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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좇아 떠나는 사나이
정리 장나경 기자  |  jangng@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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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3.01  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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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흔히 청춘이라고 일컫는 이 시기는 개인의 삶 전체를 결정짓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청춘이기에 아파도 괜찮다고 말하며 그들의 열정을 값 싸게 사려합니다. 그렇기에 2016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청춘들은 지치고 멍듭니다. 본지는 젊기 때문에, 어리다는 이유로 도전을 강요당하고 아픔이 당연시 돼 버린 오늘의 세상을 살아가는 청춘에게 주목하려 합니다. 불안한 삶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청춘의 소리를 들려주고자 합니다. 청춘, 내 나이가 어때서!


맑은 바다와 하얀 백사장, 코코넛 나무와 야자수가 우거진 숲. 무인도, 이곳에서 그는 튼튼한 나무를 베어 집을 짓고 신선한 물고기와 과일로 끼니를 때운다. 음악을 들으며 한참 동안 해변을 거닐다가 밤이 되면 해먹에 누워 잠시 고독을 즐기기도 한다. 거친 야생은 물론 따듯한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이곳에 그가 산다.
 28살의 청년 윤승철 씨. 세계 최연소 극지 마라톤 그랜드슬래머에서부터 실크로드 탐험대 청년 탐사대장, 무인도 탐험가 그리고 탐험문학 작가까지.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다양하다. 문예 창작 학도이기도 한 그는 ‘달리는 청춘의 시’라는 책을 발간해 탐험문학이라는 그만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다. 끝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현재는 필리핀의 팔라완 무인도를 탐험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청춘 윤승철 씨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사진제공 윤승철


꿈꾸며 달리는 청년

Q청년 윤승철 씨의 성장 이야기가 궁금해요. 어떻게 자랐나요?
저는 생각 없이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때까지 다녔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은 중학교 2학년 때 다리를 다쳤던 일이에요. 이때가 가장 큰 전환기였어요. 그때 발목도 돌아가고 성장판이랑 정강이뼈도 부러지고 병원에 오래 있다 보니까 비만이 됐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때 못 걸을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내가 다리를 다쳐서 못 걸으면 사는 게 어떤 의미 일까, 부모님께 괜히 폐가 되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많이 했었죠. 병원에 오래 입원하다 보니까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때 처음 ‘나도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문예창작과를 지원했고 동국대 문예창작학과에 가게 됐죠.

Q대학생 때는 어땠나요?
대학생 때는 정말 좋았어요. 그때는 최대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도전하려고 했었어요. 뜬금없이 회계학을 복수 전공으로 듣기도 하고, 은행이나 신문사에서 인턴도 했어요. 남산 타워에 있는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대외활동도 많이 하고 여행도 많이 갔어요. 내가 대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했죠. 학교생활도 재미있었어요. 다 제가 원하던 이상적인 수업, 교수님, 캠퍼스여서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사막 마라톤을 시작한 계기도 학교 수업 때문이었어요. 대학을 입학해서 처음으로 교수님이 내준 과제가 소설을 써오라는 거였어요. 제가 그때까지 다리를 다친 이후로 5km 이상 걸어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내가 잘 못 뛰니까 소설 주인공만큼은 잘 뛰고 재미있고 모험을 좋아하는 친구로 써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검색하다가 사막 마라톤을 알게 됐고, 그 이후에 3년 반 동안 재활치료를 받고 준비를 해서 사막 마라톤을 갔다 온 거죠.

Q오랜 준비 끝에 사막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셨잖아요. 혹시 뛰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많죠. 매번 포기하고 싶죠. 처음에 딱 3km 정도 뛸 때까지만 ‘아 드디어 내가 오고 싶은 곳에 왔다.’ ‘난 어떻게 살았을까?’ 혹은 ‘난 앞으로 어떻게 살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제 자신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죠. 그런데 그 나머지 247km를 뛸 때는 아무 생각이 없어요. 계속 뛰면서 후회만 해요. 그런데 제가 사막 마라톤을 뛰기 전에 참가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펀딩사이트를 만들었어요. 펀딩사이트를 통해서 저를 도와줬던 분들, 응원해줬던 분들, 그리고 지금 저보다 더 힘든 상황인데 달리고 있는 뒤에 있는 선수들을 보고 포기를 못 했어요.

Q참가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장미꽃을 팔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참가비가 비싸요. 강남역에서 인조장미꽃 몇백 송이를 가져와서 한 송이씩 비닐 포장만 해서 팔기 시작했어요. 그냥 전단지 나눠 주기만 해도 안 받는데 이상한 남자가 와서 분홍색 장미꽃을 사달라고 하면 누가 사겠어요? 어쨌든 백몇십만 원을 모았어요.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장미꽃을 팔 때 이렇게 말했어요. “장미꽃의 가격은 없습니다. 그냥 저는 어떤 목표가 있고 이게 꿈이고 갔다 와서는 이렇게 달라질 것이다. 꿈의 가격에 장미꽃을 사달라”라고 말했었죠. 어떤 분은 오만 원짜리 두 개를 사신 분도 있고, 빵 사 먹으러 가던 학생이 동전을 준 적도 있었어요.

