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방학 때 필리핀 뚜게가라오 지역에 단기 선교를 갔었다. 그곳에는 라굼이라는 곳이 있다.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께서 교회를 개척하시기 전까지는 문명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었고, 심지어 필리핀에서도 투표권이 인정받지 못했던 지역이었다고 한다. 선교사님 때문에 지금은 도로도 놓이고 전기도 들어간 지역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빛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주일 저녁 그곳 교회들을 돌며 설교하고 8 라굼 교회라는 곳에 도착했다. 선교사님과 이야기를 하고 밖에 나왔는데,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내 눈에 확 들어왔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사실 대학교 때 전공이 천문학이었다. 우스갯소리로 ‘별’ 볼일 없어서 신학으로 바꾸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그때 내 눈에 수많은 별이 확 펼쳐진 것이다. 은하수를 비롯해 오리온자리, 전갈자리, 시리우스 등등 옛 추억을(?) 떠올리며 별을 보았다. 하늘을 별들을 장막처럼 펼치셨다는 표현이 생각났다(“그는 땅 위 궁창에 앉으시나니 땅에 사는 사람들은 메뚜기 같으니라 그가 하늘을 차일 같이 펴셨으며 거주할 천막 같이 치셨고”[사 40:22]). 한참을 쳐다보았다.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하나님이 만드신 위대한 것들을 너무 놓치고 산 것이 아닐까 하고.
 창조주 하나님이 위대하시다고 말은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그것을 주목하며 살기가 쉽지 않다. 없어서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하찮은 것들이 위대한 창조물을 가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늘 하는 일은 사람들이 만든 것을 보는 것이다. 손바닥만 한 기계를 가지고 늘 그것을 들여다보면서 산다. 간혹 눈을 들어 보아도 온통 사람들이 만든 건물들과 조경이고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뿐이다.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만을 보고 살기에 우리는 광대하신 하나님을 잊고 사는 것을 아닐까? 사람들이 만든 환경 속에서 마치 그것이 최고인 양 여기고 살기에 그 너머에 있는 창조주에 대한 경외감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사람들이 만든 것들이 최고라고 여기고 우쭐거리고 방자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만든 것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무수하게 많은 별들이 온 하늘을 가득 뒤덮고 있는 그 놀라운 광경은 사람이란 존재가 너무 작은 것임을 저절로 알게 한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있을수록 자신이 점점 작아지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는 그것을 못 보고 사는 것뿐이다. 우리는 너무 작은 것도 못 보고 너무 큰 것도 못 본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이 만드신 그것들에 눈을 돌린다면 감히 하나님을 우습게 보지는 못할 것이다.
 가끔은 하늘을 보며 살고 싶다. 물론 별이 잘 안 보인다. 장량동의 아파트 불빛과 가로등 빛이 방해하는 뿌연 하늘뿐이다. 하지만, 손으로 주위의 빛을 가리고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별이 보인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이 만든 것이 최고가 아님을 자주 확인하고 싶다. 아웅다웅 사는 이 삶이 모든 것이라는 착각을 내려놓고 광대하신 창조주를 더 많이 기억하고 싶다. 별은 하늘을 오래 쳐다보면 더 많이 보인다. 어둠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하나님, 그분과의 관계도 그렇게 되고 싶다. 욕심이라는 쓸데없는 빛들을 제거하고 오랫동안 그분을 보는 그 삶을 하고 싶다. 그분의 가까움이 더 많이 느껴지는 삶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이재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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