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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짓에 진심을 담는 서커스 예술가
유지환 기자  |  youjh@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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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29  22: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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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이나 여러 가지 곡예, 동물의 묘기 따위를 보여 주는 흥행물, 또는 그것을 공연하는 흥행 단체.’ 서커스는 갖가지 묘기와 예술로 보는 이로부터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하지만 한 편의 서커스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서커스 예술가들의 땀방울과 노력이 깃들어져야 한다. 서커스의 불모지인 이곳 한국에, 서커스 하나만을 바라보며 달려온 서커스 예술가가 있다.




서커스는 또 다른 세상이다. 서커스는 어린아이들에게 꿈의 세계를, 어른들에게 추억의 세계를 선사한다. 서커스 예술가는 공연의 스토리라인을 따라 몸의 한계를 벗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여기, 초등학교 시절 관람한 ‘*태양의 서커스’를 잊지 못해, 서커스 예술가의 꿈을 향해 달리는 청춘이 있다. 현재 원브라더스 컴퍼니에 소속돼 서커스 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솔빛나(24) 씨가 그 주인공이다. 서커스를 하면서 매 순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이솔빛나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서커스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고 있는 이솔빛나 씨. 김남균 사진기자


가슴의 두근거림을 좇다

Q 어떻게 서커스를 처음 접하게 됐나요?
제가 8~9살 때쯤에 리듬체조를 했어요. 리듬체조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다가 태양의 서커스단을 알게 됐고, 그 당시에는 ‘아, 태양의 서커스단이구나’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다 12살이 되던 해에 서커스에 관련된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됐어요. 그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서커스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죠. 그러고 나서 태양의 서커스단을 더 조사하기 시작했고, 캐나다의 국립서커스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Q 매우 어린 나이에 결심하셨는데, 중간에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나요?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러냐’라고 많이 놀라시는데, 저는 장래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구체적이었어요. 디자이너면 구두 디자이너라든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라든지, 리듬체조 선수라든지. 그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였는데, 그게 나중에 그냥 하고 싶은 거에서 끝나지 않고 ‘이게 과연 현실로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9~10살 때 들어버린 거예요. 그 나이에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을 하느라 많이 힘들었는데, 스스로 질문하면서 내가 이걸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겠느냐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가 서커스를 생각했을 때, ‘내가 서커스를 어떻게 해야지’라는 고민보다 하고 싶은 마음이 더 든 거예요. 현실적인 계산도 안 될 정도로 심장이 두근두근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그 두근거림 하나만 믿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저는 지금도 서커스 하면 가슴이 두근거려요.

Q 집안의 반대는 없었나요?
부모님의 도움으로 저는 어린 나이에 리듬체조, 발레, 쇼트트랙 등 많은 예체능을 접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서커스를 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을 때는 당연히 반응이 안 좋았어요. 부모님께서 ‘그거 안 돼’라기 보다는 ‘너 리듬체조나 이런 거 해봐서 알잖아. 더 어린 나이부터 해야 할 수 있는 거야’라고 제가 10~12살쯤에 얘기를 하셨어요. 그때는 그렇게 설득을 당하고 나니까 순간적으로 포기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서커스가) 더 고픈 거예요.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서커스를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하다가 몸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은 무용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13살에 부모님께는 비밀로 하고, “무용이 배우고 싶다”라고 말을 했죠.

3번의 도전, 높았던 장벽

Q 캐나다 국립서커스학교를 준비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국립서커스학교를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20살 때쯤에 무용으로 한국에서 대학을 들어가서 원래 목표로 했던 국립서커스 학교에 편입할 계획을 세웠어요. 그리고 21살에 캐나다로 나가서 첫 오디션을 봤어요. 그 당시에는 ‘꼭 붙어야겠다’라기보다는 경험 삼아 간 거였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발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해서 시험을 끝까지 못 치르고 돌아왔어요. 두 번째 시험을 볼 때는 1차를 통과하고 2차에서 떨어졌어요. 두 번째 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가슴이 아팠죠. 가슴이 아팠는데, 포기되지는 않았어요. 그러고 나서 작년에 또 도전했는데 똑같이 2차에서 낙방을 했어요. 또 2차에서 떨어지니까 이제 화가 나더라고요.

Q 혹시 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나요?
나중에 학교에 대한 정보를 듣고 놀랐는데, 예비학교를 나온 학생이나, 전문학교를 나온 학생들도 졸업하고 들어가고 싶어 하는 학교이고, 혹은 이미 서커스 극단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오디션을 보고 들어가는 학교예요. 저는 정말 그런 노력도 없이 너무 높은 레벨의 학교를 도전한 거죠. ‘나는 서커스 예비학교 출신도 아니고, 서커스 극단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닌 사람이다 보니까 당연히 들어갈 수가 없는 학교였구나’라는 인정이 됐고 지금은 그래도 제가 그렇게 도전을 했었다는 거에 매우 많은 의의를 두고 있어요.

