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게도 생활관 자치회로 2년째 섬길 수 있게 되었다. 지난 방학에는 공약대로 20년만에 생활관 수칙을 전면 개정하였다. 기존의 수칙은 학생들 스스로 만든 수칙이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생활관의 목적인 인성 및 공동체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벌점 내용,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 등 개정되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개정 작업을 하며 국내외 여러 대학들의 생활관 수칙을 비교해보았고, 그 중 서울대학교의 수칙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기본적인 생활 에티켓과 공용물 사용 규칙을 제외하고는 제재가 없었고, 조사해본 결과 학생들 사이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제재를 위한 수칙이 아닌 입주생들 간의 약속을 위한 수칙이었다. 한동대학교 생활관 수칙 개정과정에 참여하셨던 한 교수님께서는 ‘어차피 소음 등 문제가 발생하여 다시 원래로 돌아갈 텐데...’라 말씀하셨다. 하지만 내 안에는 ‘한동대학교 학생들이 다른 것도 잘하겠지만, 생활관 문화만큼은 서울대 학생들보다 확실히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에 자치회는 ‘규제를 통한 지도가 아닌, 자유 속에서 학생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생활관 문화’, ‘내 집과 같은 생활관’을 만들기 위해 수칙 개정 작업을 진행하였다.
 개정된 수칙이 완성된 형태의 수칙은 아니라 생각한다. “문화는 어머니이고 제도는 자식이다.” 다니엘 에퉁가망겔(Daniel Etounga-Manguelle)이 한 말이다. 우리가 개정된 수칙 속에서 생활관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갈 문화 속에서 생활관 수칙이 점차 완성되어야 할 것이다. 한동대학교의 팀 문화는 스스로 모이던 문화에서 학점이 걸린 팀 제도로 바뀐 후 그 모습이 많이 변하였다고 한다. 반면 한동명예제도의 그 초안은 두발, 남녀관계 등 규제하는 내용들로 가득 찼지만 선배들은 한동명예제도가 제도가 아니라 문화로 정착하기를 원했다. 생활관 수칙도 제도로서가 아니라 문화로서 정착해야 할 것이다. 한 예로, 매 학기 대두되는 소음 및 공공시설 사용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소음을 일으키면 벌점 3점’이 해결책이 될 것이 아니라 수칙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만 마련 후 공동체 속에서 약속과 문화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어느덧 필자가 한동 생활관에서 거주한지도 7학기 째이다. 돌아보면 방에서 시켜 먹던 야식, 방돌이들과 드렸던 찬양, 늦은 밤 침대에 누워 나누었던 가슴 떨리던 이야기 등 너무 소중한 추억들이 많다. 한동을 더 한동스럽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이러한 생활관 문화라 생각한다. 생활관 문화는 방문화이며 방문화는 팀 문화로 그 근간을 이룬다. 세상이 변하고, 문화가 바뀜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뀔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가 지켜야 할 부분은 지켜나가야겠다. 그래서 내가 가진 소중한 기억들이 청년 한동을 지나 늙은 한동이 되더라도 이어질 수 있는 생활관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기숙사 - 학교나 회사 따위에 딸려 있어 학생이나 사원에게 싼값으로 숙식을 제공하는 시설
생활관 - 학생이 생활에 관한 경험을 쌓고 생활 속의 예절이나 관습 따위를 익히도록 학교 내부 또는 외부에 마련한 시설. 출처: [네이버사전]

기숙사와 생활관의 사전적 정의이다. 너무나 부족한 자치회이기에 우리는 어떤 생활관 문화가 정답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생활관에 거주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한동만의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자치회 ‘어울림’도 부족하지만 항상 노력하겠다. 한동의 생활관이 이름 그대로 기숙사가 아니라 생활관이 되기를 항상 기도하겠다.

전산전자공학부 11학번 이유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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