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 장학금을 성과에 대한 포상에서 필요에 대한 지원 쪽으로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려대는 16-1학기부터 국내 대학 최초로 성적 장학금을 전면 폐지하고 저소득층 장학금을 확대하는 대폭 개편된 장학 제도를 시행했다. 일정 성적 이상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장학금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장학금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동대의 교내 장학 제도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또한, 학생들은 어떤 장학금 유형을 더 원하고 있을까?

 

▲ 대학교가 학생에게 줄 수 있는 장학금은 한정돼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 누구 몫을 더 주느냐의 문제는 모든 대학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한동대는 주어진‘ 장학금 한 판’을 어떻게 나눠주고 있을까? 성과와 필요 사이의 한동대 교내 장학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본다.


장학금. 주로 성적은 우수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 보조해 주는 돈. 장학금의 사전적 정의는 성적이 우수한 사람에게 ‘성과의 보상으로 준다’는 ‘성과 기반(Merit Based)’과 경제적 이유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필요를 채우려 준다’는 ‘필요 기반(Need Based)’을 동시에 포함한다. 대학들은 한정된 교내장학금 중 성과 기반과 필요기반 부분에 각각 어느 정도의 비율을 배분해야 할지 고민한다. 한동대 역시 같은 문제를 고민해왔다. 성과 기반과 필요기반을 대표하는 성적 장학금, 저소득층 장학금의 비교를 통해 한동대가 고민해온 과정과 미래를 알아본다.

