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일반노동조합(이하 경북노조) 소속 한동대 청소노동자가 지난 10일부터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쟁의에 나섰다. 경북노조 소속 청소노동자들은 ▲일 *소정근로시간 8시간 및 주 5일제(주 40시간) 근무 ▲청소 외 업무 금지 ▲점심 식비 지급 등을 한동대에 요구했다. 이에 한동대는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처우 개선 위한 쟁의 시작
경북노조 소속 한동대 청소노동자 26명은 한동대를 대상으로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5월 13일 기준) 한동대 매점, 오석관(도서관), 그리고 효암 채플 앞 등에서 처우 개선을 위한 쟁의를 진행했다. 경북노조 소속 한동대 청소노동자들은 ▲일 소정근로시간 8시간 및 주 5일제(주 40시간) 근무 ▲청소 외 업무 금지 ▲점심 식비 지급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대화에 한동대가 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경북노조는 12일에서 13일까지 한동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지 서명을 받았다. 경북노조는 16일 처우 개선 논의를 요청하는 공문과 학생들의 지지 서명을 한동대에 보내는 한편, 침묵시위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청소노동자 이예숙(55) 씨는 “청소 업무에 무밭 업무까지 주어진 업무량이 많은데 근무 조건과 같은 처우는 너무 열악했다”라며 “한동대가 이런 부분에 대해 대화해주길 바라며 쟁의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경북노조는 ‘일 소정근로시간 8시간∙주 5일제 근무’ 요구가 임금 처우 개선을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한동대는 2014년 7월 새 청소용역 *도급 계약 업체를 선정하며 청소노동자들의 근로 시간을 주중 7시간, 주말 3시간 총 38시간으로 정했다. 경북노조 송무근 지부장은 “단시간 근로를 시킴으로써 청소노동자들이 더 저임금으로 내몰리고 있다”라며 “*법정근로시간을 다 근무할 경우 최저임금이 126만 원 정도인데 (한동대 청소노동자들은) 그조차 안 되는 108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북노조는 청소노동자들의 점심 식비 지급을 다음 계약에 포함해달라고 한동대에 요구했다. 송 지부장은 “사회적인 통념이나 상식의 눈으로 봐도 밥은 먹여주며 일하는 게 보편적이다”라며 “(청소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만 주는 것이 법에는 위반되지 않더라도, 과연 상식적인가 하는 질문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경북노조는 건물 청소노동자들이 맡은 무 재배 및 수확 업무 등 청소 외 업무를 금지해줄 것을 요구했다.
한동대, “관련 부서 간 논의 가질 것”
한동대는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관해 검토를 거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동대는 12주차 중으로 ▲생활관운영팀 ▲총무인사팀 ▲시설관리팀 등의 부서가 참여한 가운데 청소노동자와 경비근로자들의 임금과 근로시간 등 전반적인 처우 개선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한동대는 청소노동자들의 변경된 근로시간 등이 확정되면 다음 입찰 공고에 그 내용을 명시할 예정이다. 사무처 진상호 처장은 “쟁의 때문에 (처우 개선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고, 청소용역업체와의 계약기간 만료일이 도래함에 따라 근무시간 등을 검토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진 처장은 무밭 업무에 대해 “청소용역업체와의 계약 내용에 무밭 업무가 포함돼있으며, 근무시간 내에 업무를 수행했을 때 따로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라며 “청소노동자들이 무밭 업무를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구해서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강신익 행정부총장은 “학교 형편상 지급되는 전체 용역비를 늘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라며 “같은 파이 내에서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청소 인원과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 행정부총장은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미지수만을 고려할 경우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지 못한다”라며 “최적의 해결안을 내기 위해 한동대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동대는 경북노조와 직접 논의를 거치지는 않을 예정이다. 강 행정부총장은 “노조가 대화할 상대는 노동자들을 직접 사용하는 용역업체이다”라며 “(이번 처우 개선 논의는) 노조와는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경북노조는 한동대 청소용역 도급을 맡은 세영 CMS와 열세 차례 협상을 통해 *단체협약 체결을 시도했지만, 임금 관련 조항에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경북노조가 한동대에 직접 ‘임금 문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세영 CMS는 경북노조가 제시한 71개 조항 중 임금 관련 조항을 제외한 항목을 모두 수용했다. 세영 CMS가 한동대 청소 업무에 들일 수 있는 비용, 즉 한동대가 지급하는 도급 비용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세영 CMS 권기대 이사는 “근무 시간이나 급여 같은 부분은 한동대가 정해서 입찰을 하므로 업체가 손을 댈 수 없다”라며 “경북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까지 회사가 수용하기는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경북노조 송 지부장은 “(임금 관련 문제 해결은) 도저히 세영 CMS가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라며 “도급 비용 자체가 올라가지 않는 한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동대와 세영 CMS의 청소용역 도급 계약은 오는 6월 30일 만료된다. 한동대는 6월 중으로 *최저가낙찰제를 통해 새 청소용역 도급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쟁의 함께한 한동대 학생들
한동대 학생들은 쟁의 과정 전반에 함께 참여했다. 한동대 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노동자를 지지하는 한동인 모임’은 카카오톡 단체채팅방과 동명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최경준(법 12) 씨는 “참여하기 원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가함께할 수 있는 자유로운 모임이다”라며 “한동대라는 공동체 안에 소외된 약자가 있는 현실을 함께 받아들이고, 고민하고, 개선하려 한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모임에 소속되지 않은 학생들 역시 자유롭게 팻말을 들고 쟁의에 참여했다. 쟁의에 참여한 이예진(GLS 16) 씨는 “*‘들꽃’ 러브피스트에 참여하면서 청소노동자 분들의 열악한 처우를 들었고, 처우 개선을 위해 참여하게 됐다”라며 “사람들도 (청소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권여항(국제어문 09) 씨는 “하나님의 대학이라면 누구나 다 하나님의 사랑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대우는 결코 그렇지 못하다”라며 “청소노동자들이 조금 더 나은 처우를 받길 바라며 (쟁의에) 동참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소정근로시간: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하기로 약속한 시간.
*도급: 수급인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도급인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계약. 이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에게 직접 지휘·명령을 할 수 없다.
*법정근로시간: 근로기준법 제50조에 의해 1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단체협약: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에서 조합원의 근로조건 등 개별적 사항과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의 집단적 노사관계에 적용하기로 합의한 사항을 문서화한 협정.
*최저가낙찰제: 입찰자 중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업체부터 입찰금액의 적정성을 심사하여 낙찰업체를 결정하는 방식.
*‘들꽃’ 러브피스트: 한동대 학생단체 ‘들꽃’ 주관으로 한동대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식사 등을 통해 교제하는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