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액이 부족합니다.” 버스비 500원 낼 돈도 없냐는 문구가 보인다. ‘500원도 없나’하는 당혹감과 뒷사람에게 통장 사정을 들킨 민망함이 덮쳐온다. 그러다 문득, 옛 시절이 떠오른다. 한동대 셔틀버스(이하 셔틀버스)가 무료였던 그때는 분명 돈 걱정 없이 한동대를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무료 셔틀버스는 섬처럼 툭 하고 떨어져 외부와 단절된 한동대의 지역적 한계를 보완해줬다. 추억에 잠긴 것도 잠시, 셔틀버스 유료화가 시작된 지 햇수로 4년 만에 셔틀버스 요금이 800원으로 인상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말 그대로 통보였다. 셔틀버스 요금은 800원으로 확정돼 있었고, 인상된 셔틀버스 요금의 적용 시점은 4월 1일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현금 결제와 카드 결제에 다른 요금을 적용할 것도, 인상된 요금을 소득 0분위, 1분위 학생과 직원에게도 적용할 것도 논의가 거의 이뤄진 상태였다. 이 모든 것들이 결정되기까지 일반 학생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1월부터 버스운영위원회는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 총학 ‘하늘’이 있었다. 그러나 하늘은 “학생 의견을 들어보지 않은 채 (요금 인상이) 진행된다면 절대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만 했을 뿐, 셔틀버스 요금 인상과 관련해 실질적으로 대처한 조치가 없다. 셔틀버스 요금을 800원으로, 셔틀버스 인상안의 시행시기를 4월 1일로 결정한 주체는 ‘학교측’이다. 즉, 하늘은 결정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리에서도 제3자였다.
 하늘이 일반 학생의 의견을 귀담아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강한지 약 2주가 지나서야 설문은 시작됐다. 설문을 늦게 시작한 것도 아쉬운데, 준비까지 부족했다. 요금 인상의 찬반을 묻는 설문 문항 8번 바로 밑에 ‘한동대 모든 교내부서가 긴축한다, 요금 인상하지 않으면 내년 5월 이후부터는 정기 배차만 가능하다’ 등의 사족이 달려있었다. 이는 설문 참여자의 답을 충분히 유도할 만한 문구다. 잘못된 설문으로 인해 2차 설문이 시행될 수 있다고 하니 일반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만 한 달이 걸릴 모양이다.
 하늘이 대의기구 역할을 온전히 감당할지도 의문이다. 하늘은 “(학생의) 의견이 존중 받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위 발언을 실현하는 방법이다. 하늘은 버스요금 인상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하고, 본 인상안 시행시기에 대한 무기한 연기를 ‘요청’하겠다고 한다. 셔틀버스 요금 인상 문제는 온 힘을 다해 학교측에 요청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생의 권익을 대변하는 명확하고 강단 있는 ‘주장’이다.
 셔틀버스는 한동대 학생의 삶의 일부다. 걸어서 통학하겠다는 비상식적인 결단을 하지 않는 이상 한동대에 들어오거나 나가려면 반드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리고 셔틀버스는 한동대 학생의 주된 교통수단이다. 이에 셔틀버스 요금 인상은 한동대 학생의 복지 및 안전뿐만 아니라 삶 그 자체와 직결하는 문제다. 한동대 학생의 삶을 일선에서 대변하고 책임져야 할 총학이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정원을 초과해 셔틀버스 문 앞 계단까지 사람이 서 있는 아찔한 상황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연출된다. 이에 특별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셔틀버스는 증편될 것이고, 요금은 인상될 것이다. 덕분에 대부분 한동대 학생의 삶은 변화될 것이다. 크게는 이전보다 생활관 합격 여부를 초조히 기다릴 것이고, 외부 거주를 쉽게 선택하지 못할 것이며, 외식을 줄일 것이다. 작게는 셔틀버스 이용 횟수를 신경 쓸 것이며, 카드를 내미는 손에 시선이 향할 것이고,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문구는 더 자주 보일 것이다. 내 삶의 이러한 변화를, 홀연히 통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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