한동대의 성과·필요 장학금

2014년 한동대 *성적우수 장학금과 *저소득층 장학금은 한동대 교내장학금의 약 65%를 차지한다(대학정보공시 기준). 성적우수 장학금은 장학금 배분 기준이 성적에 있는 ‘성과 기반’ 장학금이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인 저소득층 장학금은 가정형편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 지급하는 ‘필요 기반’ 장학금이다. 한동대의 경우 성과 기반에 해당하는 성적우수 장학금과 필요 기반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장학금의 총액은 2014년 기준 약 10 대 9의 비율로 거의 동등하다. 최근 3년간 성적우수 장학금과 저소득층 장학금 모두 장학금의 종류나 금액의 큰 변화는 없지만,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주목할만한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최근 3년간, 교내 성과 기반 장학금인 성적우수 장학금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학성적우수 장학금’의 장학금 수혜 인원이 지속해서 증가했다. 이는 14-1학기부터 패스/페일 과목(이하 P/F)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교내 재학성적우수 장학금 선발 세부 지침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한동대는 14년도 제3차 장학위원회를 통해 교내 재학성적우수 장학금 세부 지침을 변경했다. 14-2학기부터 F 학점 취득자는 성적우수 장학생 지급대상에서는 제외됐다. 하지만 성적우수 장학생을 선발할 때는 이 인원도 포함해 비율을 따진다. 이에 재학성적우수 장학금 수혜학생 수는 ▲13년도 512명 ▲14년도 556명 ▲15년도 648명으로 증가했다. 15년도 장학금 수혜액수도 13년도에 비해 약 1억4천만 원이 증가한 약 8억4천만 원이었다. 학생지원팀 장학담당 김충만 씨는 “F 학점을 취득학점으로 인정하면서 장학사정대상자 범위가 확대되고 수혜 폭도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필요 기반의 ‘디딤돌 장학금’도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디딤돌 장학금이 신설된 12-2학기부터 ▲신용불량자 자녀 ▲실직, 파산, 부도 등으로 인한 가계곤란자 자녀 ▲장기요양자 자녀 중 선발된 재학생은 등록금의 50%를 수혜했다. 14-2학기부터는 ‘기타 가계곤란자 자녀’가 기존 신청대상자 기준에 추가되며 대상자가 확대됐다. 디딤돌 장학금 수혜학생 수는 ▲13년도 16명 ▲14년도 35명 ▲15년도 53명으로 늘었다. 14-2학기부터 디딤돌 장학금 수혜규모도 등록금의 100% 이내로 변경되면서 실제 디딤돌 장학금 총액은 ▲13년도 약 2천3백만 원 ▲14년도 약 6천3백만 원 ▲15년도 약 8천3백만 원으로 증가했다. 김 씨는 “어려운 학생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디딤돌 장학금의 기준을 점차 완화해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동코너스톤 장학금’은 외국인 입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필요 기반 장학금으로, 선정된 학생에게 장학금 이외의 생활비도 지급한다. 09-1학기부터 시행된 한동코너스톤 장학금은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 수혜국 명단에 따른 국가 출신의 외국인 학생에게 장학금 지원 자격이 있다. 부모 모두가 생득적 외국인이며 입학 성적이 우수한 입학자는 4년간의 등록금과 생활관비를 지원받는다. 김 씨는 “제3세계 출신의 외국인 학생 중 가계가 곤란하여 한국에서 공부하기 힘든 환경에 있는 경우도 있다”라며 “그런 학생들이 조금 더 경제적 부담을 덜고 공부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장학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장학금, 학업 유지 위해 필요”
설문 결과, 설문에 응답한 학생 중 상당수가 저소득층 장학금이 교내장학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한동대 재학생 58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에서 한동대 교내장학금 비율(2014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10:9)이 적당한지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약 38.6%(224명)의 학생이 필요 기반의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국가장학금을 최대로 지원받는 하위 3개 *소득분위(0, 1, 2분위) 학생 161명 중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약 56.5%(91명)에 달했다.
 저소득층 장학금 비율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답한 학생들 224명 중 가장 많은 약 49.6%(111명)는 그 이유로 ‘저소득층 학생은 학비 마련을 위한 다른 활동으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를 꼽았다. 설문에 응한 한 학생은 “저소득층 학생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성적 장학금을 타면 된다는 말이 쉽지 않다”라며 “저소득층 학생들은 등록금 문제로 인해 학업에 매진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학업에 돈이 지장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경우 학비뿐 아니라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한동대에서 생활비를 지원하는 필요 기반 장학금은 가계곤란자학업지원 장학금과 한동코너스톤 장학금이다. 이 중 한동코너스톤 장학금은 제3세계 출신 학생을 대상으로 하므로 대다수의 일반 학생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저소득층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장학금은 학기 초 250명의 선발자에게 40만 원씩 교재비 및 식비 보조 명목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가계곤란자학업지원 장학금이 유일하다. 설문에 응한 한 학생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는 학자금도 물론이지만, 생활비 지원 장학금이 더 절실하다”라며 “생활비가 없으면 학비를 충당했더라도 휴학을 하게 되고, 이런 것들이 반복돼 학기 수가 늘어나게 된다”라고 답했다.

“받을 수 있는 건 성적 장학금뿐”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보다 적지만, 성적우수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았다. 설문 결과 성과 기반의 성적우수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고 답한 학생은 약 31.6%(183명)로 저소득층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 대비 7%정도 낮았다. 국가장학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위 2개 소득분위(9, 10분위) 학생 73명 중 약 58.9%(43명)가 성적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소득분위가 높게 측정된 학생들의 경우 국가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아예 없음에도 교내장학금마저 받지 못하는 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성적 장학금 비율을 늘려달라 응답한 183명 중 가장 많은 약 46.4%(85명)의 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한 학생이 장학금을 받을 기회이기 때문에’를 그 이유로 꼽았다. 소득분위가 높은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은 성과 기반 장학금이 유일하므로 학교가 더 많은 성적 장학금을 지급해주길 바란 것이다.
 성적 장학금 비율을 늘려달라고 응답한 한 학생은 “소득분위가 높아도 대학생이 세 명인 가구는 너무 부담된다”라며 “장학금 받을 기회는 교내장학금뿐이다. 이런 경우를 위한 장학금을 늘려달라”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소득분위가) 9분위, 10분위라도 대학등록금을 내는 것은 어렵다”라며 “외부 장학금도 소득분위 기준이고, 교내장학금도 소득분위와 성적 상위 진짜 소수에게만 줘서 (소득분위 높은 학생은) 받을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필요 기반 향하는 장학금

