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야
고꾸라진 사람과 박차고 달려간 사람이
동시로 어른대는 귀살스런 풍경이 있다

땅속 깊이 불러 보는데
겨울 고드름 같은 호명과 봄꽃처럼 자욱한 오명이
동시로 어른대는 그런 풍경이 있다

바스락거리는 것이
귀서리로 밀려난 낙엽들의 재주라지만
끝내 망연하여 낙엽도 깨우지 못한 꿈들은,

박차고 달려간 풍경이 되는 것
낙엽처럼 구겨진 종이의 첫 문장이
신열을 낳는 첫, 사랑 고백이 되기까지

깨워 불러본다 누이야
몇만 번의 구겨짐으로 이름을 불러보고
사람 없는 곳으로 사람을 찾으러 간다.

*고(故) 송수권 시인의 <산문에 기대어>의 첫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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