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오늘날에도 시위현장에 변함없이 울려 퍼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노래다. 그리고 이 노래는 1997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승격돼 첫 기념식을 열었을 때부터 2008년까지 정부주관 기념식 본 행사에서 제창됐다.
 하지만 이 노래는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09년부터 공식 식순에서 제외되고 식전 행사로 밀렸다. 2011년부터는 제창이 폐지되고 기념공연 형식의 합창으로 바뀌었다. 이에 5.18민주유공자유족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행사에 불참하며, 희생자들을 기리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반쪽 짜리 행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5·18 관련 단체들은 이 노래가 사실상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기념곡으로 사용됐으며, 1997년에 5월 18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래 2008년까지 매년 정부 기념식에서 제창해왔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식 지정곡으로의 채택을 요구한다. 국회도 지난 2013년 6월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정부는 지정을 반대했다.
 이 논란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공식 기념곡 지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공식지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북한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것과 작사자 등의 행적으로 인해 제창할 경우 국민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해명에도 5.18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태도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축소하겠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비판한다. 올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둘러싼 문제는 정치적 논쟁으로 재현됐다.
 그 가운데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가치도 함께 도마 위에 올려졌다. 하지만 5.18광주민주화운동이 가진 가치는 군사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사회적 소수자의 보호라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 가치는 36년 전의 광주에서 일어난 참혹한 비극의 역사를 잊지 않는 동시에,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 된다.
다시 5월 18일이다. 민주주의의 깃발 아래서, 민주주의라는 ‘임’을 위한 노래가 울려 퍼진 그날의 그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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