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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반 모은 밥 한 끼 건네는 청년봉사가
장나경 기자  |  jangng@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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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04  00: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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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녀는 “사랑은 그 자체로 머무를 수 없다. 그렇다면 의미가 없다. 사랑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고 그 행동이 바로 봉사다”라고 말했다. 여기 가난한 친구와 이웃을 위해, 사랑의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청년이 있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청년들과 함께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든든한 밥 한 끼를 선물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실천을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 이호영 씨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운영 사진기자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작은 힘으로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의 십시일반(十匙一飯). 이 정신을 이어받아 공강시간에 학생식당에서 봉사를 하고 취약계층 학우에게 식권을 나눠주는 비영리 단체 ‘십시일밥’이 탄생했다. 십시일밥의 대표이자, 대학교 내의 빈부격차 완화를 꿈꾸는 당찬 청년 이호영(27) 씨를 만나봤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작은 움직임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한양대학교 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이호영이고요. 현재 열심히 학교를 다니면서 ‘십시일밥’이라는 비영리 민간 단체의 대표직을 같이 맡고 있어요. 십시일밥은 공강시간에 학생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서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전달하는 활동이에요. 봉사자들은 이 활동을 통해서 자기 학교의 어려운 친구들에게 식권을 기부하고 도와주게 돼요. 이번 학기에는 약 650명 정도의 봉사자가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Q 십시일밥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 순수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집에서 좀 쉬고 있을 때 이 생각을 했었는데, 봉사활동을 하려면 주말에 나가야 하고 또 멀리 나가야 하잖아요. 근데 학교 내에서 뭔가를 하고 싶었어요. 식당은 학교 안에 있고 가깝고 하니까, 여기서 한번 해볼까 생각을 했고 그다음에 생각하게 된 게 지금의 십시일밥 컨셉이에요. 식당에서 일을 하고 돈을 받지 말자라고 생각했어요. 식권 두 장 어치 일을 했으면 이걸 다음에 어려운 친구들이 공짜로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싶었고, 그래서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Q 처음에 어떻게 사람을 모으신 거예요?
교양이나 전공 수업 팀 프로젝트 같은 거 할 때 있잖아요. 그냥 잠깐 쉬는 시간이나 이때 뻔뻔하게 얘기했어요. 십시일밥이라는 걸 내가 기획하고 있는데 같이 하겠냐고. 주변 사람들한테 계속 물어봤죠. 그렇게 해서 겨우겨우 열 명 정도 모았어요. 그 학생들이랑 같이 어떻게 할까 밑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죠. 그리고 포스터랑 현수막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을 모아서 39명이 2014년에 처음 시작을 한 거예요.

작은 경험이 만들어 낸 큰 변화

Q 십시일밥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금은 제가 사무국에서 지금 일하지만, 저도 식당에서 봉사를 매일매일 했거든요.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을 식당 여사님들이라 부르는데, 그분들이랑 되게 친해져요. 저희가 다 자식뻘이고 하니까 되게 예뻐해 주시고 기특하게 생각하세요. 그분들과 회식도 같이하고 뭐 생일파티도 같이하고 그러는데 그런 사소한 일들이 기억에 남아요. 이건 사실 내부자 아니면 모르고 못 느끼는 일이거든요. 저는 그분들과 소통하면서 공감할 수 있고 그 속에서 그분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게 참 좋아요. 책상에서는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식당에서 땀 흘리면서 배우는데, 그게 참 강렬한 교육인 거 같아요.

Q 이웃을 돕는 봉사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나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큰 이유 두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하나는 ‘책임감’이에요. 전 솔직히 한양대학교에서 (십시일밥을) 동아리로 만들고 졸업하려고 했는데, 이게 규모가 커졌잖아요. 여기저기 언론보도도 됐고 또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 자금도 이용했잖아요. 그러면 이건 제가 사회적 자원을 이용한 거거든요. 이것들 때문에 지금의 십시일밥이 있으니까 제가 무책임하게 버릴 수가 없는 거죠.
두 번째는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저는 이게 너무 재미있어요. 봉사활동이라는 게 고난의 길을 가야 하고 희생을 기반으로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적어도 저희가 만드는 봉사활동은 자신의 생활에 녹여낼 수 있고, 자기한테 부담이 안 가는 것. 또 사람들이랑 같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런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재미있어요.

