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언론에서는 끊임없이 정치에 관한 담론을 생성한다. 언론은 정당 공천, 입후보 분석, 공약 비교에서부터 선거 결과와 추후 선거의 영향력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그리고 그 다양한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청년들의 정치참여’다. 언론에서는 꼭 선거 때만 되면 청년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몇몇 언론은 청년들의 정치적 무관심과 냉소적 태도를 비판하며 이들의 낮은 투표율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기사의 끝은 항상 ‘청년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 실천의 시작은 투표니 투표를 해라’는 식의 결론이다. 자칫하면 몇몇 청년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반성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한 논리다. 그러나, 이 논리와 결론이 조금 불편하다.
 가장 먼저,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적 태도를 청년 개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평소 우리가 접하는 정치의 모습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여야간의 치열한 논쟁을 비롯한 권력 싸움으로 얼룩진 정치 뉴스가 청년들을 포함한 국민들에게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또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거나 목소리를 내면, 그들을 그저 ‘운동권’ 혹은 ‘좌파’ 등의 부정적 표현으로 매도해버리기 일쑤다. 정치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 가운데, 굳이 청년만 콕 짚어 그들의 정치에 관한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은 잘못됐다.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 혹은 정치에 대한 냉소적 태도는 개인의 성향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권 구조 자체가 만들어 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만 되면 청년을 이용한다.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청년들을 이 시기만 되면 슬며시 정치권으로 불러들인다. 제20대 총선을 앞둔 올해도 어김없이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각 정당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일었다. 아리따운 외모를 내세운 얼짱 청년 후보부터, 최연소라는 이름을 내건 후보까지.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당들의 ‘청년 마케팅’이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당은 청년 정치인을 이용해 당의 분위기와 이미지 쇄신 그리고 20, 30대 젊은이들의 표심,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고 한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청년정치인, 청년 정책에 관한 이야기가 쏙 들어가고, 기성 정치인들은 다시 그들만의 세상을 꾸리고 청년들은 그 속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한다.
 당신은 ‘정치’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정치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을 문득 스치는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 뉴스에서 본 국회의원들의 난투극, 명절날 어깨 너머 들리는 친척들의 정치 이야기, 처음 보는 택시 아저씨가 라디오 뉴스를 듣다 내뱉는 분노의 욕까지. 이 모든 것은 정치에 대해 썩 좋지 않은 감정을 만들기에 충분했고, 정치에 대한 교육 없이 무작정 참여만을 요구하는 사회는 청년들을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회는 청년을 탓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건 당신 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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