Q마라톤 도전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은 무엇인가요?
제가 3년 반을 준비해서 갔었거든요. 살면서 제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뭔가를 준비했던 적이 없었어요. 중학교 때 다리를 심하게 다친 이후로 이 도전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조금씩 준비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생겼어요. 그리고 조급함이 덜 해졌어요. 한순간에 뭔가를 이루려고 하지 않고 매일 내가 조금씩 노력한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거죠. 그 전에는 뭔가 빨리 성과가 나오고 눈에 보이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생각에서 벗어난 것 같아요.

‘무인도 탐험가’라는 이름으로
Q무인도에 혼자도 자주 가신다고 들었는데, 혼자 가면 외롭지 않나요?
좋았어요. 고립돼서 사는 것, 그런 것 때문에 제가 무인도를 계속 가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 ‘나 잠수 탄다’ 해도 핸드폰으로 다 연결이 되고 언제든지 연락을 할 수 있고, 인터넷이 가능하고. 그런 거 말고 정말 문명과 떨어져 있고 누구와도 연락할 수 없는 시간이 무인도에서의 삶인 것 같아요. 많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었고 그런 게 매력이었어요. 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 사두고 못 읽었던 책을 읽고 듣고 싶었던 음악을 정말 들어보고, 밤에 장작불 타는 소리나 파도 소리나 정말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곳이고. 그런 게 매력이지 않나 싶어요.

 

   
▲ 무인도에서 가장 기뻤을 때의 일화를 말하며 웃고 있는 윤승철 씨. 김남균 사진기자


Q무인도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와 가장 기뻤을 때는 언제였나요?
힘들었을 때는, 처음 무인도 간 첫 주는 거의 굶었어요.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고기도 못 잡고 그랬어요. 낚시로 큰 고기를 잡았는데, 이걸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나무를 꼬챙이로 만들어서 아가미로 넣어서 불에 딱 꽂았어요. 빙 돌리면서 익히는데 갑자기 고기가 뚝 떨어지는 거에요. 막 물을 붓고 나니까 고기는 이미 잿더미에 들어가 있고 불을 힘들게 붙였는데 불은 또 꺼졌고. 그때가 제일 힘들었고, 제일 기뻤을 때는 일곱 시간 만에 불씨를 봤을 때였어요. 손으로 막 문질러서 불씨를 붙였을 때 살면서 제일 기뻤어요. 불을 처음 발견한 원시인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꿈은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것

Q 20대의 젊은 나이에 많은 것에 도전하고 계시는데, 20대 때 한 일 중에 가장 아쉬운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장 아쉬웠던 것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못 가진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혹은 나는 어떤 사람과 잘 맞고 나는 어떤 일과 가장 적합한지. 물론 그런 고민을 하기 쉽지 않죠. 당장 생각한다고 해서 답이 떠오르진 않지만 어쨌든 그런 시간을 가졌으면 지금 중간중간 허비하는 시간 없이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착착 해나가지 않을까. 자기만의 철학을 기르는 시간, 진지하게 고민하는 성찰의 시간을 많이 못 가진 게 아쉬워요.

Q 좌우명이 있나요?
좌우명은 없는데 좋아하는 말은 있어요. ‘꿈은 잠잘 때 꾸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것이다.’ 제가 사막 마라톤이나 무인도를 갈 때 항상 그랬어요.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지고 빨리 날이 밝았으면 좋겠고 다음 날이 너무 기다려졌어요. 사막 마라톤이나 무인도에 가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 아침에 빨리 자료를 찾아보고, 밤에 친구들이랑 술 한잔을 해도 꼭 남산을 한 번 걷거나 뛰고 그랬어요. 생각만으로도 너무 설레서 다음날이 너무 기다려지는 그런 순간들을 잘 표현할 말인 것 같아서 좋아해요.

Q 2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평소에 관심 있는 것을 생각만 하지 말고, 그게 나와 동떨어진 혹은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라도 한 번 시작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면 아프리카에 바로 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아프리카라는 나라에 대해서 검색해보고 알아보는, 그런 첫걸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니면 어쨌든 돈이 필요하잖아요. 내가 아프리카에 가기 위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어떤 일이 있는지, 아프리카를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지, 뭐 그런 것들을 찾아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실제로 찾는 경우도 있고 아프리카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국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프로그램들을 알 수도 있겠죠. 처음에 일단 생각했던 것을 생각만으로 그치지 말고 뭔가를 시작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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