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8종 세트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취업에 필요한 ▲학벌 ▲학점 ▲토익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수상경력 ▲인턴 ▲봉사활동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렇게 나열된 스펙들 중에 봉사활동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개인 또는 단체가 지역사회·국가 및 인류사회를 위해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시간과 노력을 제공하는 행위를 의미하지만,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스펙을 쌓아야 하는 시대에 봉사활동도 자연히 취업 수단으로 전락했다.
 일부 대학이 자원봉사학점제를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신입 사원 채용 조건으로 자원봉사 경력을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같은 변화로 봉사는 자연히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이 아닌 의무화 됐다. 포털사이트에 ‘대학생 봉사활동’을 검색하면 대기업 주도의 봉사활동이나 유명 단체의 봉사활동이 뜬다. 국내 NGO단체의 봉사활동 경쟁률도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올라 10:1을 상회한다. 봉사활동에 선발되기 위한 족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우후죽순 생겨난다. 그야말로 봉사의 스펙화다.
 그러나 수많은 대학생들이 방학마다 봉사기관을 찾고 있음에도,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필요한 기관은 여전히 많다. 특히 지역봉사기관의 인력부족현상은 극심하다. 대학생들이 하는 봉사활동은 스펙에 도움이 될 해외봉사나 방학에 단기적으로 하는 봉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2014년 발표한 『사회봉사활성화를 위한 제도 구축 방안 연구』에도 “대학생 자원봉사의 동기가 이기적, 자기중심적이다”라며 “지속적인 참여보다 단기적이거나 일회성 자원봉사의 참여가 높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십시일밥’과 같은 대학생 주도 봉사활동은 자원봉사활동 영향력 증대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타 봉사자들에 비해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이 가능한 대학생 집단을 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 대학생들의 봉사소양 증대와 꾸준한 봉사참여를 유도했다. 봉사활동을 향한 작은 인식의 차이가 불러온 변화였다. 봉사가 스펙이 된 현실 속에서도,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비록 스펙을 위한 동기에서 시작된 봉사일지라도, 그 결과까지 의미없는 활동으로 만들지 말자. 봉사의 끝에, 당신이 얻게 되는 것은 취업을 위한 ‘스펙’이 아닌, 당신을 변화시킬 ‘스토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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