 

   
▲ 사진제공 이솔빛나


매 순간 한계에 도전하다

Q 지난 1월, 서커스 예술가로서 첫 공연을 치렀는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제 꿈이 누군가가 들었을 때 그렇게 현실성 있게 다가올 수 있는 꿈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거를 정말 제가 할 수 있다고 끝까지 믿어주시고, 제 꿈을 기억해주신 분들이 공연을 보러 와주셨어요. 또, 제가 무용 공연도 해봤지만, 서커스가 무용 공연을 할 때랑 또 다른 느낌이 서커스는 다 같이 잘해야 해요. 장비 설치도 다 함께하고, 기술 연습을 위해서도 몇 명이 붙어서 도와줘야 해요. 그니까 결국에는 무용 공연과는 다르게 ‘다 함께 하는 거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Q 하루에 연습은 어느 정도 하나요?
하루에 기본 8~10시간 정도. 제가 했던 거는 아무래도 감각을 기르는 일이다 보니까 제가 살이 한 4kg이 빠졌어요. 그게 의자 없이 4시간 동안 공부하는 거랑 똑같아요. 그러니까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 소모를 해야 하는 운동이죠. 근력이 있어야 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는 어깨와 근육의 염증이 나기도 하고 갈비뼈에 금이 가기도 해요.

Q 그런데도 서커스를 계속하게 만드는 서커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어느 순간 자기 자신의 한계에 도달하면 죽을 듯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 한계를 뛰어넘었을 때 성취감이 훨씬 더 크거든요. 근데 서커스는 진짜 매 순간순간 한계가 오기 때문에 매 순간순간 성취감에 취해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안 되는 것들이 내 노력으로 어느 순간 되기 시작하고, 그걸 어느 순간 주변에서 인정해주기 시작하니 당연히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진심을 전하는 예술가

Q 인생의 좌우명이 있나요?
저는 항상 인생의 좌우명처럼 생각하는 게 ‘진심은 통한다’에요. 서커스를 할 때 움직임만으로 상대방에게 감정적으로 뭔가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건, 저 스스로 진심이 담겨 있어야 가능하거든요. 예를 들면 옛날에 강수진 씨가 한 말이 있는데, ‘한’이라는 정서는 한국 사람들에게 있잖아요. 근데 강수진 씨가 그 한이라는 정서를 말로 ‘한이라는 단어는 이러이러해서 가슴에서 느껴지는 감정이야’라고 설명하지 않고 그냥 발레 공연 한 번으로 외국 사람들한테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외국인 사람들이 단어로는 뭔지 설명을 못 하겠는데 똑같이 그 감정을 느끼는 거예요. 저도 그것처럼 말 한마디를 하든, 내가 공연을 하든, 사람을 대할 때든, 항상 거짓 없이 대하려고 해요.

Q 이솔빛나 씨에게 청춘이란?
청춘이란 끝나지 않는 것, 엔딩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보통 몸을 움직이는 예체능을 하는 사람에게 제 나이는 은퇴해야 하는 나이에요. 제 나이쯤 되면 연골이 나가서 부서지고, 저도 벌써 오른쪽 발목 인대가 다 나갔어요. 근데 제가 하고자 하는 열정이 끝없이 있거든요. 저희 할머니를 봐도 이제는 연필로 무언가를 쓰시기만 해도 혈관이 막히실 정도의 연세세요. 그런데도 글공부에 대한 열정이 있으세요. 그런 열정이 있는 것 자체가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청춘이라는 게 단지 딱 20대이기 때문에 청춘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겠지만 저는 청춘이 ‘끝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청춘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지금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망설이지 말고 나가라’에요. 한국사회의 인식에서는 제 나이 때는 당연히 대학을 다녀야 맞는 거로 인식되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거든요. 너무 학교라는 그 공동체 안, 동아리 안, 교수님 밑 이런 것들이 자신의 한계 범위를 더 좁히기도 해요. 그냥 제 주변의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의 경험담을 보면 어느 순간 내 것은 없어지더라고요. 대학교에 가지 않으면 눈치 보여서가 아니라, 내가 어디 무언가가 배우고 싶어서 들어가는 게 학교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당장 나가라고, 하고 싶은 세계로 나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태양의 서커스: 캐나다의 거리 공연자 기 라리베르테(Guy Laliberte)가 1984년에 퀘벡 주에서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곡예 공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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