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한다면 인생에서 대학생 시절은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는 인생 전반부의 사실상 마지막(?)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 어느 졸업생은 2달간의 긴 방학도 짧다고 생각했었는데 취업 후에는 이틀간의 연휴에도 감사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한 열정은 넘치되 경험과 지혜가 부족하여 간혹 그릇된 행동과 실수를 본의 아니게 저지르기 쉬운 불확실성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런 실수를 아직 배우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특별한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지식의 측면에서 이 시기에 배우는 전공 실력을 비롯한 전공 지식은 평생의 기초가 된다.
  신앙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대학시절에 쌓은 성경 지식과 신앙의 수준(?) 역시 향후 10~20년, 나아가 평생의 기초가 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역시 대학시절 QT를 처음 시작했다. 처음에는 10초 정도의 점찍는 듯한 기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점차 시간이 길어지고, 말씀 묵상과 묵상 노트 작성의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다. 이렇게 체계가 잡히기까지도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특히 총체적으로 성경 말씀을 바라보기 위해 매일 신, 구약을 각각 한 장씩 읽고, 그중에서도 잠언과 전도서는 계속적으로 별도의 순서에 따라 반복해서 읽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너희가 만일 너희를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뇨 죄인들도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느니라(눅 6:32)”,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의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찌니라(눅 17:10)”,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아니한 것이 곧 내게 하지 아니한 것이다(마 25:45)”, “너는 범사에 주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인도하시리라(잠 3:6)”, “사람의 마음에 많은 계획이 있어도, 성취되는 것은 오직 주님의 뜻뿐이다. 사람에게서 바랄 것은 성실이다(잠 19:21,22)” 등 그 시절 쌓은 신앙의 기초가 지금까지 삶의 방향타가 되고 있다.
  세계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질문하며 그 시기에 얻었던 해답이 이후 삶을 바라보는 기초가 되었다. 특히 수많은 기도와 고민의 과정을 거친 깨달음의 순간들은 지금도 선명히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적어 놓은 묵상 노트의 글들은 이후 세상 풍파 속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귀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삶의 지혜, 그 지혜를 실천할 수 있는 힘. 부족하지만 세상의 흐름 속에서 조금이라도 세상과 다른 모습으로 말씀에 순종해서 살고자 하는 노력의 자세, 그 90%는 대학시절 배운 것들이다. 가장 순수했던 시기였기에 그 시절의 깨달음은 이후 삶 속에서 일부 더욱 지혜롭게 다듬어질 필요는 있었어도 큰 틀에 있어서는 가장 정확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인생의 항로에서 중요한 결단을 해야 할 순간에는 20대 시절의 깨달음 등을 기초로 판단을 하곤 했고, 그 결과는 대체로 옳았다.
  이렇게 대학생의 시기는 인생 전체의 방향을 결정하고 자기 자신만의 소명의 길을 찾고 준비하기 위한 신앙관, 세계관의 틀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제 대학시절의 한 학기가 또 끝나간다. 하지만, 지나간 학기를 아쉬워하며 바라만 보고 있기에는 우리 한동인들에게 앞으로 남아 있는 대학시절, 그리고 푸르른 20대의 남은 날들은 너무도 소중하다.
 
교목실 이재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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