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매체에 갇혀있던 시가 SNS 공간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최근 SNS가 발달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짧은 시로 말하는 ‘SNS시’가 문학의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깊은 해석을 요구하고 화자의 의도를 파악해야 했던 어려운 시가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것이 됐다. 그리고 SNS시의 인기와 더불어 이제는 그 관심이 SNS시인에게까지 번져가고 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결과가 좋지 않을까 불안해하기에는/ 지금까지 한 당신의 노력이/ 너무나도 충분하다.’는 위로의 시부터 ‘지금 내리는 이 비가 다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길을 걷는 이 많은 사람이 다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그대에게 보낸 내 사랑이 다 어디로 가는지 나는 모른다/ 내가 오늘 먹은 음식이 어디로 가는지 배를 보니 알았다.’는 유쾌함이 묻어나는 시까지. 시 한 편으로 힘듦과 아픔을 위로받을 수 있고, 지친 삶 속 잠시나마 웃음 지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한 비타민이 어디 있을까. 짧은 몇 줄의 시로 따듯함을 전하는 SNS시인 최대호(29) 씨는 청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까?

▲ 자신의 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최대호 씨. 김남균 사진기자

짧은 시의 큰 울림

Q 처음 시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2012년 3월에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로 편입했어요. 원래는 경영학과를 다니다가 편입을 했는데, 제가 문과를 나왔어요. 그런데 식품공학과로 편입해서 갑자기 수학이나 물리를 하려고 하니까 너무 어려운 거에요. 하루는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따라가기가 너무 벅찬 거에요. 그래서 맨 뒷자리에서 멍 때리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내 옆자리에 있는 친구를 웃겨주고 싶은 거에요. 그때 처음 웃긴 시를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Q 많은 SNS시인 중 최대호 씨 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SNS에 게재된 시들 많이 봐요. 잘 쓰시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런데 제 글만의 매력은 ‘유쾌함’이라고 생각해요. 멋있고 예쁜 글을 쓰는 분들은 많지만, 솔직히 웃긴 글을 쓰는 분들은 많이 없어요. 또 제가 손글씨로 시를 써서 올리잖아요. 어떻게 흉내 낼 수 없는 못난 글씨가 또 하나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요. 맨 처음에 전공 책에 시를 썼어요. 그 이후로 그냥 습관처럼 계속 손글씨로 쓰게 된 것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닌데, 손글씨로 쓰길 참 잘한 것 같아요.

Q 시를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나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리 멋진 말로 포장을 한다 해도 공감이 되지 않는다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해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읽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때로는 그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시를 쓸 때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시를 쓸 때 대부분 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을 써요. 사람의 마음은 통하니까요.

Q 그렇다면 공감이 될 만한 시를 쓰기 위해 어떻게 아이디어를 구상하세요?
친구 혹은 가족과 이야기하면서 아이디어를 가장 많이 얻는데, 저는 메모를 많이 해요. 일상생활 속에서 대화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메모를 해요. 그래서 이것을 바탕으로 시화시키는 작업을 하는데, 제 시가 특히 마지막 반전 한 문장으로 유명하잖아요. 주로 반전 포인트들을 많이 메모하는 편이에요. 우리가 공감할 만한 혹은 좀 웃긴 마지막 문장을 메모하고 그 위에다 살을 붙이고 맨 마지막으로 제목을 써요.

Q SNS시를 쓰면서 언제 가장 기뻤어요?
힘든 시기를 보내던 어떤 분이 ‘생각’이라는 시를 읽고 저에게 쪽지를 주셨어요. ‘허구한 날 그저/ 잘 될거야, 잘 될 거야 라는/ 생각만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잘 돼.’ 라는 내용의 시에요. 시를 보면서 위로를 많이 얻었고 이직 문제나 인간관계 문제가 잘 해결이 됐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쪽지를 보면서 저도 정말 감사하고 기뻤어요. 제 글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힘을 줄 수 있다는 거에 정말 감사해요. 제 글로 인해서 어떤 분이 감사하다 혹은 위로 받았다, 힘든 걸 잊게 해줘서 고맙다 등등의 반응이 올 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Q 혹시 SNS에 시를 쓰면서 깨달은 점이나 새롭게 변한 가치관이 있나요?
있죠. 정말 글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많이 느껴요. 제가 사람들을 위로하고 토닥여주기 위해 올린 글은 많지만, 제가 개개인을 아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제가 쓴 시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또 그들 삶 속의 작은 부분, 소소한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게 놀랍고 신기해요.
 가치관이 변한 것도 있어요. 저는 힘든 일이 있을 때 ‘힘들어도 버티자, 너만 힘든 게 아니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힘들 때 왜 버텨야 하지, 힘들면 그냥 힘들어하면 되지 않나. 우리가 무조건 노력해야 하고 항상 참아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 최대호 씨만의 반전 매력과 유쾌함이 묻어나는 시 <개강>


‘최대호’다운 삶

Q 자기 자신만의 철학이 있나요?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프리드리히 니체가 한 말인데 ‘신념은 감옥이다’라는 말이에요. 우리는 각자 어떤 신념을 가지고 이걸 한다 안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결정을 하잖아요. 그런데 신념에 갇혀있으면 인생이 되게 재미없고 단조롭잖아요. 신념을 깨부수면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할 수 있고 또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신념을 깨고 다채로운 색깔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최대호 씨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나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금전적인 부분이나 다른 부분에서 외압이 있다 보면 자기가 비굴해질 때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살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나답게 살고 싶어요. 저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라고 말하고 할 말은 다하는 솔직한 성격이거든요. 젊으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같긴 한데, 나이를 더 먹더라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도리나 섭리 때문에 제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Q 지금 행복하세요?
네, 행복하죠. 더는 바랄 게 없죠. 일도 가족도 친구 관계도 지금 다 좋아요. 솔직히 미래가 불안하고 그런 건 당연히 있죠. 그런데 그건 누구나 그런 것 같아요. 그거 빼고는 다 좋아요. 저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위해서 사는 스타일이에요. 미래가 불안하다고 해서 미래를 걱정하면서 전전긍긍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예를 들어 지금 인터뷰 잘하고 오늘 SNS에 좋은 글 올리는 거, 지금 해야 할 일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미래가 온다고 생각해요. 미래 걱정 너무 하지 말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지금, 현재를 위해 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어요.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Q 청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있나요?
꼭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겠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전공을 살려야 하는 길만 찾을 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아야 해요. 주변의 눈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내 인생 내가 사는 거에요. 주변 사람들 신경 안 썼으면 좋겠어요. 무작정 취업 준비를 할 게 아니라 자기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부터 먼저 생각하고 나만의 색깔이 담긴 삶을 살아야 해요. 그래서 꿈을 무조건 가져야 해요. 왜냐하면 꿈이 없으면 노력할 수가 없거든요. 맨날 바뀌어도 되니까 작은 꿈이라도 무조건 가졌으면 좋겠어요.

Q 한동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무슨 일을 하든 절대로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돌아가는 건 있어도 늦은 건 없거든요.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가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해요. 긍정적으로 ‘잘 될 거야’라고 생각하면 뭐든 잘 될 거에요.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난데,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 또 빛을 발하는 날이 있을 거니까 청춘들 모두 힘내세요.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