Q 십시일밥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십시일밥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봐요. 십시일밥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어요. 저희의 역할은 사회문제를 완화하는 거예요. 그리고 캠퍼스 빈부 격차를 해소하기보다는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저희가 뭐 식권 아무리 기부해봤자, 말 그대로 십시일반 모으는 거잖아요. 사실 어떤 부자가 기부하는 게 나을 수 있고 어떤 제도가 변하는 게 나을 수 있어요. 그런데 십시일밥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십시일밥을 했던 사람들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는 있어요. 저희는 아무리 바빠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가치관을 계속 심어줘요. 지금까지 십시일밥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1,300명 정도 돼요. 이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사회로 나가고 나중에 어떤 것을 결정하는 지위에 갔을 때, 한 번이라도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런 사람이 모여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겠죠.

Q 봉사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저는 진짜 평범하고 특출나게 잘하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집요하게 기획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봤더니 되는 거예요. 졸업하고 나서 또 다른 사회문제에 직면했을 때, 집요하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그런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리고 사회를 보는 눈이 좀 더 맑아졌어요. 예전에는 사람들을 의심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처음 보는 사람도 일단 믿고 봐요. 다 남을 위해서 일하려고 모이는 사람들이고, 정말 땀 흘리면서 일하는 사람들만 보는데, 어떻게 사람에 대한 믿음이 없을 수가 있겠어요? 그 사람들과 일하면서 남에 대한 시선도 좋아지고 또 사람을 보는 시선 자체가 일단 긍정이기 때문에 그건 저한테 굉장한 큰 도움이고 큰 행복이에요.

리더십보단 멤버십으로

Q 지금 대학생으로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학교 다니면서 수업듣고 십시일밥 일은 저녁에 서류 작업 정도 하면서 평범하게 지내요. 엄청 바쁘지는 않아요. 제가 작년에 과로해서 쓰러져가지고 병원에 2주 동안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안 되겠더라고요. 정말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다면, 이 일을 장기전이라고 생각하고 해야 돼요. 오늘의 내가 있는 건 과거의 내가 있었기 때문이니까, 미래의 나를 위해서 오늘의 나는 잘 다듬어져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체력관리도 하고 여러 일을 잘 조율하면서 하고 있어요. 저도 남들과 똑같이 수업듣고 과제하고 또 가끔 친구들이랑 커피숍 가서 쓸데없는 이야기하기도 하면서 전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Q 이제 곧 학교를 졸업하신다고 들었어요. 졸업 후의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일단 십시일밥은 물려줄 계획이에요. 십시일밥은 대학생과 대학교를 기반으로 해서 체계가 짜여있어요. 그래서 계속 해왔던 다른 친구들한테 이 단체를 물려줄 거예요. 사실 제가 했으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믿고 물려주는 거죠. 그리고 우리 후배들도 누군가를 돕는 의미 있는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돕는다는 거는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이에요.
 십시일밥은 일단 물려주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베어베터(BEAR BETTER) 같은 기업에서 일한다거나, 아니면 이쪽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이런 분야를 소셜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르는데, 이게 사회를 혁신시키기 위한 학문이에요. 근데 혁신이라고 해서 옛날 운동권 세대처럼 사회를 뒤집어엎어 혁명을 이루어내자는 게 아니에요.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고, 사회를 고쳐나가자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시작하는 건데 어떻게 빈부격차를 줄여나갈지,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결할지에 대해서 배우는 거예요.

Q 현재 청춘에게 조언 한마디만 해주세요.
굳이 조언이라기보다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저는 리더십에 대해서 믿지 않아요. 모든 대학이 리더십에 대해서 강조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리더십보다는 멤버십이 중요하다고 봐요. 한 멤버로서 시민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가고, 자기 스스로가 도덕적으로 살고 하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멤버십이 발휘되면 공동체가 다시 재건되는 거거든요. 우리 모두가 멤버십을 가지고 가난한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베어베터(BEAR BETTER): 발달 장애인의 고용을 위한 회사로, 대표와 사회복지사 등 20%를 제외한 직원의 80%가 발달 장애인이다. 현재 인쇄, 제과/제빵, 커피 제조, 꽃배달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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