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 지 5주차, 이제 막 시작한 전공, 과제와 기사에 치여 제대로 잠을 잔 기억이 별로 없다. 충혈된 눈, 피곤한 몸을 이끌고 끝나지 않는 기사를 다듬고 또 다듬는다.
 한동신문사 기자로 활동한 지 한 학기하고 한 달이 다 되었다. 처음 신문사에 들어갔을 때 내가 한 것은 전학대회를 방청하며 속기하는 것이었다. 들리는 대로 받아 적는 일은 과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손가락 아픈 이 단순노동을 해야 하나 속으로 불평했다. 당시 내가 저렇게 불평했던 이유는 이 일을 하는 목적을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하던 그 단순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깨달았을 때는 그 ‘고집’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제21대 총학생회 ‘하늘’이 첫발을 내딛는다. 첫걸음부터 전학대회 기록방식 변경이라는 커다란 도전을 한다. 속기록을 회의록으로 변경하면서 효율을 추구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나름의 장점도 있겠지만, 그에 따른 위험성도 뒤따른다. 전학대회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이 전학대회 내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바로 속기록이다. 그런데 속기록이 회의록으로 변경되면서 회의의 모든 내용이 실리지 못했다. 회의 내용을 정리하는 총학생회 정기국, 회의 전달은 그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 그들의 존재 이유는 ‘학생들의 권리 대변’이다. 또한, 총학생회 학생들에게 그들 내부의 진행 상황을 정직하게 알릴 의무가 있다. 속기록은 이를 여과 없이 투명하게 보여주는 수단이었다. 회의록은 과연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연세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은 속기록 작성 이유에 대해 “학생사회의 투명도와 신뢰도는 회의를 보다 정확하게 학우분들께 보고함으로써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지난 20대 총학생회 정책기획국은 15-1학기에 정기국은 3명의 인원으로 운영됐다. 이 인원으로 기본 대여섯 시간이 넘는 전학대회 모든 내용을 속기한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노동이었다. 전학대회의 두 세배 이상의 시간이 소비됨에도, 이들은 속기록을 작성해왔다. 그것은, ‘이유 있는 고집’이었다.
 나아가 우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그렇다. 원칙을 준수하며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들은 오늘도 ‘이유 있는’ 고집을 부린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거 조금 바꾸면 어때’, 불필요해보이는 일들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중요한 것들이 잘 보존되어 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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