졌던 2015년에는 한동대 내에도 여러 대자보가 게시됐다(본지 222호 3면 참조). 16-1학기에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문제를 두고 한동대내 여러 건물에 교수 충원 관련 대자보가 붙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뻗어 나간 한동대 공론장

인터넷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은 온라인 공론장의 출현을 불러왔다.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최윤정 교수는 “인터넷의 개방성과 상호작용성이 온라인 공론장의 탄생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라며 “익명성과 쌍방향성, 높은 정보 접근성이 공적 토론을 활성화시킨다”라고 말했다. 최근 대학 내에서도 인터넷 사이트와 SNS 등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 형태의 온라인 공론장을 찾아볼 수 있다.
한동대에도 공론장의 가능성을 지닌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교내 인트라넷(i7) ▲디시인사이드 ‘한동대학교 갤러리’(이하 한동갤) ▲대신전해드림 ▲대나무숲 등이 그것이다. 2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각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의 개수는 i7이 273개, 한동갤이 1,796개였으며 대신전해드림이 4,492개였다. 이 중 대신전해드림은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 중 가장 많은 글이 올라온 커뮤니티로(16-1학기 기준) 학내 사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기도 한다. 실제 언론정보문화학부 교수 충원 사안을 놓고 4월 한달간 147개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높은 접근성과 참여도에도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전체 글 중 공공 사안에 대한 논의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한동대 온라인 커뮤니티 중 가장 많은 글이 올라오는 대신전해드림의 경우, 2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올라온 4,492개의 게시글 중 ▲특정 상황에 한한 민원 ▲단순정보 전달 ▲단순정보에 대한 질문 ▲사람, 물건 찾기 ▲개인적 고민 ▲설문조사를 비롯한 정보수집 목적의 글을 제외한 결과, 공공 사안을 주제로 다룬 글은 394개로 전체 게시글의 9% 미만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는 데 비해 실제로 공공 사안이 다뤄지는 빈도는 높지 않은 것이다.
공공 사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그 주제가 한정적이었다. 2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대신전해드림 게시물을 살펴보면, 학내 사안이 학외 사안보다 확연히 많은 지분을 차지했다. 학내 공공 사안에대한 글은 308개, 정치·사회·문화 등의 주제를 다룬 학외 공공 사안에 대한 글은 86개로 학내 공공 사안에 대한 글이 약 3.5배 더 많았다. 조사가 이뤄진 4개월의 기간 중 유일하게 학내 공공 사안보다 학외 공공 사안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온 6월의 경우, 퀴어축제의 영향으로 34개 게시글이 동성애 관련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학외 사안 중에서도, 특정 사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음에도 총선 관련 게시글은 2개에 불과했다. 당시 사회 주요 사안이었던 총선과 관련해 대신전해드림 상에서 거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2월 28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체 게시글을 보더라도 정치를 주제로 한 게시글은 20개에 불과했다.
또한, 제보 방식으로 운영되는 대신전해드림의 운영 구조는 공론장으로 기능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를 가져온다. 대신전해드림은 제보자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글을 보내면 확인을 거쳐 페이지에 게시글이 올라가는 구조다. 대신전해드림 공지에 따르면, ▲혐오감이나 분란을 조성하는 글은 거부 가능 ▲관리자 성향에 따라 검열의 기준 다름 등의 규정이 명시돼있다. 이에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참여·발언에 제약의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 지난 5월 올라온 22개 학외 공공 사안 게시글 대부분은 강남역 살인사건, 여성혐오 관련 내용이었다. 5월 20일 대신전해드림 관리자는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저격이나 비난 글이 많다며 이에 대한 익명 제보는 더 이상 받지 않을 것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공론장 위한 한 걸음

대학 내 많은 논의의 장이 공론장으로 기능하는 데 한계에 부딪힘에 따라, 근본적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홍원 교수는“공익보다는 자기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데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나 자신의 문제가 공동체 전체의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사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공론장이 활성화된다”라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는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가 왜 내 문제인가를 이해할 수 있게 사회가 가르쳐준 적이 없다”라며 “우리 사회가 지금 시점에서 지향해야 될 가치 체계가 뭔가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고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매우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 학기, 한동대에는 공론장이 절실했다. 구성원들의 논의를 기다리는 공공 사안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론장의 부재는 이들 사안을 민주적으로 처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에 공론장을 향한 움직임은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외침이다. 한동대는 여전히 공론장에 목마르다. 이제, 민주주의의 열쇠를 되찾아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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