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편을 읽고 있다. 최근 시편 31을 읽다가 시선이 머물렀고 오래된 기억이 떠오른 적이 있다. 필자가 신병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된 지 얼마 되진 않은 때였다. 모든 것이 낯설고 특별히 선임병들과의 관계는 많이 스트레스를 받게 했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은 그런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때 읽은 성경의 내용 중 많은 위로를 경험하게 한 부분이 있었다. 시편 31:15-16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군대 생활은 그냥 지나가는 것인데, 그때는 많이 깜깜했다. 가장 막내인 이 생활이 빨리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시편 저자가 “나의 앞날이 주의 손에 있다”고 고백한 것을 본 것이다. 다윗이 사람들로 인한 어려움을 하나님께 토로하며 자신의 인생과 시간이 하나님께 있다는 고백, 그리고 지금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고백이다. 그때 필자는 다윗의 심정과 연결되었고, 동일하게 ‘나의 시간’도 하나님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조금 더 버티고 기다리자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참의 시간이 지나 시편 31편을 다시 읽는데, 그 기억이 떠오는 것이다. 그 성경 말씀을 통해 필자의 과거의 삶이 역사가 되어 오늘 다시 나타난 것이다. 세 가지 시대를 동시에 경험한 것이었다. 성경의 저자가 하나님을 경험하고 고백한 때와 필자가 군대에 있을 때 그 성경 말씀이 필자와 관련 있음을 경험한 때, 그리고 다시 말씀을 통해 과거의 그 기억을 회상한 지금. 이 모든 것은 성경을 매개로 벌어진 사건이다. 그 순간 생각했다. 성경이 삶이고 성경이 역사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성경은 우리와 다른 시간과 문화 가운데 살았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오래 전에 살았던 유대인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창조주가 그 시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삶 역시 다양한 시간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구성되어 있다. 우리를 흐믓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사건도 있고, 마음이 힘들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의 시간은 지나가게 되며 그 모든 일들은 인생이라는 사진첩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중요한 질문은 무엇으로 우리의 인생의 편린들을 의미있는 기억들로 만들어 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역시 창조주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창조주 하나님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분을 믿지 않는 사람은 관계를 거절하며 사는 것이고, 믿는 사람은 그 관계 안에 살아가는 것이다. 필자는 우리 모두가 그분과의 사랑의 관계 안에 살았으면 좋겠다. 삶의 작은 부분들이 그분과의 긍정적 관계 안에서 형성되고 그것을 기억함으로 감사할 수 있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성경을 그 중요한 통로로 삼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기대를 읽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기대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 성경을 통해 계속해서 세 가지 때를 사는 역사를 만들며 살았으면 좋겠다. 말씀을 통해 창조주와 관계를 맺었던 먼 과거의 사건이 오늘과 연결되고, 그분과의 오늘의 관계가 미래에 귀한 회상과 감사로 다시 기억되어 지는 과정 말이다. 2016년 4월. 오늘도 성경을 통해 그 과정을 성실하게 살아가기를 소망해본다.

이재현 목사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