한동대는 필요 기반 장학금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고려대와 같이 성적장학금을 전면 폐지하는 등의 극단적인 변화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 학생처 조원철 처장은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우리의 실정을 고려한다면 성적장학금보다는 가계곤란 장학금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한테는 더 맞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처장은 “그러나 우리 학교는 학문의 수월성도 생각하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필요가 있다고 해서 (장학제도에) 급작스럽게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라며 “약간 성적(장학금)으로 기울었던 것을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조금 올려보는 생각을 장학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다뤄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대는 내부적으로 저소득층 장학금의 비율을 높이는 것 외에도 필요 기반에 해당하는 교외장학금을 확대해갈 방침이다. 올해부터 새로 생긴 ‘여호수아 장학금’이 대표적이다. 여호수아 장학금은 크게 등록금 지원(학기당 300만 원, 15명 선발)과 생활비 지원(학기당 60만 원, 20명)으로 나뉘며, 후원자들과 장학생을 일대일 연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 씨는 “교외장학금으로 여호수아 장학금이 신설되고 기부금 확충을 위해 관련 부서에서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교내장학금 기준 완화와 수혜 대상 확대, 기부금 증가로 인해 저소득층 장학금액 및 장학금 수가 증가했다”라며 “학비부담 경감을 위한 장학금을 확대하여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가, 성적 장학금 축소 바람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에게 먼저 장학금을 지원하는, 즉 필요 기반 장학금 확대의 움직임은 최근 몇 년간 서울 주요 대학가에서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 올해 장학제도가 개편되며 필요 기반 장학금인 ‘정의장학금’에 200억 원이 편성됐다. 정의장학금은 ▲0~2분위 학생 등록금 100% 지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교내 근로 연계) 학생 생활비 지원 ▲3분위 이상 학생에게 필요에 따라 장학금 신청, 장학위원회 심사를 거쳐 지원된다. 반면, 신입생 선발 시 우수학생 유치를 위한 입학성적우수 장학금을 제외한 신입생 성적 장학금은 16년도 24억 원을 마지막으로 지급이 중단된다. 고려대는 지난해 10월 14일 발표한 보도자료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3色(자유·정의·진리) 장학제도 출범’에서 “학생이 학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경제적인 이유로 지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대학의 책무다”라며 “필요 기반 장학금을 강화하여, 장학금을 통해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키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이화여대는 지난해부터 성적 장학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했다. 이화여대는 15학년도 입학생부터 학점 3.75점을 넘긴 학생에게 50만 원씩 지급하는 ‘우수2’ 장학금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성적 장학금 대신 가정환경이나 성적과 무관하게 학생이 경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장학금 ‘이화미래설계’를 신설했다. 이화미래설계는 성과 기반 장학금이지만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성적우수 장학금: 에브라임 장학금, 입학성적우수 장학금, 재학성적우수 장학금, 현동 장학금 등이 있다.
*저소득층 장학금: 가계곤란자 학업지원 장학금, 디딤돌 장학금, 면학 장학금, 한국장학재단 학자금대출 이자지원 장학금, 한동코너스톤 장학금 등이 있다.
*소득분위: 한국장학재단이 산정한 것으로, 학자금 신청 학생 가구의 소득인정액을 구간에 따라 구분·평가하는 항목이다. 1분위부터 10분위까지 10개 그룹으로 나뉘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0분위)는 별개 평가한다. 국가장학금은 소득분위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지는 재학생 3,996명을 대상으로 교내장학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기간은 3월 17일부터 21일까지였으며, 총 응답자는 580명으로 약 14.5%의 응답률을 보였다. 설문조사 방법은 문자 전송을 통해 URL 페이지 주소를 전달하고,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학기별 응답자 수는 ▲1~2학기 190명 ▲3~4학기 132명 ▲5~6학기 111명 ▲7~8학기 110명 ▲9학기 이상 37명이었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