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전제는 민중의 정치 참여다. 자신의 의사를 반영할 대표자를 선출해 그 대표자에게 정치의 운영을 맡기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 내에선 직·간접적인 참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 사회 내, 정치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청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청년 정치인의 부재는 주거 문제, 등록금 문제, 일자리 문제를 포함한 청년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대변해줄 정치인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국회가 점점 늙어가는 동시에, 청년 정치인들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941명 중 30세 미만은 20명, 30세 이상 40세 미만은 50명으로 청년 정치인 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역대 국회의원 청년 정치인(만 40세 미만 정치인) 수를 비교해보면, 제17대 국회의원 중 40세 미만은 23명, 제18대는 7명, 제19대는 총 9명으로, 국회 내 청년 정치인의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청년 정치인 부재가 일어나는 원인을 포함한 청년 정치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앞으로 한국의 청년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보자.

설 곳 없는 청년 정치

청년이 직접 정당이나 국회에 들어가 정치에 참여하는 비율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청년 정치인의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40세 미만 의원은 9명에 불과했다. 청년 당원의 형편도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의 20대와 30대 당원의 비율은 단 9%에 불과하고, 청년 당원 비율을 비공개한 새누리당 역시 비슷하다고 추정된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전체 등록 후보자 941명 중 40세 미만은 70명으로 전체 후보자 수에 비해 청년 정치인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 정치인의 부족은 청년들의 정치 참여 의욕을 떨어트리는 데 일조한다. 대한민국헌법 제24조 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의 참정권은 충분히 행사되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제17대 ▲제18대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0대 전반 유권자의 투표율은 각각 ▲46% ▲32.9% ▲45.4%, 20대 후반 유권자의 투표율은 각각 ▲44.3% ▲24.2% ▲37.9%였다. 같은 선거에서 60세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이 각각 ▲71.5% ▲65.5% ▲68.6%인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낮은 수치다. 또한, 취업포털 커리어가 2013년 대학생 6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정치에 대한 관심도(5점 만점)는 평균 3점이었다. 30.7%가 정치에 ‘관심 없는 편’(2점)이라고 응답했으며, ‘전혀 관심 없다’(1점)고 응답한 비율은 10%에 달해 청년들의 상당수가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낮은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는데, 그중 하나가 낮은 정치적 효능감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영민 전 연구원이 2010년 발표한 「20대의 정치의식 특성과 정치성향의 형성경로」에 따르면 한국 청년들의 정치적 효능감은 상당히 낮은 형편이다. 이 전 연구원은 “20대가 단순히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것 이상으로, 다른 세대에 비해 사회 및 정치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 없고 스스로 정치에 영향을 미치거나 정치를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때문에 기존 정치에 그대로 순응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스펙 쌓기, 취업 등의 문제에 당면해 그 외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는 점 ▲연이어 터지는 정치인들의 비리 등이 청년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긴 점 ▲학창시절 현실 정치를 경험할 시간과 기회가 부족한 점 등도 청년들이 정치 참여를 등한시하게 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전주시의회 서난이 의원은 “우리는(청년들은) 12년의 교육과정에서 현실 정치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라며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서,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을 해서 그때야 관심을 가지라고 하는 게 ‘정치’인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당내 청년 조직

청년 정치인 부재의 가장 큰 원인은 정치권 내 그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당내 청년을 위한 조직으로, 새누리당은 크게 ▲중앙청년위원회 ▲미래세대위원회 ▲대학생위원회를, 더불어민주당은 전국청년위원회와 만 29세 이하의 청년들로 구성된 전국대학생위원회 등의 조직을 설치했다. 그러나 국내 정당의 청년 조직은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거나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진정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내 청년 정치인을 교육할만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나 커리큘럼이 갖춰져 있지 않아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해 실질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 또한, 당내에서 청년 인재를 육성하여 출마시키기보다 사회적으로 명망 높거나 이름이 알려진 인재를 영입하여 선거에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서울특별시 청년정책위원회 성치훈 위원은 “정치를 하고 싶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 정당에 들어왔을 때, 그들을 교육시킬만한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라며 “사실상 당내 청년 조직에 대한 예산 편성이 거의 없고, 주체적으로 청년들 혹은 청년 조직을 위해 지원하는 것이 없어 실망하고 나가는 청년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청년들을 양성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진정한 노력보다는 선거철 마케팅으로 활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과 손수조 전 사상구 당합위원장을 필두로 앞세워 청년 마케팅에 나섰고 민주통합당 또한 청년비례대표제를 도입해, 김광진, 장하나 의원을 의회에 진출시켰다. 이번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도 예외 없이, 20대 청년 후보뿐 아니라 갖가지 청년 정책과 ‘청년’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정치 마케팅이 쏟아졌다. 성 위원은 “국회의원보다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는 게 지방의원이나 광역의원인데,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의 20, 30대 공천 비율이 예전에 비해 더 떨어졌다”라며 “실상 청년비례대표제도가 생기고 나서 그 이후 정치권 내 청년 정치를 위한 움직임은 더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청년, 목소리를 내다

