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미성년자, 장애인과 함께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속해있는 여성의 노동문제는 노동역사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한 쟁점 중 하나다. 여성의 사회 참여나 직장 내 승진을 막는 사회적 장벽을 뜻하는 ‘유리천장’, ‘유리벽’과 같은 단어들이 이러한 여성의 노동문제를 아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작년 3월,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유리천장에 대한 세계 각국의 지수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2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여성의 노동 현실은 암울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긍정적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의 여성들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다. 2009년, 처음으로 여학생의 4년제 대학 및 전문대 진학률이 남학생의 진학률을 넘어섰다. 2015년 역시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74.6%로 남학생보다 높았다. 고학력의 여성의 증가가 그대로 남녀간 고용률 격차 감소로 이어진 여러 나라들을 생각해보면 고무적인 변화다.
  하지만 한국 여성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로 보인다. 고학력 여성은 증가했지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그대로다. 고학력 여성은 많지만 취업은 절반도 하지 못하는 통계가 그 현실을 말해준다. 각종 고시에서도 수석은 대부분 여학생이 차지하지만 남학생보다 성적이 우수해도 취업은 더 어렵고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 남자들에게 밀리기 일쑤다. 이쯤 되니 한국의 유리천장은 방탄유리로 보인다.
  임금 차이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 한국의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은 5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었다. 동일임금의 날이란 남성과 여성이 받은 임금의 차이를 계산해, 여성이 며칠을 더 일해야 전년도 남성의 임금과 같아지는지를 따진 것을 의미한다. 즉 같은 일을 하는 한국 여성이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으려면 여성이 남성보다 5개월 이상 더 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한국의 노동 사회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의 부수적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
  청년 취업난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경제불황은 사람들을 언제 길거리로 나앉게 할지 모르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라는 ‘유리구두’를 신고 노동시장을 떠났던 여성들에겐 더 가혹한 현실인 요즘이다. 어찌어찌 유리구두를 벗고 생계의 현장에 돌아와도, 유리천장이 떡 하니 버티고 있다. 그래서 여성의 노동은 오늘도 고달프다. 그 유리구두와 유리천장 사이 어딘가에 여성이 있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