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새벽 4시다. 글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 갈아엎고 처음부터 다시 쓰는 작업만 여섯 번 째다. 이번 호 기사를 읽으며 들었던 여러 생각 중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는 ‘사족.’ 그러나 사족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적어 밖으로 내기엔 너무 치사해 보일 것 같았다. 기사의 주요 논제를 언급하지는 않고, ‘트집 잡기’한다고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우고, 또 지웠다. 그럼에도 트집 잡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족을 백 번 무시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기에 글을 쓰지 않고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쓸데없이 붙이는 말’, 사족. 사족을 뺀다 하더라도 말하는 사람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사족을 빼고 핵심만 일관되게 말한다. 사족은 말하는 사람의 요점을 흐릴 뿐이다. 듣는 사람에게 사족은 더욱 쓸데없다. 말하는 사람이 사족을 많이 붙일수록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무엇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이에 듣는 사람은 사족을 붙이지 않는 사람을 ‘명확하고 일관되다’고 인식하고, 신뢰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상황 하나를 상상해보자. A라는 국회의원 후보자가 B라는 동네에 출마했다. A는 B동네에 신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B동네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신공항을 건설하겠다고, 신공항 건설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A는 약속했다. A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은 B동네 주민들은 A에게 표를 몰아줬고, A는 당선됐다. 얼마 후, 당선자 국회의원 A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공항 건설을 위해 올해 4월까지 준비작업을 완수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겠다.” 그리고 사족을 붙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확답하기는 어렵다”라고. A는 공약을 지킨 것일까, 어긴 것일까? A는 신공항 건설의 완수를 다짐하는 것일까,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B동네 주민에게 국회의원 A의 사족은 ‘공약을 어기고 있다고, 공약을 완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판단되기 마련이다. 즉, B동네 주민은 국회의원 A를 일관되지 못하다고 인식하고, 국회의원 A에 대한 신뢰를 져버린다. 이제 상상이 아닌, 실제상황을 살펴보자.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다음과 같이 약속했다. “현행 총학생회칙으로는 현실적 합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총학생회칙개정TFT를 통해 본 작업(회칙개정)을 진행해 한동의 학생정치가 더욱 올바른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습니다.” 분명히 ‘본 작업을 진행하겠다’,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해당 후보자는 당선되고 얼마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간고사 전에 TFT 구성이 완료되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 그리고 사족을 붙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확답하기는 어렵다.”
 다시 질문하고 싶다. 당선자의 사족은 당선자 스스로 공약을 지키겠다는 다짐인가, 공약이 이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인가? 그렇다면 당선자를 향한 유권자의 인식은 어떻게 변하겠는가? 역시, 답은 간단하다.

한동신문이 만 스무 살이 됐습니다. 한동신문의 2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지면에 가득 담고 싶은 욕심을 접고, 저의 짧은 글로 이를 기념하려 합니다. 한동신문이 20년 동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누군가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동신문을 위해 제 몸 버려가며 일하셨던 선배 기자님. 이 순간에도 밤을 새워가며 기사를 작성하는 동료 그리고 후배 기자님. 정말 고맙습니다. 무엇보다도 한동신문을 읽어주시는 독자님, 당신이 없었다면 한동신문의 20년도 없었습니다. 지난 20년간의 관심에 깊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한동신문사는 독자의 알권리를 위해 힘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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