청년 정치인의 진출이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청년들은 정치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31일, *총선청년네트워크는 ‘20대 총선 각 정당 청년정책 공약 비교평가 토론회’에서 청년 정책 12개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이 요구안에는 ▲공정임대료 제도를 통한 월세 인하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 ▲월 50만 원 청년 구직자 수당 도입을 포함해 노동, 주거, 교육 등등 10여 개의 분야에 걸친 다양한 청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포함한다. 총선네트워크 정준영 씨는 “총선을 50일 앞두고 출범해, 공천부적격자 명단 공개, 선거독려 캠페인 등 많은 활동을 했는데, 총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투표 독려를 하고 정치에 대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많은 대학생 단체들은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청년의 정치 참여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40여 개 대학 총학생회가 참가한 청년공동행동은 대학교 내 사전투표소 설치와 투표시간 연장을 통해 청년들의 투표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안건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당일 기자회견에서 청년공동행동은 “대학도 공공적인 성격을 지닌 기관이고 많게는 3만 명 이상이 한 캠퍼스 안에서 생활하니 투표소를 설치해야 한다”라며 “수업이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을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의 미래, 청년 인재 육성
한국과 달리, 유럽의 여러 국가에선 각 정당 내부의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통해 청년 당원들이 유능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특히 청년 정치가 활발한 외국에선 청년들이 지방에서부터 경험을 쌓아 중앙 정치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경우, 청년들은 정당에 가입해 유소(JUSO)나 영 유니온(Junge union)같은 청년 조직에서 활동을 하거나 청소년 의회에 참여해 정치에 입문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구조 속에서 독일 청년들은 청년 관련 정책에 대해 논의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등 정치적 소양을 기른다. 다준다청년정치연구소 이동하 소장은 “독일 당 내부의 탄탄한 청년 조직이나 청소년의회 등의 구조적 시스템을 통해 청년 의원들이 많이 육성돼, 정치권 내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경우, 각 정당에 정치학교가 있어 정치에 뜻이 있는 청소년들이 고등학생 때부터 정당의 청년 조직에 가입해 정치수업을 받는다. 그 후 지방의회와 광역의회에서 의원 활동을 하며 정치 경험을 쌓고 국회에 진출한다. 또한, 청년당원들은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발의하는 등 정치에 실질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낸다. 이 소장은 “정당들은 각 정당의 철학과 이념에 맞는 교육체계를 정립하여 청년 정치인을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외국 사례를 보면 청년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당내 교육 시스템이나 조직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교육 체계를 정립하고 청년 당원들 스스로 정책을 만들어 반영할 실무 경험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독일과 스웨덴을 비롯해 많은 나라가 자국 청년들의 정치 참여 독려를 위해 여러 방법을 내놓고 있다. 한국 또한 청년 인재들을 영입하고 청년 조직을 설치하는 등의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많은 청년 정치인들은 잠시 떠올랐다가 잊혀지기 일쑤였고, 청년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벽에 부딪혀 돌아오고 있다. 청년 정치의 미래는 한국 정치의 미래다. 사회를 향한 청년들의 외침, 이제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정치적 효능감: 자신이 정치에 참여했을 때 그것이 실제로 반영되어 사회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느낌.
*총선청년네트워크: 청년의 삶, 정책, 정치 참여에 대해 고민하고 2016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은 모든 청년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 단체.
*유소(JUSO):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사회민주당 내의 청소년 조직.
*영 유니온(Junge union): 독일 정당 내 정식 청년기구로 14세부터 35세까지의 청년들이 가입할 수 있는 유럽 내 가장 큰 청년 정치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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